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3팀 전력 약화로 올 시즌 우승후보 평가받는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 생각은? “다들 빠져나간 선수만 생각하고 새로 온 선수는 생각 안 한다”

-“전력 갖추고 시작해도 시즌 치르다 보면 변수 생겨”

-차분한 LG 선수들, 우승 외치기보단 “지난 시즌보다 나은 성적”

차분하게 시즌을 준비하는 류중일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차분하게 시즌을 준비하는 류중일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올 시즌 LG 트윈스가 싸울 상대는 9개 구단만이 아니다. ‘우승후보’라는 세간의 평가가 주는 부담감과도 싸워야 한다.

시작은 미디어였다. 지난 스토브리그 기간 각종 방송과 활자 매체에서 LG를 향한 ‘우승후보’ ‘대권후보’ 평가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다. 여기에 다른 구단 코칭스태프, 야구 전문가 중에서도 LG를 상위권 후보로 꼽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종의 ‘미디어 하이프(media hype: 매스컴 특유의 의도적인, 과장된 띄워주기)’ 현상이다.

우승을 꼭 해야만 하는 이유도 있다. 올해는 베테랑 박용택의 사실상 마지막 현역 시즌이다. 박용택은 프로 데뷔 이후 아직 한 번도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마침 LG 야구단도 창단 30주년을 맞이했다. 모양새가 그럴듯하다. 만약 이런 의미 있는 시즌에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그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도 없다. 드라마 대본이라면 지나치게 작위적이란 소릴 들을지 모른다.

우승 아닌 ‘지난 시즌 이상의 결과’ 바라보는 LG

이런 평가에 대한 LG 구성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 기간 만난 류중일 감독에게 묻자, 류 감독은 “무슨 우승후보가”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류 감독이 보기에 LG를 향한 ‘우승후보’ 평가는 LG의 전력 상승보다는 상위 3팀의 전력 약화에서 비롯했다. 류 감독은 “두산은 외국인 투수 둘이 바뀌었고, SK도 김광현이 가버렸다. 키움은 제리 샌즈가 갔다”며 “상위권 팀 전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해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원인을 짚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단순한 계산법이다. 류 감독은빠져나간 선수만 생각하고, 새로 오는 선수는 생각 안 하는 것 같다당연히 전력이 떨어지겠지 생각하지만, 오히려 새로 온 선수들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했다.

두산은 새 외국인 투수로 라울 알칸타라와 크리스 프렉센을 영입했고, SK도 리카르도 핀토와 닉 킹엄이 합류했다. 키움은 멀티 플레이어 테일러 모터를 데려왔다. 구관과 신관 중에 어느 쪽이 더 명관일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물론 올 시즌 LG가 탄탄한 전력을 갖춘 건 사실이다. 전력 누수가 있는 상위 3팀과 달리 지난 시즌 전력을 거의 그대로 보존했다.

골칫거리였던 외국인 타자 자리를 거포 로베르토 라모스로 채웠고, 약점인 2루는 베테랑 정근우로 채웠다. 김민성이 시즌 개막부터 정상 컨디션으로 함께 하는 것도 플러스 요인. 류 감독 특유의 탄탄한 수비 야구, 세밀한 팀플레이도 이제는 궤도에 올랐다. 분명 상위권에 도전할 만한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전력을 갖춰놓고 시작해도, 시즌을 치르다 보면 변수가 생긴다”며 경계를 놓지 않았다. LG도 1-2-3선발이 지난 시즌만큼 활약할지, 마무리 2년 차 고우석이 활약을 이어갈지, 새 외국인 타자가 빠른 적응력을 보여줄지, 부상 선수들이 수술 이전의 실력을 회복할지 등 여러 변수가 있다.

류 감독은 “부상 선수도 나오고, 컨디션이 떨어지는 선수도 나온다. 또 기대했던 선수가 나가떨어지거나, 의외의 자원이 들어와 잘해주는 경우도 있다. 여러 가지 변수를 다 봐야 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우승후보’란 수식어가 주는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류 감독이다. 류 감독은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 삼성 시절에도 우승후보란 평가는 “항상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우승후보로 주목받으며 시즌을 시작했다가 기대만큼 성적이 나지 않으면 자칫 심리적으로 쫓길 수 있다.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이 팀 전체를 압박할 수 있다.

LG가 ‘우승도전’ 대신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명석 단장은 MBC 스포츠플러스와 인터뷰에서 몇 등을 하겠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정규리그 3위를 목표로 잡았다. 작년에 4위를 했기 때문에, 3위로 한국시리즈는 한번 경험해야 내년 내후년에도 탄력을 받아서 강팀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당장 올 시즌만이 아닌 앞으로도 꾸준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는 얘기다.

류중일 감독도 신중하다. 류 감독은 “리그 3위를 하고 있다가 1위와 게임 차가 얼마 안 나고 기회가 오면 그때 따라잡아야겠다 아니면 달아나야겠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지금 시점에선 선발, 중간, 대주자, 대타 등 기본적인 전력을 구성해놓고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했다.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맘대로 되는 게 아니란 건 LG 선수들도 잘 안다. 호주 캠프에서 만난 LG 선수들은 말로만 ‘우승’을 외치기보다는 ‘지난 시즌보다 나은 결과’를 목표로 내세웠다. 타일러 윌슨은 “투수로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데 집중하겠다”며 “우리 팀이 마지막에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했다.

차우찬도 “쉽게 얘기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윌슨, 켈리 원투펀치와 마무리 고우석이 작년만큼 해주고 나머지 선수들이 뒷받침한다면 작년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레 3위 이상의 성적을 예상했다.

이천웅은 “당연히 선수라면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도 “시즌 전에는 모든 팀이 다 우승이란 목표를 갖고 올라간다. 상황 상황에 가장 잘 대처하는 팀이 우승하지 않을까. 꼭 이것 때문에 LG가 우승해야 한다는 식으로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정우영도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며 “좋은 투수도 많고 야수진도 좋은 선배님들이 오셨다. 작년보다는 잘할 것 같다. 진짜 좋으면 우승까지 가는 거고, 일단은 가을야구를 오래 할 것 같다”며 지난 시즌보다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LG 선수들은 ‘우승후보’라는 주위 평가에 너무 들뜨지도, 부담감에 짓눌리지도 않은 채 차분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선수들을 보는 류중일 감독도 흐뭇한 마음이다. 류 감독은 감독은 긍정 마인드로 선수들이 잘해주겠지 하고 기대해야 한다뭐 어쩌겠노. 찬물 떠놓고 기도하는 마음이라며 껄껄 웃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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