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코로나19 2차 접촉 의심으로 두 차례 훈련 중단
-24일 오전 훈련 소집 뒤 곧바로 해산 “음성 판정까지 다들 긴장”
-이영하 “집·야구장·집 생활만, 집에서 푹 자고 먹는 게 여가”
-“사회적 거리두기뿐만 아니라 가족 간 거리두기도 이제 중요”

두산 선수단은 귀국 뒤 코로나19 2차 접촉 의심으로 두 차례 훈련 중단을 겪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선수단은 귀국 뒤 코로나19 2차 접촉 의심으로 두 차례 훈련 중단을 겪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잠실]

3월 24일 오전 잠실구장. 오전 10시 훈련 시작을 앞두고 있던 두산 베어스 선수단엔 급박한 자택 귀가 조치가 내려졌다. 한 소속 선수와 함께 사는 가족이 직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단 사실이 전해진 까닭이었다.

두산 선수단에 갑작스러운 자택 대기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산은 3월 16일 같이 타이완에서 귀국 비행기를 타고 온 키움 히어로즈 2군 선수가 의심 증상을 보이자 훈련을 중단한 바 있다. 다행히 두 차례 상황에서 진행한 의심 환자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직접적인 확진자가 나오는 게 아닐지라도 간접 접촉만으로 두 번이나 놀란 두산은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코로나19 예방에 힘쓰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이런 감염 경로로도 코로나19가 퍼질 수도 있는지를 두 번의 자택 대기 상황으로 느꼈다. 선수 한 명이라도 확진이 나오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두 차례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모든 구단 구성원이 긴장했다라고 전했다.

그라운드 훈련에서도 최대한 선수 사이 거리를 떨어뜨리고 접촉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그라운드 위에서 대화나 외침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단 얘기도 나온다. 포수 박세혁은 투수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는 포지션이라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팀 동료들과 의사소통 및 팀워크를 위해선 이를 피해서도 안 된다. 그라운드 안에선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본다. 다만, 그라운드 밖에서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 투수 이영하는 최근 집에서 푹 자고 먹는 게 여가의 전부라고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투수 이영하는 최근 집에서 푹 자고 먹는 게 여가의 전부라고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이미 ‘집·야구장·집’은 기본적인 선수들의 생활 동선이 됐다. 구단은 자기 차가 없는 선수들에게도 최대한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고 카풀을 활용하길 권유했다. 선수들은 조금의 전염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외출을 최소화했다.

올겨울 결혼한 새 신랑 이영하도 야구를 제외한 시간은 모두 신혼집에서만 보내고 있다. 이영하는 한 명의 접촉자만 나와도 팀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다들 야구장에서 야구만 하고 퇴근한 뒤 자차로 집으로 가는 분위기다. 나도 친구와 주변 지인을 최대한 밖에서 안 만난다. 할 수 있는 여가는 집에서 푹 자고 먹는 거다. 나뿐만 아니라 아내와 가족들도 혹시나 나에게 피해를 줄까 봐 다 조심한다고 하더라.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두산 구단은 이번 선수 가족의 2차 접촉 의심 검사를 겪으며 더 철저한 관리와 예방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제 밥도 집안에서 각자 방에서 먹어야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사회적 거리두기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른 ‘가족 간 거리두기’도 필수적인 요소가 되는 분위기다. 이번 선수 가족의 사례도 회사에 나가 근무하다가 확진자와 접촉한 상황이다.

두산 관계자는 2차 접촉과 관련해 그 가능성을 100% 완전히 배제할 방법은 없지만, 우선 조심하고 봐야 한다. 선수들의 가족 가운데 현재 회사 출근 혹은 외근으로 일하는 분들도 계신다. 선수들에게 이런 부분을 파악한 뒤 최대한 조심하라고 강조했다. 가족과도 불필요한 만남이나 함께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 혼자 사는 선수들도 밖에서 외식을 자제하고 야구장 식당이나 집안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게 안전하다라고 강조했다.

야구장 출입 과정에선 철저한 코로나19 검사 과정이 이뤄진다. 야구장 밖 2차 감염 예방이 또다른 과제로 떠올랐다(사진=엠스플뉴스)
야구장 출입 과정에선 철저한 코로나19 검사 과정이 이뤄진다. 야구장 밖 2차 감염 예방이 또다른 과제로 떠올랐다(사진=엠스플뉴스)

이처럼 정규시즌 개막 전엔 2차 접촉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검사 결과 발표 전 훈련 중단 및 자택 대기 조치가 이뤄진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 뒤엔 2차 접촉 관련 가이드라인이 다소 완화될 수밖에 없다. 팀 훈련과 달리 정규시즌 경기는 곧바로 중단 혹은 취소하기가 어려운 상황인 까닭이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만약 정규시즌 도중 선수 가족이 확진자와 2차 접촉을 했을 경우엔 경기를 무조건 중단하거나 취소하긴 어렵지 않을까. 선수가 다른 증상 없이 미열만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규시즌 개막 뒤엔 관련 가이드라인이 다소 바뀔 거로 예상한다. 코로나19 검사로 짧은 기간 자가 격리가 필요한 경우 그 선수의 엔트리 교체 날짜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 개막 전까지 코로나19 감소세와 선수들의 적극적인 예방 노력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만약 향후 선수 확진자가 단 한 명이라도 나온다면 정규시즌 개막 시점은 더 미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장 지도자들과 선수들은 돌다리라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조심 또 조심하고 있다.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뿐만 아니라 가족 간 거리두기도 프로야구선수들에겐 당분간 필수 행동 요령이 될 분위기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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