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가대표와 인연 없었던 KT, 아시안게임엔 한 명도 배출 못 해

-1루수 고민 해결할 강백호, 한국야구 미래 4번타자 1루수감

-양현종과 맞대결 이긴 소형준, 미래 한국야구 우완 에이스 후보

-강현우, 배제성, 주권 등도 기대…이제는 KT에서 한국야구 미래가 자란다

소형준과 강백호, 한국야구의 차세대 간판이 될 선수들이다(사진=KT)
소형준과 강백호, 한국야구의 차세대 간판이 될 선수들이다(사진=KT)

[엠스플뉴스]

KT 위즈의 미래, 이제는 한국야구 국가대표팀의 미래가 된다.

불과 몇 년 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2015년 팀 창단 이후 유독 국가대표팀과는 큰 인연이 없었던 KT다. 2015년 제1회 프리미어12 대회 당시엔 우완 조무근 하나만 대표팀에 승선했다. 조무근은 지금 다른 팀 소속이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때도 우완 장시환 하나만 뽑혔다. 장시환도 지금은 다른 구단으로 건너갔다. 조무근도 장시환도, 대표팀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진 못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땐 아예 KT 선수는 한 명도 뽑히지 않았다. 당시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구단별 안배는 없다. 실력대로 뽑았다”고 쿨하게 밝혔다. KT를 제외한 9개 팀 선수로 출전한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했다.

거포 강백호, 한국야구 1루수 고민 해결할까

올 시즌 벌써 5홈런을 날린 강백호(사진=KT)
올 시즌 벌써 5홈런을 날린 강백호(사진=KT)

한때는 KT 선수가 없어도 금메달을 따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는 얘기가 다르다. KT 선수를 빼놓고는 대표팀 구성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조만간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장차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젊은 스타들이 KT 유니폼을 입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천재타자’ 강백호다. 강백호는 이미 지난해 열린 프리미어12 대회에 황재균과 함께 승선해 태극마크 맛을 봤다. 올 시즌엔 1루수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대표팀의 오랜 고민인 ‘차세대 1루수’ 자리에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간 야구 대표팀에선 이대호, 김태균 등 1982년생 선수들이 1루수를 맡았다. 둘다 이제는 30대 후반 노장이다. 최근엔 키움 박병호가 주로 1루수를 맡았다. 박병호 역시 조만간 30대 중반으로 접어든다. 대표팀 1루수 세대교체 시기가 머지않았다.

지금 한국야구는 1루수 기근이다. 각 팀 선수 구성을 보면 ‘전문 1루수’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공격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1루수는 박병호, 오재일 정도. 주전 1루수는 대부분 외국인 타자 차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마야구에서도 1루는 선수들이 기피하는 포지션이 됐다. 1루수를 외국인에게 맡기다 보니 갈수록 국내 1루수 자원이 줄어들고, 그래서 1루수를 외국인에게 맡기는 악순환이다.

이런 가운데 강백호가 1루수로 전향하면서 KT의 1루수 고민과 한국야구의 1루수 기근이 동시에 해결됐다. 강백호는 정확성과 장타력을 모두 갖춘 타자다. 데뷔 시즌엔 29개 홈런을 날리며 장타력을 인정받았고, 지난해엔 향상된 컨택트 능력과 선구안을 선보였다.

그리고 올 시즌엔 2018년의 장타력과 2019년의 정확성을 하나로 합친 타자로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이다. 부상으로 빠지기 전까지 강백호는 공을 때려 부술 듯한 강력한 스윙으로 엄청난 타구 속도와 비거리의 홈런 5개를 만들어 냈다.

1루 수비도 처음 하는 것치고는 나쁘지 않다. 타구처리율 90.63%로 평균적인 리그 1루수들과 큰 차이 없는 수준. 초반엔 리버스 더블플레이나 베이스 커버 들어오는 투수와의 협력 플레이에서 실수가 나오긴 했지만, 경험이 쌓이면 해결될 문제다.

올 시즌 강백호가 성공적으로 1루에 안착하면, 한국야구는 앞으로 10년 이상 대표팀 1루와 중심타선을 책임질 1루수를 얻게 된다. 1루수 강백호의 성공이 KT는 물론 한국야구에도 중요한 이유다.

괴물신인 소형준, 미래 한국야구 이끌 우완 선발 등장

3승째를 거둔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소형준(사진=엠스플뉴스)
3승째를 거둔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소형준(사진=엠스플뉴스)

한국야구 대표팀의 또 하나 숙원은 ‘우완 에이스’다. 그동안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 좌완 에이스의 활약에 비해 우완 중에 강한 인상을 남긴 투수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한 유망주들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좀 쓸 만하다 싶으면 불펜으로 자릴 옮겼다. 그도 아니면 부상으로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완 선발 쪽에도 조금씩 희망의 빛이 보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두산 이영하가 맹활약(5경기 ERA 1.08)한 데 이어, 올해는 소형준이라는 괴물신인이 KT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19살 신인에게 과한 찬사처럼 보일지 몰라도, 야구인들의 평가와 실제 던지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5월 28일 수원 KIA-KT 경기는 왜 소형준이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이날 소형준은 현역 최다승 투수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양현종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보통의 19살 신인투수라면 떨리고 긴장될 만도 한 매치업. 하지만 소형준은 달랐다. 1회 불운의 내야안타 뒤 투런포를 맞고도 씩씩하게 잘 버텼다.

2회엔 1루수 실책, 3회엔 실책성 2루타 등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5회 나지완에게 맞은 2점홈런은 소형준이 못 던졌다기보단 나지완이 기술적으로 잘 때린 홈런이었다. 이날 5이닝 5실점으로 버틴 소형준은 5이닝 6실점한 양현종과 맞대결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벌써 4경기에서 3승이다.

소형준은 최고 150km/h에 달하는 빠른 볼과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구속과 무브먼트, 제구력이 모두 수준급이다. 상대 타순이 두 세 바퀴 돈 뒤에도 공 배합을 조금씩 바꿔가며 효과적인 투구가 가능하다. 타자와 첫 상대 때보다 오히려 두 바퀴, 세 바퀴 돌았을 때 성적이 더 좋은 소형준이다.

이강철 감독은 워낙 투심이 좋은 투수다. 타순이 한 바퀴 돌면 맞을까 했는데 포심을 던질 줄 아니까 잘 섞어서 던지더라”며 “구위로 보면 항상 6이닝은 던져줄 것 같다고 이닝이터로서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다. 소형준은 4차례 선발 등판 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멘탈도 남다르다. 이미 고교 시절부터 두둑한 배짱과 자신감, 승부 근성을 인정받은 선수다. “강백호와 비슷한 멘탈을 지녔다”는 평가도 있다. 그 배짱을 무기로 유신고를 고교 3관왕으로 이끌었고, 세계청소년야구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강철 감독은 몇 게임 올라가서 던지는 걸 보면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 같지 않다. 배짱이 있다”며 “속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겉으로 티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강백호, 소형준이 다가 아니다. KT엔 미래 대형 포수 감으로 큰 기대를 받는 강현우도 있다. 강현우는 소형준과 유신고 시절 짝을 이룬 영혼의 배터리다. 지난해 10승에 이어 올해 우완투수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 1위를 기록 중인 배제성, 최고의 불펜투수로 성장한 주권 등도 20대 초반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들. 국가대표 하나 없던 KT에서 한국야구의 미래가 자라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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