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깜깜이’ 된 2020시즌…연습경기도 2주 뒤로 연기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 겪는 선수들…집중력 유지도 쉽지 않다

-깜깜이 시즌 1년 먼저 경험한 롯데 노경은의 조언 “자기만의 루틴 지키는 게 중요”

-“이미지 트레이닝 중요해, 영상 보는 것도 도움된다”

2020시즌 마운드 복귀를 기다리는 노경은(사진=롯데)
2020시즌 마운드 복귀를 기다리는 노경은(사진=롯데)

[엠스플뉴스]

아무리 빨리 뛰어도 계속 제자리걸음인 어린 날 악몽 같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터널의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4월 7일로 예정했던 구단 간 연습경기가 다시 2주 뒤로 밀렸다. KBO가 목표로 삼았던 4월 내 개막도 물 건너갔다. 지금 같아선 5월 초 개막도 가능하다는 보장이 없다.

선수들로서도 답답하고 막막한 시간의 연속이다. 3월 말 개막을 목표로 단계별로 끌어올린 컨디션이 허사가 됐다. 다시 7일 연습경기를 기대하며 집중력을 끌어 올렸는데, 또 무산되면서 리듬이 깨졌다.

한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원래 스프링캠프 막바지가 되면 선수들이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지금은 2차 캠프를 지나 3차, 4차 캠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것”이라 했다. 언제 개막할지도 모르는데 청백전으로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게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노경은은 1년 공백에도 여전히 140km/h 후반대 강속구를 던진다(사진=롯데)
노경은은 1년 공백에도 여전히 140km/h 후반대 강속구를 던진다(사진=롯데)

기약 없는 깜깜이 시즌, 선수들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준비해야 할까. 비슷한 상황을 지난해 먼저 경험해본 선수가 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돌아온 베테랑 투수 노경은이다.

노경은은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미계약 상태로 1년을 보냈다. 롯데와 계약 협상이 결렬된 뒤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만 하며 한 시즌을 통과했다. 다시 마운드에 선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끈기있게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했고, 마침내 롯데와 계약해 성공해 올 시즌 마운드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노경은은 자기만의 루틴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첫째 날은 어떤 운동을 하고, 둘째 날은 뭘 할지 선수마다 각자 루틴이 있을 것이다. 단체훈련보다는 자기만의 개인 루틴을 잘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루틴만 잘 지키면, 경기감각을 유지하고 실전을 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노경은의 말이다.

지난해 노경은은 5일에 한 번씩 동의대학교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전력피칭으로 100구 이상 투구하는 루틴을 일 년 내내 유지했다. 다른 평행우주에서 시즌을 치르는 것처럼, 자신만의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 1년 공백이 무색하게 매 경기 호투를 펼쳤고,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자체 청백전에서도 140km/h 후반대 강속구를 뿌렸다.

노경은은 “요즘 같은 때는 야구 생각을 다른 때보다 더 많이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투수 같은 경우 이미지 트레이닝이 큰 도움이 된다”며 제2차 세계대전 기간 감옥에 갇혔다 풀려난 어느 골퍼의 ‘전설’을 언급했다.

실화인지는 알 수 없지만 80타를 치는 어느 골퍼가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매일 18홀씩 도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했는데, 풀려난 뒤 곧바로 70타 후반을 쳤다는 얘기가 있다. 그처럼 나 역시 마운드에서 공 던지는 상상을 계속했다. 또 좋았을 때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노경은의 말이다.

한 시즌 공백이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마운드에 서고 싶을 만도 하지만, 노경은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아직 한 달 넘게 남았다. 여유있게 생각하려 한다.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많아졌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것보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게 먼저”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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