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투수 드류 가뇽, 리그 팀 타율 2위 KT 상대 7이닝 무실점
-일부러 감춘 ‘특급 위닝샷’ 체인지업, 상대 타자 당황하게 만들어
-슬라이더 비중 높이라는 서재응 코치 조언 받아들인 가뇽의 볼 배합
-특급 체인지업에 다양한 구종 구사까지, 가뇽 성공 가능성 엿보인다

KIA 외국인 투수 드류 가뇽이 최근 두 차례 퀄리티 스타트와 더불어 시즌 2승째를 달성했다(사진=KIA)
KIA 외국인 투수 드류 가뇽이 최근 두 차례 퀄리티 스타트와 더불어 시즌 2승째를 달성했다(사진=KIA)

[엠스플뉴스=수원]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드류 가뇽은 체인지업 단 하나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선수다. 소위 말하는 ‘특급 위닝샷’, ‘흑마구’라는 별칭이 잘 어울리는 가뇽의 체인지업 수준이다.
사실 스프링캠프에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가뇽은 캠프 귀국 뒤에도 조심스럽게 등판 계획을 짰다. 다행히 가뇽은 늦춰진 개막전에 몸 상태를 끌어 올릴 시간을 벌었다. 시즌 초반 두 경기 등판은 다소 아쉬웠다. 5월 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5.1이닝 5피안타 4실점)과 1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5이닝 7피안타 9탈삼진 4실점) 등판에서 가뇽은 2패를 떠안았다.
하지만, 가뇽은 20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6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과 26일 수원 KT WIZ전(7이닝 3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에서 내리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를 달성하며 시즌 2승째를 거뒀다. 특히 올 시즌 팀 타율 2위(0.311)인 KT 타선을 상대로 보여준 7이닝 완벽투는 가뇽의 잠재력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가뇽의 역투에 KIA도 활짝 웃었다. KIA는 26일 경기에서 4회 초 나주환의 밀어내기 볼넷과 7회 초 프레스턴 터커와 최형우의 연속 적시타로 3대 0까지 앞서갔다. 9회 초 나주환의 희생 뜬공으로 한 점을 더 보탠 KIA는 4대 1 승리로 단독 4위 자리에 올랐다.
경기 뒤 KIA 매트 윌리엄스 감독은 가뇽이 1회부터 훌륭한 제구력으로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1회 정강이에 타구를 맞았지만, 마지막까지 마운드를 잘 지켜줬다. 타선에선 김선빈이 좋은 타격감 보여줬고, 중심 타선도 전체적으로 다 잘해줬다. 특히 터커는 부드럽게 타격하라는 조언을 건넸는데 다행히 좋은 안타를 만들었다라고 기뻐했다.
의도적으로 숨긴 위닝샷 체인지업, 영리했던 가뇽의 볼 배합

26일 수원 KT전에서 가뇽은 의도적으로 경기 초반 자신의 결정구인 체인지업을 숨겼다. 이는 상대 타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26일 수원 KT전에서 가뇽은 의도적으로 경기 초반 자신의 결정구인 체인지업을 숨겼다. 이는 상대 타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무엇보다 7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틴 가뇽의 공이 가장 컸다. 자신의 장점인 체인지업 구사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춘 영리함도 빛을 발했다. 가뇽은 5월 26일 등판에서 1회부터 4회까지 던진 57구 가운데 단 11개만의 체인지업만을 구사했다. 심지어 1회와 2회엔 이닝당 체인지업 2개만 던졌다. 경기 후반부터 체인지업 비중을 확 높였다. 5회부터 7회까지 3이닝 동안 체인지업 16개를 구사하며 위기 상황을 넘긴 가뇽이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자 노력한 것과 경기 초반 결정구인 체인지업 구사를 줄인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었다. 상대 라인업을 보고 포수 한승택과 논의해 경기 초반 체인지업을 보여주지 말자고 결정했다. 좌타자를 상대로 준비한 투구 패턴도 잘 통했고, 몸 상태도 괜찮아 전반적으로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특히 야수들의 수비 도움 덕분에 무실점 결과로 팀 승리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26일 등판 뒤 가뇽의 말이다.
실제로 가뇽은 26일 등판에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는 속구 비중(47.6%)을 꽤 높였다. 지난 세 차례 등판에서 보여준 속구 비중(17.2%->30.1%->25.2%)과 비교하면 그 수치가 더 확연히 보인다. 가뇽의 체인지업을 주로 대비했던 KT 타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볼 배합이었다.
거기에 간간이 구사한 슬라이더(15개)와 커브(9개)도 효율적이었다. 우타자 관점에선 몸쪽으로 파고드는 체인지업과 반대인 바깥쪽으로 구사하는 슬라이더까지 대비해야 하는 골치 아픈 상황을 만들었다. 이는 KIA 서재응 투수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인 덕분이다.
서 코치는 가뇽의 경우 스프링캠프 초반 몸 상태가 안 좋았는데 개막이 미뤄지며 몸 상태를 정상적으로 끌어 올릴 시간을 만들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날카롭지만, 단조로운 구종 패턴으로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각 큰 커브도 있으니까 짧게 꺾이는 슬라이더를 더 던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KBO리그에 적응한다면 더 무서워질 투수라고 설명했다.
서 코치의 말대로 특정 구종 의존도를 줄일수록 가뇽의 춤추는 특급 위닝샷인 체인지업의 효율성도 더 좋아졌다. 오히려 올 시즌 초반 가뇽의 슬라이더 구종 가치(4.1)가 체인지업 구종 가치(2.4)보다 높게 평가받을 정도다.
헛스윙 비율 51.4%, 가뇽의 춤추는 특급 체인지업

가뇽의 체인지업은 시계 11시 방향으로 날아오다 급격하게 5시 방향으로 꺾이는 움직임이다(사진=KIA)
가뇽의 체인지업은 시계 11시 방향으로 날아오다 급격하게 5시 방향으로 꺾이는 움직임이다(사진=KIA)

물론 이런 가뇽의 볼 배합 변화도 결국 강력한 체인지업 위력에서 나온 결과다. 시계 11시 방향으로 날아가다가 순식간에 5시 방향으로 꺾이는 가뇽의 체인지업 움직임은 예술에 가깝다. 가뇽의 체인지업을 처음 경험하는 상대 타자가 이를 보고 고갤 갸웃거리는 장면이 몇 차례 나올 정도다.
가뇽은 “내가 잡는 체인지업 그립은 단 하나뿐”이라고 밝혔다. 한 가지 그립으로 스트라이크 존 안쪽과 바깥쪽을 넘나드는 다양한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가뇽의 타고난 손 감각이 더 빛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가뇽의 체인지업 구종에 대한 상대 타자의 헛스윙 비율은 무려 51.4%다.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버티기 어려웠던 가뇽의 속구(올 시즌 평균 구속 144.5km/h)가 KBO리그 무대에서 통한단 점도 중요한 요소다. 매치 업에 따라 속구·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게임 플랜을 자유자재로 짤 수 있는 까닭이다.
한 현장 관계자는 가뇽의 최근 두 차례 등판만 본다면 ‘3선발’ 위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에이스 못지않은 투구를 보여줬다. 리그 적응 과정을 거쳐 이제 알아서 자기가 투구를 리드하는 분위기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가뇽의 연착륙, KIA 막강 선발진 구축에 힘 보탠다

최근 KIA 선발진의 연속 퀄리티 스타트 기록(사진=MBC SPORTS+)
최근 KIA 선발진의 연속 퀄리티 스타트 기록(사진=MBC SPORTS+)

가뇽의 연착륙과 함께 KIA는 양현종·에런 브룩스·가뇽·이민우·임기영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KIA 선발진은 최근 7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19일 광주 롯데전(선발 투수 이민우) 이후 팀 7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기록도 세운 것이다.
KIA 선발진이 7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건 2012년 8월 29일 군산 삼성전부터 9월 6일 광주 SK전까지 7경기 연속 달성 기록이 가장 최근 기록이다. KIA의 팀 연속 퀄리티 스타트 최다 기록은 2012년에 두 차례 있었다. 2012년 7월 25일 광주 히어로즈전부터 8월 4일 잠실 두산전까지, 8월 29일 군산 삼성전부터 9월 9일 잠실 LG전까지 이어진 10경기 연속 팀 퀄리티 스타트 기록이었다.
가뇽의 올 시즌 평균자책은 어느덧 팀 선발진 가운데 가장 낮은 2.70까지 내려갔다. 팀 내 유일한 평균자책 2점대 선발 투수기도 하다. 게다가 가뇽의 9이닝당 탈삼진 기록은 리그 1위(11.96)다. 가뇽의 향후 활약상에 팬들의 더 큰 기대감이 쏠릴 전망이다.
가뇽은 시즌 초반 두 경기 등판에선 준비 기간이 다소 길어 긴장한 면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등판부터 평소 듣는 음악 등 사소한 루틴부터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게 좋은 효과로 이어진 듯싶다. 앞으로도 좋은 투구 내용으로 KIA 팬들을 기쁘게 만들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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