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복귀 뒤 첫 스프링캠프 소화
-스프링캠프부터 ‘워너비 오승환’ 효과 나온다
-“캐치볼부터 남달라, 보고 배울 점이 정말 많다.”
-베테랑 투수들도 기대하는 돌부처 효과 “시너지 기대”

삼성 투수 오승환은 더 두꺼워진 몸으로 복귀 뒤 첫 스프링캠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삼성 투수 오승환은 더 두꺼워진 몸으로 복귀 뒤 첫 스프링캠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아니 몸이 더 두꺼워져 돌아왔어요.

삼성 라이온즈 정현욱 투수코치는 투수 오승환의 몸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 뒤 기초 운동부터 다시 시작해 몸을 키운 오승환의 몸은 흡사 명산 꼭대기에 놓인 큼지막한 바위와도 같았다. 오승환의 철저한 몸 관리에 이를 지켜보는 팀 동료들의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오랜 국외리그 생활 뒤 지난해 8월 삼성으로 복귀한 오승환은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과정에 있다. 지난해 연봉 6억 원을 받았던 오승환은 올 시즌 옵션 6억 원 포함 최대 18억 원을 받게 된다. 삼성 구단 입장에선 불안했던 마무리 자리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만든 오승환의 복귀다.

돌아온 돌부처 효과는 스프링캠프부터 시작

오승환(왼쪽에서 세 번째)이 캠프 첫 팀 청백전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오승환(왼쪽에서 세 번째)이 캠프 첫 팀 청백전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삼성이 그리는 돌부처 효과는 다가오는 시즌뿐만 아닌 스프링캠프에서도 적용된다. 오승환은 현재 캠프에서 단계적으로 몸을 끌어 올리고 있다. 2월 14일 캠프 첫 불펜 피칭을 소화한 오승환은 천천히 페이스를 조절 중이다. 정현욱 코치도 “어차피 오승환의 1군 복귀 시점은 5월 초다. 굳이 빠르게 공을 던지며 무리하게 오버 페이스를 할 이유는 없다”라고 내다봤다.

캠프에서 만난 오승환은 최근 몇 년 동안 팔꿈치 통증이 걸림돌이었다. 다행히 수술하니까 몸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후련한 느낌이다. 다시 공을 던질 때 불안감은 전혀 없을 거로 믿는다. 수술 뒤 재활 과정에서 단 한 번도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 순서대로 재활 과정을 잘 이어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삼성 투수진은 나이와 연차를 막론하고 ‘롤 모델’인 오승환의 훈련을 유심히 지켜보며 영감을 얻는 분위기다.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쳐 익힌 웨이트트레이닝 보강 운동과 더불어 캐치볼 훈련에서 나오는 공 하나하나에서도 배울 점이 나온단 게 삼성 투수들의 반응이다. 삼성 허삼영 감독도 “자기 관리가 완벽한 오승환을 보고 젊은 투수들이 얻는 점이 많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오승환도 최대한 먼저 후배들에게 다가가 베테랑의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노력한다. 오승환은 어린 후배들이 아직 나를 어려워하는 듯싶은데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양창섭 선수와는 비시즌 개인 훈련도 함께했기에 더 친하게 지내려고 한다. 후배들의 ‘멘토’라기보단 같은 동료니까 재밌게 얘기하고 싶다. 서로 야구 얘길 주고받으면 나도 얻어가는 게 분명히 있다라고 밝혔다.

“캐치볼부터 남달라, 보고 배울 점이 정말 많다.”

후배 투수들은 오승환의 캐치볼 훈련만 봐도 배울 점이 많다며 입을 모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후배 투수들은 오승환의 캐치볼 훈련만 봐도 배울 점이 많다며 입을 모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워너비 오승환’을 마음속에 품은 젊은 삼성 투수들은 오승환을 지켜보며 연신 엄지를 치켜세운다. 확연한 공통점은 ‘캐치볼’이다. 먼저 오승환과 개인 훈련을 소화했던 양창섭은 오승환 선배님과 개인 훈련에서 캐치볼을 해보니까 공 하나라도 대충 던지는 것 없이 전력으로 던지시더라. 캐치볼만 받아도 공이 묵직하단 게 느껴졌다. 또 선배님이 먼저 말 건네주시고 잘 챙겨주신다.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배울 점이 정말 많다. 웨이트트레이닝하는 것만 봐도 몸이 돌덩이라 감탄사만 나온다라고 전했다.

올 시즌 선발진 진입을 노리는 최채흥도 나도 프로 선수지만, 오승환 선배님은 정말 프로들 가운데 프로 선수라는 걸 느꼈다. 캐치볼 느낌 자체도 다르고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게 정말 많다라고 말했다.

캠프부터 선발 경쟁에 돌입한 원태인 역시 오승환 선배님은 캐치볼을 하는 것 자체부터 남다르다. 같이 연습할 수 있단 것 자체가 정말 좋은 기회다. 어렸을 때 우상과 함께 훈련하는 게 정말 꿈인 듯싶다. 베테랑 선배님과 같이 훈련하면서 하나씩 짚어주시는 조언이 크게 와닿는다라며 미소 지었다.

불펜에서 오승환과 함께할 임현준은 불펜 투수들을 잘 이끌어 주실 듯싶어 정말 든든하다. 진짜 다 막아주시지 않을까(웃음). 산전수전을 다 겪으셨으니까 몸 관리부터 원 포인트 레슨까지 큰 도움을 받는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오승환 앞에 등판할 셋업맨 역할이 유력한 장필준도 무뚝뚝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재밌게 얘기하신다(웃음). 질문에 대답을 잘해주시고, 먼저 이런 저런 운동을 해온 경험도 얘기해주신다. 9회에 승환이 형이 있으니까 내가 할 것만 잘하면 될 듯싶다.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편안한 느낌이지 않겠나. 앞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막겠다라고 다짐했다.

왕조 시절 불펜에서 함께 뛰었던 백정현은 이제 선발 투수로서 오승환의 승리 지킴이 역할을 기대한다. 백정현은 (오)승환이 형이 운동하는 걸 보고 잘 배우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 보강 훈련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승환이 형이 알려주셔서 다행이다. 나는 시즌에 돌입하면 승환이 형의 존재감을 제대로 느끼지 않을까. 내가 승리 조건 만들고 내려가면 승환이 형이 지켜주실 거로 믿는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13년 전 한 때 세이브왕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친 우규민도 오승환과의 시너지 효과에 큰 기대를 건다. 2007년 당시 오승환이 시즌 40세이브, LG 트윈스 소속이었던 우규민이 시즌 30세이브를 달성하며 나란히 그해 세이브 1, 2위를 차지했다.

2007년 전반기 땐 내가 세이브 1위였는데 후반기 때 블론세이브를 너무 많이 기록했다(웃음). 승환이 형과 같은 팀에서 유니폼을 입고 만나는 건 처음이다. 같이 훈련하니까 영광이고, 운동하며 배울 점도 정말 많다. 밖에서 봤을 때 승환이 형은 ‘돌부처’ 이미지라 말이 없을 듯싶었다. 그런데 직접 만나니까 후배들에게 먼저 얘길 걸고 웃고 장난치더라. 이젠 힘을 합쳐야 한다. 승환이 형이 돌아오면 8회까지만 잘 막으면 된다. 확실히 불펜진 전체의 부담감이 줄어든다. 분명히 승환이 형과 함께 시너지 효과가 날 거로 믿는다. 우규민의 말이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령 투수인 권오준도 후배 오승환의 합류를 반겼다. 왕조 시절을 경험한 팀 베테랑 투수들이 힘을 뭉쳐 영광을 재현하고 싶단 바람이었다.

권오준은 승환이는 훈련을 같이 하면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선수다. 후배 투수들도 분명히 보고 배울 거고, 선배인 나도 배울 점이 있다. 시즌에 들어가면 팬들이 기대하는 승환이의 공이 나왔으면 좋겠다. 윤성환·권오준·오승환 이렇게 셋이 합쳐 120세라는 얘기 들었다(웃음). 각자 선발·불펜·마무리 위치에 있으니까 팬들의 기대대로 베테랑 투수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으면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물론 젊은 투수들이 ‘워너비 오승환’을 그저 마음속에서만 느끼면 안 된다. 캠프 초반 정현욱 코치는 몇몇 어린 투수에게 오승환 선배가 운동하는 걸 보고 감탄만 하지 말고 비슷하게라도 따라하려고 노력하자라고 강조했다. 캠프에서 후배들을 훌쩍 뛰어 넘는 훈련 강도를 소화하는 오승환·윤성환·권오준 등 베테랑 투수들의 노력을 단순히 흘려보내면 안 된단 뜻이었다. 보고 느낀 다음 실제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삼성이 바라는 돌부처 효과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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