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베테랑 투수 이현승, 종아리 부상 딛고 복귀
-“종아리 다치니 속상, 페이스 다시 끌어 올려야 한다.”
-“지난해 KS 우승? 좋았지만, 미안한 마음도 컸다.”
-“이제 마음 내려놔, 마지막 임팩트 보여주고 떠나야 한다.”

스프링캠프 막판 종아리 부상 뒤 최근 1군 선수단에 복귀한 두산 베어스 베테랑 투수 이현승(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스프링캠프 막판 종아리 부상 뒤 최근 1군 선수단에 복귀한 두산 베어스 베테랑 투수 이현승(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잠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투수 이현승은 지난해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얻었다. 하지만, 우승의 기쁨과 동시에 마음 한편으로 미안함도 존재했다. 지난해 잔부상으로 내내 고생했던 이현승은 시즌 막판 1군에 합류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다. 시즌 내내 고생한 후배 투수의 한 자리를 뺐었단 생각에 마음속 찜찜함이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 해일 수도 있단 생각이 지난해 이현승의 머릿속에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임팩트’를 보여주고 공을 내려놓겠단 마음가짐으로 힘든 그 순간을 버텼다. 그 생각은 올 시즌에도 변치 않았다. 정말 마지막일 수 있는 2020시즌이라는 각오로 이현승은 마음을 내려놓고 또다시 마운드로 향한다.

올 시즌 스프링캠프부터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지만, 종아리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던 이현승은 최근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4월 7일 잠실구장에서 오랜만에 불펜 투구 30구를 소화한 이현승은 늦춰진 개막 날짜에 맞춰 구위를 끌어 올리겠단 자신감을 취재진 앞에서 내비쳤다.

4월 7일 잠실구장 불펜에서 베테랑 투수 이현승(왼쪽)과 권 혁(오른쪽)이 나란히 불펜 투구를 소화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4월 7일 잠실구장 불펜에서 베테랑 투수 이현승(왼쪽)과 권 혁(오른쪽)이 나란히 불펜 투구를 소화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스프링캠프 막판 몸이 안 좋았다고 들었는데 어떤 상태인가.

스프링캠프 훈련 과정이 순조로웠는데 막판에 왼쪽 종아리를 다쳐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지금 종아리 상태는 괜찮다. 오랜만에 불펜 투구를 소화했는데 느낌은 좋았다. 개막이 미뤄졌기에 페이스를 끌어 올릴 시간은 충분하다. 얼른 다른 팀과 경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난해도 그렇고 잔부상 때문에 아쉬움이 크겠다.

이제 해마다 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진다. 잔부상 때문에 시즌이 흔들리는 게 아쉽다. 조금 더 하고 싶은데 이제 그만둬야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또 종아리가 베테랑 선수들이 자주 다치는 부위라 속상하다. 야구계 속설에 종아리를 다치면 그만 둘 때가 됐다는 얘기가 있다. (김)선우 형도 종아리 때문에 관두셨던 거로 안다. 좋았던 분위기가 꺾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생각에 허망한 느낌도 있다. 지금은 마음을 많이 내려놓은 상태다.

개막 날짜가 미정이라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도 있겠다.

원래 천천히 몸 상태를 올리는 스타일이었는데 올 시즌엔 캠프 막판에 맞춰 몸 상태를 100%로 맞춰 빨리 끌어 올렸다. 그런데 부상으로 페이스가 떨어졌다. 개막 날짜가 미정이라 언제 몸 상태를 다시 끌어 올릴지 고민이 많다. 현재 컨디션 유지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지난해 시즌 막판 1군에 합류한 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극적으로 승선해 우승 반지를 꼈다. 2015년과 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비교해선 다른 느낌이었겠다.

솔직히 미안한 마음도 컸다. 정규시즌부터 오랫동안 함께 뛰었으면 좋았을 텐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또 나 때문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후배 투수 한 명이 빠진 거라 더 미안했다. 내가 알기로는 (박)치국이가 정규시즌 때 가장 많이 고생했는데 엔트리에 못 들어갔다.

이현승이 그리는 마지막 임팩트 "아직 죽지 않았단 걸 보여주고 싶다."

이현승은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마지막 장면의 주인공이었다. 향후 은퇴 전 임팩트 있는 마지막 장면을 하나 더 만들고 싶은 이현승의 바람이다(사진=두산)
이현승은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마지막 장면의 주인공이었다. 향후 은퇴 전 임팩트 있는 마지막 장면을 하나 더 만들고 싶은 이현승의 바람이다(사진=두산)

젊은 투수들과도 잘 어울리는 두산 투수조 분위기다.

같이 즐겁게 운동하려고 노력한다. 나도 같이 젊어지는 느낌도 든다. 후배들을 도와주고 나도 배우기도 한다. 나이 든 선수들만 있으면 재미가 없다(웃음). 활기가 넘친다고 말해야 하나. 그런데 게임 얘기가 나오면 세대차이가 느껴진다. ‘배그’나 ‘롤’ 같은 얘기는 일절 모른다. 386 컴퓨터 세대라(웃음). 노래를 틀 때도 옛날 노래를 많이 듣는데 요즘 노래는 잘 몰라 그런 차이가 더 느껴진다.

이번 캠프에서 팀 후배 투수들의 실력도 꽤 늘었다.

선후배 사이 의사소통이 예전과 비교해 확실히 활발해졌다. 치국이도 먼저 다가와 많이 물어보더라. 어릴 때부터 1군에 살아남아 야구를 잘하려고 옛날보다 더 치열해진 분위기다. 예전에 내가 어릴 땐 선배들의 얼굴을 무서워서 쳐다보지도 못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웃음).

오늘(7일) 친구인 권 혁 선수와 나란히 서서 불펜 투구를 소화했다.

나이 든 투수들이 예우를 받아 먼저 같이 던진 거다(웃음). 지난해 (권) 혁이와 함께 뛰어 보니까 좋았다. 지난해 내가 없을 때 혁이가 중간에서 정말 고생했다. 말을 안 해도 잘 안다. 그런데 지난해 막판 1군에서 등판할 때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는 게 있더라. 원래 내가 나가야 할 타이밍 같은데 그러지 못한 상황이 자주 나왔다. 조금씩 처지기 시작하는 시기니까 아무 것도 아닌 것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베테랑 투수로서 고충이 있는 듯싶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힘들고 어려운 느낌이다. 후배들에게도 말을 하면 좋게 받아들이는 선수가 있지만, 안 좋게 받아들이는 선수들도 있다. 무턱대고 다가가기 힘든 부분이다. 예전엔 농담처럼 흘러들을 수 있는 코치님의 말씀이 이젠 가슴에 턱 박히기도 한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마음을 많이 내려놓고 공을 던지고 있다. 지난해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이었다. 여기서 안 되면 내려놓자고 했는데 다시 좋아져 다행이었다.

만약 개막이 더 미뤄지고 올 시즌 축소가 이뤄지면 등판 기회가 줄어들 상황까지 나올 수 있다.

마음은 반반이다. 경기 수가 줄어 아쉬울 수 있지만, 짧은 시즌 기간 내 반전을 만들 수 있지 않나. 사람이라 잘하고 싶은 욕심은 어쩔 수 없이 생긴다. 어린 친구들과 경쟁을 하며 시즌을 준비하니까 시작부터 초를 치면 안 된다. 예전에 좋았던 공을 되찾고 싶다. ‘아직 죽지 않았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다. 마지막 임팩트는 보여주고 그만둬야 하지 않나.

지난해 한국시리즈 마무리를 장식하고 은퇴한 배영수 코치와 같은 마지막 순간이 필요하겠다.

그건 천운을 타고난 거다(웃음). 그런 장면을 일부러 만들기도 힘들지 않나. 임팩트 있는 장면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으며 은퇴하는 게 가장 좋을 듯싶다. 정재훈 코치님도 부상으로 관두신 거지만, 오른팔을 다친 상태에서 왼팔로라도 공 던지려는 장면이 팬들의 머릿속에 마지막으로 남았지 않나. 그렇게 무언가 머릿속에 각인되는 마지막 장면을 만들고 그만두고 싶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