롯데 아드리안 샘슨이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보였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롯데 아드리안 샘슨이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보였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잠실]

“아버지는 야구를 정말 사랑하는 분이셨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해줬던 것 같다.”

아버지 얘기 해도 좋다고 말은 했지만,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아드리안 샘슨이 최근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샘슨은 5월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시즌 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아버지와 추억과 2주간의 자가격리 경험, KBO리그 데뷔전 소감을 전했다. 샘슨은 앞서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친의 병간호를 위해 미국에 다녀왔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킨 샘슨은 입국 후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쳐 28일 삼성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롯데는 샘슨을 위해 경남 양산시의 한 별장을 통째로 빌렸다. 마당에 마운드와 과녁을 설치하고,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를 들여와 격리 기간에도 개인 훈련을 할 수 있게 배려했다. 샘슨이 격리해제 일주일 만에 실전 마운드에 설 수 있었던 비결이다.

격리 기간 생활에 대해 샘슨은 “자가격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진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2주간 혼자 지내느라 무료한 시간을 견디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샘슨은 “페이스타임, 전화로 미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연락하며 보냈다. 다만 여기서 낮시간이 미국 기준으로 밤 시간대라, 친구들이 자는 시간에는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부친 장례 후 곧장 한국 입국을 택한 데 대해선 “(구단 배려로) 더 머물 수도 있었지만, 2주 자가격리도 있어서 그만큼 복귀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또 미국에서 있으면 혼자서 울적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았다”고 했다. 샘슨은 “(돌아가신) 아버지도 아들이 빨리 야구하기를 원하셨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빨리 복귀하게 됐다”고 했다.

‘생전에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느냐’는 질문에 샘슨은 “아버지에 관해 물어봐도 괜찮다. 혼자서만 생각하는 것보다, 아버지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다. 미국에서도 현지 기자들과 아버지 얘길 많이 했다”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북받쳐 오르는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샘슨은 “아버지는 훌륭한 분이셨다. 자기 일에 충실하게 열심히 일했고, 직접 야구하는 건 물론 야구를 보는 것도 좋아했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진정 순수하게 사랑하는 분이셨다”고 말한 뒤 눈물을 훔쳤다.

샘슨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는 “고교생일 때부터 프로 지명을 받기까지 항상 경기장에 오셔서 내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시곤 했다. 야구가 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데뷔전에서 샘슨은 3.1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1회를 삼진 3개로 막아내며 시작부터 강한 인상을 심어준 샘슨은 2회 2루타 2개로 1실점, 4회엔 1사 후 볼넷과 2루타로 1점을 추가로 내주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첫 등판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이었다.

데뷔전 소감을 묻자 샘슨은 “세 가지 구종의 커맨드가 모두 원하는 대로 잘 이뤄졌다. 점검하는 차원에서 만족스러운 경기였다”며 “몇 가지 디테일한 부분만 잡아주면 다음 선발 때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KBO리그 타자들에 대해선 ‘수준 높은 타자들’이란 인상을 받았다. 샘슨은 “핸드 아이 코디네이션이 우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컨택트 능력에 언제든 장타를 때릴 능력도 겸비한 수준 높은 타자들인 것 같다”고 밝혔다.

첫 등판에서 59구를 던진 샘슨은 앞으로 점차 투구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샘슨은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결정에 따르겠지만 다음 등판에서는 1이닝 투구 수 20구 정도를 더 던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다음 선발부터는 정상적인 투구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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