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이진영 타격코치, 팀 타선 반등 목표로 지도
-“팀 청백전에선 결과보단 과정에 집중해주길 원해.”
-“베테랑 채태인·윤석민 합류, 팀 타선 시너지 효과 기대”
-“득점권은 타자들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 망설이지 마라”

SK 이진영 타격코치는 팀 청백전 결과보단 과정에 집중해달라고 주문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SK 이진영 타격코치는 팀 청백전 결과보단 과정에 집중해달라고 주문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문학]

SK 와이번스 이진영 타격코치는 지난해 가을 부임해 약 5개월간 SK 타자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코로나19 여파로 시범경기 취소 뒤 이어진 팀 청백전에서 일부 SK 타자는 결과에 쫓기며 겨우내 준비한 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를 본 이 코치는 딜레마에 빠진 SK 타자들에게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과정에 집중하자’라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다.

SK는 지난해 뼈아픈 추락을 경험했다. 시즌 내내 정규시즌 1위를 달렸던 SK는 시즌 막판 한순간에 최종 3위까지 떨어졌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팀 타격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던 2018시즌 보여준 홈런 군단의 위용(2018시즌 팀 233홈런->2019시즌 팀 117홈런)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공인구 반발계수 저하의 직격탄을 가장 강하게 맞은 SK 타선이었다.

무언가 확고한 변화가 필요했다. 그리고 젊은 피인 이진영 코치가 메인 타격코치로 임명됐다. 이 코치는 지난해 11월부터 팀에 합류해 지도자로서 본격적인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 코치의 지론은 선수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닌 선수를 도와주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이 코치는 마무리 캠프부터 스프링캠프까지 친근한 고민 상담사이자 훈수꾼 역할을 맡아 선수들과의 신뢰를 형성했다.

이 코치가 캠프 동안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과정보다 결과에 예민한 젊은 타자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4월 2일 팀 청백전을 앞두고 만난 이 코치는 오랜 기간 훈련에서 연습해왔던 점을 실전 경기에서도 잊어버리지 않길 거듭 강조했다. 눈앞의 결과에 흔들리지 말자는 뜻이었다. 올 시즌 SK 타선의 반등을 도와줄 이 코치의 시선과 복안을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이진영 코치의 주문 "팀 청백전 결과에 집착하지 마라"

1992년생 SK 외야수 정진기는 만년 유망주로 꼽히는 선수다. 이진영 코치도 연습 때 보여주는 정진기의 파괴력이 실전 경기까지 이어지길 원한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1992년생 SK 외야수 정진기는 만년 유망주로 꼽히는 선수다. 이진영 코치도 연습 때 보여주는 정진기의 파괴력이 실전 경기까지 이어지길 원한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올겨울 스프링캠프와 팀 청백전까지 거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이 무엇인가.

선수들이 결과에 예민한 분위기다. 지난해 호주 마무리 캠프부터 과정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했다. 지금 팀 청백전에선 안타 하나보단 연습에서 준비한 부분을 실전에 적용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거다. 연습한 부분이 실전에서도 나오는 게 필요하다. 오로지 결과만 보고 준비했던 걸 실전에서 하지 않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아쉬운 선수가 있는 건가.

(정)진기가 대표적인 예다. 연습만 보면 정말 좋은 자질을 보여주는데 실전 경기 때 차이가 있다. 무언가 보여줘야 한단 생각이 너무 강하다 보니까 자기를 지켜보는 주변 시선이나 본인 만족 등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마음 급해진다. 연습 때 했던 걸 다 잊어버리고 스윙하는 장면이 보인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겨우내 준비했던 걸 자신 있게 보여줬으면 한다.

개막전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선수들도 지칠 법한 시기다.

자체 훈련이 길어지니까 선수들이 집중력을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캠프부터 준비해온 걸 실전에서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 목표 의식이 떨어져 많이 어려울 거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도 있다. 며칠 전 청백전을 마치고 코치 부임 뒤 처음으로 선수들에게 결과를 놓고 얘길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떤 얘기인가.

그날 평가전에선 겨우내 준비해온 걸 실전에서 보여준 타자들이 거의 없었다. 준비해온 걸 하지 않을 거면 결과라도 좋아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준비한 걸 제대로 인식하고 실전에 임했으면 한단 메시지를 전했다. 팀 청백전은 결과보단 연습한 걸 실전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무대다. 타격은 예민한 부분이 많다. 컨디션이나 슬럼프, 주위 환경도 중요하다.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 더 어려운 부분인 듯싶다.

‘멘탈’의 중요성인 듯싶다.

어린 선수들끼리 얘기하다가 ‘이렇게 하니 괜찮던데’라는 얘기가 나오면 흔들릴 수 있다. 베테랑 선수들은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준비한 방향대로 쭉 이어간다. 어린 선수들은 그런 부분에서 마인드가 흔들리는 게 느껴진다. 올 시즌 좋은 결과가 나오기 위해선 지금 시점에선 좋은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도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코치는 선수를 믿어야 한다. 서로 믿고 의지하다 보면 시즌 때 좋은 결과가 나올 거다.

히팅 포인트는 앞에, 그리고 더 정확하게 맞히자

이진영 타격코치가 고종욱의 타격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이진영 타격코치가 고종욱의 타격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지난해 부진에 빠진 중심 타자들은 어떻게 지켜봤나.

결국, 기존 타자들에게 안 좋았던 기억은 빨리 잊는 게 낫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다. 다시 좋아질 수 있는 훈련을 해야지 의미 없는 강한 훈련 강도로 예전 방식을 답습하는 건 반대다. 특히 (한)동민이의 경우 컨디션이 서서히 올라가는 상황이다. 조만간 겨우내 준비한 걸 보여줄 거로 믿는다. 중심 타자들도 혼자 고민하는 것보단 옆에서 조언해줄 사람들이 많으니까 함께 힘을 냈으면 한다.

지난해 공인구 반발계수 변화 여파로 홈런 생산 저하가 큰 타격이었다.

결국, 홈런도 공 중심에 맞아야 넘어가니까 그런 부분을 강조한다. 공인구 반발계수가 바뀌기 전엔 빗맞아도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타자들이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정확하게 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발사각도와 스윙 스피드를 따지기 전에 공을 정확하게 맞히는 게 먼저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강조한 부분이다. 지난해 타자들이 딜레마에 빠졌던 느낌이다. 멀리 치기보단 정확하고 강하게 치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

베테랑 타자인 채태인과 윤석민의 합류는 팀 야수진에 어떤 영향을 줬나.

두 베테랑 선수가 성실한 훈련 태도를 보여줘 고맙다. 코치들이 못하는 조언을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채)태인이의 경우 밝은 성격이 정말 장점이다. SK 야수진 분위기가 정적인 게 조금 있었는데 그런 걸 조금 해소해주는 역할이다. 훈련 때 주변의 웃음을 만드는 역할이다(웃음).

(윤)석민는 지난해 부진이 진짜 실력이라고 생각 안 한다. 팀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중심 타자 역할까지 맡을 수 있는 타자다. 석민이는 태인이와 비교해 말수가 적은 편인데 재밌는 베테랑과 묵묵한 베테랑의 동시 영입은 정말 적절한 조화다(웃음). 팀 야수진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테이블 세터진에서 노수광과 고종욱의 활약도 중요하겠다.

팀 타순은 감독님께서 결정하시겠지만, 타격코치 관점에서 수광이와 종욱이가 앞에서 출루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듯싶다. 수광이는 훈련 양이 많은 선수라 그렇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고, 종욱이는 빠른 발을 이용한 인플레이 타구 생산에 집중한다. 자기가 유리한 카운트에서 파울보단 인플레이 타구가 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종욱이는 공격적인 성향이라 공을 많이 보는 스타일은 아니고 자기 존에 왔을 때 방망이가 바로 나간다. 수광이는 자기 존에 왔을 때 정확히 치려는 스타일이다. 각자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 기대된다.

"신인 최지훈의 스윙 타이밍 깜짝 놀라, 어떤 역할 할지 기대"

기존 야수들뿐만 아니라 어린 야수들의 성장도 SK에 필요한 시점이다. 신인 외야수 최지훈이 올겨울 가장 주목받는 타자다(사진=SK)
기존 야수들뿐만 아니라 어린 야수들의 성장도 SK에 필요한 시점이다. 신인 외야수 최지훈이 올겨울 가장 주목받는 타자다(사진=SK)

올 시즌 신인인 외야수 최지훈의 깜짝 등장에 쏠리는 관심도 크다.

(최)지훈이를 처음 캠프에서 봤을 때 신인이 저런 스윙 타이밍을 보여주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야구를 잘 배웠더라. 하지만, 장단점이 뚜렷하다. 좋은 스윙 타이밍이 있는데 체구 맞지 않는 어퍼 스윙에다 스윙 시 팔꿈치가 많이 뜬다. 밴드를 차고 그런 부분을 고치고 있는데 어떤 공이든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는 능력을 살렸으면 한다. 긴장 안 하고 연습해온 걸 실전에 적용할 줄 아는 이해력이 빠른 선수다. 발도 빠른 편이라 미래 SK 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해줄지 궁금하다.

득점권 상황에서 타자들이 보여줘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

득점권 타석은 정말 어렵다. 거기서 치고 싶은 않은 타자가 어디 있겠나. 투수도 위기 상황이고 타자는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투수가 타자보다 더 부담감을 느끼는 상황이니까 득점권 타석에서 망설이면 안 된다. ‘이거 내가 쳐도 될까?’ 이게 가장 위험한 태도다. 자기 존에 들어오는 걸 적극적으로 휘두르면 된다. 아무래도 투수는 유인구를 자주 던질 텐데 거기에 따라다니면 성공 확률이 낮아진다.

전반적인 얘기가 지난해 안 좋았던 과거를 잊고, 지금은 결과보단 과정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맞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게 코치의 역할이다. 동료들도 결과에 따라 말 한마디를 불편하게 하는 것보단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더그아웃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야수진 분위기를 정적인 것보단 재밌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청백전 결과와 관련한 얘기를 선수들에게 안 하는 거다. 시즌 시작 뒤엔 결과를 내야 하지만 지금은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하다. 특별한 얘기를 안 해도 이제 선수들이 잘 알 거다. 현재에 만족하는 선수는 없다. 그 이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내 역할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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