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외국인 선수들, 2주 자가격리 마치고 4월 7일 팀 합류

-“집 밖 나가지 못하는 자가격리는 또 다른 형태의 감옥이었다”

-“사람 만나지 못하고, 야구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4월 7일 KT 위즈 훈련에 복귀한 멜 로하스 주니어(사진 왼쪽), 윌리엄 쿠에바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4월 7일 KT 위즈 훈련에 복귀한 멜 로하스 주니어(사진 왼쪽), 윌리엄 쿠에바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사람이 그리웠다.

3월 26일부터 시작한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4월 7일 팀 훈련에 참가한 KT 위즈 세 외국인 선수가 한 말이다.

KT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자유롭고 행복하다며 활짝 웃은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2주간의 자가격리는) 또 다른 형태의 감옥이었다. 집 밖을 나갈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팀 합류를 기다렸지만 ,팀원들과 함께 몸을 만드는 것과는 달랐다.

“사람과 야구 대한 그리움, 동료들과 통화로 풀었죠”

KBO리그 데뷔를 앞둔 데스파이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KBO리그 데뷔를 앞둔 데스파이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KT 외국인 선수들은 3월 23일 입국했다. 곧바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때만 해도 세 외국인 선수는 2주간의 자가격리를 예상하지 못했다.

KT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는 입국 3일 만에 2주간 격리 소식을 접했다. 매우 실망스러웠다.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으면 시즌 준비에만 집중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3월 26일 KT,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등 5개 구단 외국인 선수들의 자가격리 방침을 전달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방침과 전문가 조언에 따라 외국인 선수들의 2주 자가격리를 결정한 것이다. KT 외국인 선수들이 입국한 뒤 3일 후 결정난 일이었다.

쿠에바스는 개인 운동 외적인 시간은 영화 감상이나 가정용 게임을 즐기며 보냈다. 사람을 만나지 못해 외로웠다.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는 게 큰 힘이 됐다. 야구에 대한 그리움을 이겨내는 것도 힘들었다. 로하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통화하면서 야구 이야기를 나누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었다고 2주의 시간을 돌아봤다.

로하스, 쿠에바스는 이미 한국 생활에 적응을 마친 외국인 선수들이다. 로하스는 2017년 KT에 합류한 KBO리그 4년 차다. 3시즌 동안 36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0, 홈런 85개를 기록하며 KT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지난해 KT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선발투수 쿠에바스는 13승 10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했다.

KT 외국인 투수 데스파이네는 KBO리그에서 뛰는 게 처음이다. 낯선 타지에서 코로나19로 2주간 자가격리를 경험했다. 한국 생활에 익숙한 동료 외국인 선수들보다 힘든 건 없었을까.

데스파이네는 한국에서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런데 2주간 밖을 나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컨디션이 떨어졌다. 집에서 스트레칭 위주의 훈련을 진행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조급한 마음이 들 수 있었지만,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다. KT 위즈파크에서 훈련하는 게 이날(4월 7일)이 처음이다. 하루빨리 우리 구장에서 훈련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음 편히 야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KT가 가장 기대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쿠바 출신 데스파이네는 평균 140km/h 후반의 포심 패스트볼을 포함해 싱커,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우완 투수다. 201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땐 쿠바 대표팀 에이스로 이름을 알렸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쿠바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활약한 데스파이네는 2014년부터 MLB(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볼티모어, 마이애미, LA 에인절스 등에서 6시즌을 보냈다. 이 기간 MLB와 마이너리그를 오간 데스파이네는 109경기(363이닝)에 등판해 13승 26패 224탈삼진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했다.

KT 합류 직전 시즌엔 신시내티 레즈와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 A에서 24경기 8승 6패 124탈삼진 평균자책점 3.47의 기록을 남겼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 스프링캠프를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몸 만들어야 한다”

타격감을 찾기 시작한 로하스(사진 가운데)(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타격감을 찾기 시작한 로하스(사진 가운데)(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KBO는 4월 7일 긴급 실행위원회에서 21일부터 구단 간 연습경기를 하기로 발표했다. 올 시즌 개막 예정은 5월 초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줄고, 안정세에 접어들어야 개막을 실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즌 계획이 다시 한번 발표되면서 KT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이강철 감독은 팀에 합류한 외국인 선수들에게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 감독은 구장이 평소보다 시끌벅적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왔다는 걸 알았다. 셋 모두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데 말이 많다고 웃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집에서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는 덴 한계가 있다. 유산소 운동은 하지 못하고, 스트레칭만 했다고 하더라. 몸이 굳고 근육이 빠졌을 거다.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차근차근 몸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외야수 로하스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 1주일간 팀과 함께 훈련하면 정상 컨디션의 70~80%까지 몸을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외국인 투수들은 다르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스프링캠프에서 4이닝까지 던질 몸을 만들었는데 현재는 2, 3이닝 정도만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주 만에 팀 훈련에 합류한 외국인 선수들의 의지는 보통이 아니다. KBO리그 데뷔를 손꼽아 기다리는 데스파이네는 자가격리 기간 앞으로 내가 상대할 타자들을 분석했다. 하루빨리 구장에서 만나 실력을 겨루고 싶다고 말했다.

로하스도 자신감을 보였다. 로하스는 그라운드를 뛰면서 감각을 찾으면 금세 정상 컨디션에 도달할 수 있다. 팀원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주 좋다고 했다.

올 시즌 1, 2선발로 활약할 쿠에바스, 데스파이네는 실전에서 2, 3이닝을 던지며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나 쿠에바스는 영주권 문제로 스프링캠프를 일찍 마친 바 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 5번, 데스파이네 3번 정도의 불펜 투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