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고등학교 3학년 입시에도 직격타

-입시 시즌만 보고 달려온 이들의 답답함 “야구가 곧 수능인데”
-5월 첫 전국대회 정상 개최도 불투명 “뒤집기 노린 중·하위권 학생선수들에게 치명적”
-전국 대회 진행 상황에 따른 대학 수시 입시 조건 완화도 필요

5월 첫 전국대회인 황금사자기의 정상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분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5월 첫 전국대회인 황금사자기의 정상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분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정부와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4월 6일 예정됐던 전국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4월 9일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온라인 개학으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등학교 3학년의 입시 일정을 고려한 결단이었다. 동시에 수능과 수시 일정도 약 2주 정도 연기했다.

첫 전국대회 개최도 불투명, 난감한 고3 학생선수들

코로나19 여파로 입시 시즌만 보고 달려온 학생선수들의 답답함은 더 커지는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코로나19 여파로 입시 시즌만 보고 달려온 학생선수들의 답답함은 더 커지는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야구에 ‘올인’한 학생선수들의 상황은 더 난감하다. 겨우내 갈고 닦은 기량을 보여줄 무대가 없어졌다. 5월 첫 전국대회인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의 정상 개최도 불투명한 분위기다. 소위 말하는 ‘입시 시즌’에서 뒤집기를 보여주고자 했던 학생선수들의 의지도 한 풀 꺾인 상태다.

지방 A 고등학교 야구부 소속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선수는 입시 시즌이고 신인 지명도 다가오는데 올해 학교에 스카우트분들이 전혀 오지 않았다. 밖에서 라이브 배팅과 수비 훈련도 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못해 아쉬움이 크다. 프로야구 개막도 계속 연기되니까 더 불안하다. 우리에겐 야구 경기가 곧 수능이다. 그런데 이러다가 경기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진로가 결정될 수 있다. 솔직히 야구를 계속 할 수 있을지 다들 걱정이 많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런 학생선수들을 지켜보는 학부모 심경도 답답한 건 매한가지다. 야구만 바라보고 달려온 자녀들이 결실을 맺어야 할 때 시험을 볼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까닭이다.

아이들의 경기 감각이 문제다. 실전 경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해 당장 대회가 열리더라도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할 수 있다. 학교 눈치를 본다고 사설 아카데미로 제대로 못 보내는 분위기다. 수시 일정도 고민이다. 충분한 경기 수를 못 채우면 입학사정관제에도 악영향이 있을 거다. 여태껏 뒷바라지하며 올해만 바라보고 왔는데 이런 일이 터져 난감할 뿐이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선수 자녀를 둔 한 학부모의 말이다.

학생선수들의 단체 훈련이 금지된 상황에서 일선 감독들의 마음도 무겁다. 특히 저평가 받은 학생선수들의 성장을 실전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게 가장 안타까운 점이다.

서울권 B 고등학교 감독은이미 지명 상위 순번으로 점 찍힌 학생선수들은 모르겠지만, 지명 하위 순번을 받으려고 애쓰는 학생선수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전 경기에서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어 눈도장을 찍어야 뒤집기가 가능하다. 겨우내 열심히 노력했던 학생선수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다잡는 일도 쉽지 않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 대회 진행 상황에 따른 대학교 수시 조건 완화 필요

코로나19 사태로 프로 지명 중·하위권 순번을 노리는 학생선수들에게 뒤집기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코로나19 사태로 프로 지명 중·하위권 순번을 노리는 학생선수들에게 뒤집기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프로 지명뿐만 아니라 대학교 입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학생선수들의 대학교 수시 진학 과정에서 필요한 조건은 전국대회 등판 수와 타석 수 등 실전 기록이다. 대학교마다 입학 필요조건 수치가 조금씩 다르지만, 전국대회 기록 자체의 중요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전국대회 경기 수가 줄어든다면 수시 입학 과정에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5월 초 예정된 황금사자기 대회도 최대 2주 정도를 미룰 수 있다. 다만, 사회적인 분위기와 오프라인 개학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전국대회를 위해선 전국 학생선수들이 서울로 모여야 한다. 숙박 생활을 길게 하게 되니까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이 더 커진다. 우선 전반기 주말리그가 사실상 어렵기에 향후 두 차례 전국대회 참가 학교를 반반씩 나눠 공평하게 출전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국 대회 개최의 불투명한 상황으로 대학교 측과 수시 모집 기록 완화와 관련한 공감대는 형성했다. 앞선 관계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얘길 나눠 야구 학생선수들의 수시 모집 조건 완화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이런 상황은 다들 처음 겪는 일이고,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수시 접수 기간도 연기됐으니까 그래도 대회 진행에 조금의 여유는 생겼다. 계속 변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같이 논의해야 할 문제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3월 31일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수시 원서 접수 기간도 9월 7~11일에서 9월 23~29일로 연기됐다. 9월에도 주말리그 등 경기 개최가 가능하다면 수시 원서에 넣을 기록을 추가할 수 있다. 좋은 원석을 골라야 하는 대학교들도 코로나19 비상 상황에 따른 입시 조건 변화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야구부가 있는 수도권 C 대학교 관계자는 우리 학교의 수시 지원 조건은 다른 학교들과 비교해도 꽤 높은 편이다. 다만 올해 코로나19로 특수한 상황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접 학생선수들의 경기를 관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전국 대회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예년과 다른 수시 지원 조건으로 완화해 수정하는 게 맞다. 그런 방향으로 대학교들이 모두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떤 이들은 ‘야구가 대수냐’라고 쉽게 말을 하지만, 어떤 학생들에겐 ‘야구가 모든 인생’일 수도 있다. 야구를 향한 꿈을 이어온 학생선수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일도 어른들의 몫이 됐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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