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KT WIZ, 올 시즌 초반부터 마무리 투수 교체
-이형범의 ‘투심’·이대은의 ‘포크볼’, 지난해 위력 사라졌다
-대체 마무리 함덕주·김재윤 반등세에 희망 건다
-SK 와이번스도 마무리 2년 차 하재훈 구속 저하 고민

두산 마무리 투수 이형범(왼쪽)과 KT 마무리 투수 이대은(오른쪽)이 시즌 초반 부진으로 마무리 보직을 잃었다(사진=두산, KT)
두산 투수 이형범(왼쪽)과 KT 투수 이대은(오른쪽)이 시즌 초반 부진으로 마무리 보직을 내줬다(사진=두산, KT)

[엠스플뉴스]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올 시즌 초반 공통점은 불펜진 붕괴다. 두산과 KT의 팀 불펜 평균자책 순위는 5월 28일 기준 각각 10위(8.29)와 9위(7.78)다. 무엇보다 두 팀은 시즌 출발부터 뒷문이 교체됐다. 이 정도면 마무리 자리에 ‘마’가 꼈나 싶을 정도다.

다행히 두 팀이 갈아 낀 뒷문이 나름대로 튼튼한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방심은 금물이다. 대체 마무리 투수의 꾸준한 활약상과 기존 마무리 보직을 맡았던 투수의 반등세가 있어야 긴 시즌 운영에 어떻게든 보탬이 될 수 있다.

위력 잃은 이형범의 ‘투심’, 살아난 함덕주는 위안거리

올 시즌 초반 리그 팀 평균자책 최하위에 그친 불펜진 부진에 걱정이 많아진 두산 김태형 감독이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초반 리그 팀 평균자책 최하위에 그친 불펜진 부진에 걱정이 많아진 두산 김태형 감독이다(사진=엠스플뉴스)

두산은 지난해 마무리 투수 자리에 이형범을 기용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양의지(NC 다이노스)의 FA 보상선수로 두산에 온 이형범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소위 말하는 가성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단 찬사를 받았다. 이형범의 지난해 시즌 기록은 67경기(61이닝) 등판 6승 3패 19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 2.66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불펜 투수로서 처음 60경기 이상 등판을 소화한 후유증 탓인지 이형범의 시즌 초반 구위는 기대 이하였다. 불안한 투구 내용을 반복했던 이형범은 5월 21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두산이 4대 3으로 앞선 9회 초 1사 뒤 등판해 단 하나의 아웃 카운트도 잡지 못한 채 3피안타 1볼넷 5실점으로 블론 세이브 및 패전 투수를 기록했다.

이날 이형범의 충격적인 블론 세이브를 본 두산 벤치는 곧바로 마무리 교체를 결정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상황에 따라 9회에 올릴 투수를 결정하겠다며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언했다. 김 감독은 “(이)형범이가 상대 타자와 승부에서 자주 불리한 카운트로 몰리며 자신감을 잃은 느낌”이라고 바라봤다.

이형범은 장기인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운 땅볼 유도형 투수다. 지난해에도 땅볼(85개)·뜬공(52개) 비율이 1.64로 땅볼 비중이 꽤 높았다. 하지만, 올 시즌 이형범의 땅볼(7개)·뜬공(9개) 비율은 0.78로 완전히 뒤집혔다. 타구 방향도 내야(33.3%)보다 외야(66.7%)로 날아가는 비중이 더 높다. 투심 패스트볼의 구위가 약해졌거나 혹은 상대 타자들의 적응으로 이형범의 장기인 내야 땅볼 유도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형범이 극적인 반등을 보여줄 때까지 두산은 마무리 경험이 있는 함덕주에게 당분간 뒷문지기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김 감독은 (함)덕주가 최근 불펜진에서 가장 좋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덕주를 가장 뒤쪽에 두고 내보낼 계획이다. 8회 위기에도 올라갈 수 있다. (이)현승이와 (윤)명준이가 덕주를 받쳐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함덕주는 올 시즌 9경기(10이닝)에 등판해 1승 3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 2.70으로 가장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함덕주의 가장 큰 문제였던 제구 기복이 해결된 분위기다.

함덕주는 지난해 제구에서 문제가 있었는데 아직까진 제구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등판 뒤 첫 타자 초구 스트라이크 여부가 그날 투구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 신중하게 던지려고 노력 중이다. 또 초구가 볼이 되더라도 두 번째 공이 스트라이크로 들어갈 수 있단 자신감이 생겼다. 등판 순서만 바뀌었다고 생각하기에 마무리 투수라는 의식을 안 하려고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2군 내려간 ‘장발 마무리’ 이대은, 속구·포크볼 위력 되찾을까

올 시즌 초반 불펜진 난조로 연이은 역전패를 당한 KT 이강철 감독은 마무리 교체로 불펜진 안정화를 소망했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초반 불펜진 난조로 연이은 역전패를 당한 KT 이강철 감독은 마무리 교체로 불펜진 안정화를 소망했다(사진=엠스플뉴스)

KT도 올 시즌 초반부터 마무리 자리에서 큰 골치를 겪었다. 기존 마무리 투수인 이대은은 지난해 KBO리그에 데뷔해 시즌 중반 선발에서 마무리 보직 전환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지난해 이대은의 시즌 성적은 44경기(86이닝) 등판 4승 2패 17세이브 평균자책 4.08이었다.

KT 벤치는 마무리 전환 뒤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이대은이 더 단단한 뒷문지기 역할을 맡아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이대은은 시즌 초반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두 차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이대은은 올 시즌 8경기(8이닝) 등판 3패 1세이브 평균자책 10.13으로 부진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부진에 빠진 마무리 이대은을 계속 믿겠다고 말했지만, 인내심의 한계는 결국 찾아왔다. 5월 2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KT가 5대 4로 앞선 9회 말 등판한 이대은은 아웃 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지 못한 채 1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블론 세이브 및 패전 투수를 기록했다.

이대은은 23일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 감독은 이대은 대신 김재윤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대은은 엔트리 말소 뒤 28일까지 퓨처스리그 등판 기록도 없다. 이 감독은 이대은이 1군으로 돌아왔을 때 보직은 그 시점에 가서 결정하겠다.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건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대은은 지난해와 비교해 평균 속구 구속(144.5km/h->143.3km/h)이 다소 떨어진 상태다. 장기인 포크볼 구사 비중(31.2%->43%)이 올 시즌 더 높아졌지만, 오히려 포크볼의 구종 가치(8.8->-2.3)는 확연히 떨어졌다. 주된 투구 패턴인 속구와 포크볼 조합이 전혀 먹히지 않는 셈이다.

한 현장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개막 날짜가 미뤄진 탓에 컨디션 조절로 힘들어하는 투수들이 꽤 있다. 이대은도 미뤄진 개막 날짜에 맞춰 정상 구위로 끌어올리지 못한 느낌이다. 지난해 좋았던 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구위가 떨어진 게 느껴진다라고 아쉬움을 보였다.

마무리 보직을 다시 맡게 된 김재윤도 개막 초반 3경기 연속 실점으로 구위가 흔들렸다. 이후 2군에 잠시 내려갔다가 올라온 김재윤은 최근 4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로 안정을 되찾았다. 특히 28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에선 1.2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세이브까지 달성했다. 이 감독은 “김재윤의 구위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마무리 투수 자리에서 안정적인 투구가 기대된다. 올 시즌 첫 세이브 달성을 축하한다”라고 전했다.

‘2년 차 마무리’ 하재훈의 속구 구속 저하 “자문하는 상황”

지난해 세이브왕을 달성했던 SK 마무리 투수 하재훈에게 속구 구속 저하 문제가 생겼다(사진=SK)
지난해 세이브왕을 달성했던 SK 마무리 투수 하재훈에게 속구 구속 저하 문제가 생겼다(사진=SK)

이처럼 두산과 KT가 시즌 초반 마무리 자리에 낀 ‘마’를 뒷문 교체로 조금씩 지우고 있다면 SK 와이번스는 여전히 불안한 눈초리로 마무리 자리를 주시하고 있다. 바로 지난해 KBO리그 입성 첫 해 세이브왕을 달성한 SK 마무리 투수 하재훈의 구속 문제다.

하재훈은 올 시즌 6경기(6이닝)에 등판해 1세이브 평균자책 3.00을 기록했다. 팀 성적(4승 16패) 부진으로 등판 기회가 적었던 데다 표면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SK 벤치는 두 차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하재훈의 투구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하재훈의 평균 속구 구속 저하(146.3km/h->143km/h)가 가장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속구 구종 가치(14.8->-0.1)도 급격하게 하락했다. SK 염경엽 감독은 하재훈의 몸 상태엔 전혀 이상이 없다. 그런데 지난해와 비교해 속구 구속이 떨어져 고민인 게 있다. 지난해까지 우리 팀 투수코치였던 손 혁 감독을 포함해 여러 사람에게 하재훈과 관련한 자문을 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상기 세 구단 외에도 마무리 자리에 대한 고민을 지닌 팀은 LG와 삼성이다. 삼성은 ‘돌부처’ 오승환의 불법 도박 관련 징계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6월 9일)까지 우규민이 임시 마무리 역할을 맡는다. LG는 무릎 부상으로 시즌 막판 복귀가 예상되는 마무리 고우석의 빈자리를 신예 이상규로 메우는 상황이다.

이렇게 각 팀은 저마다의 뒷문 고민을 안고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과연 마무리 투수 관련 변수가 향후 시즌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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