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유니폼 입고 첫 스프링캠프 치르는 정근우

-“분위기 메이커? 오히려 다른 선수들의 열의에 내가 동화되고 있다”

-“다시 2루수 기회 준 LG…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에너지 넘치는 야구 보여드릴 것”

-“목표는 우승, 고참으로서 다시 한 번 우승의 기쁨 누리고 싶다”

호주의 강렬한 태양에 까맣게 탄 정근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호주의 강렬한 태양에 까맣게 탄 정근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호주 시드니]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상쾌한 느낌이고, 야구장에 나오는 것도 행복합니다.

LG 트윈스 내야수 정근우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LG에서 다시 2루수로 뛸 기회가 생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팀을 만났고, 자신을 인정해주는 감독이 있다. 무엇보다 자신을 진심으로 환영해주는 동료들과 함께 야구하는 기쁨이 있다.

지난 시즌 정근우는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외야수는 정근우에겐 빅사이즈 옷처럼 맞지 않는 포지션이었다. 수비 부담이 타격에도 악영향을 끼쳤고, 나중엔 부상까지 겹치면서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하면서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렸다.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의 풍부한 경험과, 특유의 근성있는 야구가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거란 게 LG의 기대다.

LG가 바란 ‘정근우 효과’는 호주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정근우는 특유의 ‘핵인싸’ 기질로 캠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정근우 합류로 LG 캠프 분위기가 예년보다 더 밝고 즐거워졌다는 평가다. 후배들과 식사를 나누며 ‘팀 퍼스트’ 정신을 새기는 것도 정근우의 역할이다. 정근우는 “선수들 마음속에 우승 목표가 있다”며 자신 있게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다.

엠스플뉴스는 LG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LG 선수로 사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는 정근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환영해준 LG 팬들께 감사…기대 어긋나지 않게 활기찬 야구 보여드릴 것”

정근우의 다시 찾은 미소(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정근우의 다시 찾은 미소(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SK와 한화 시절 주로 일본에서 캠프를 보냈잖아요. 호주에서 스프링캠프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호주에 처음 와봐요. (웃음) 선발대로 왔을 때는 날씨가 매우 더웠는데, 지금은 기온이 조금 내려가면서 훈련하기 좋아졌습니다.

첫 호주 캠프이자 LG 선수로 치르는 첫 스프링캠프입니다. 직접 와서 보니 LG 캠프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류중일 감독님께서 편안하게 잘 해주시고, 코치님들도 너무 잘해주셔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선수들이 거부감 없이 정말 잘 대해준 덕분에, 빠르게 LG 선수단의 일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LG 캠프의 새로운 분위기 메이커라는 칭찬이 여기저기서 들리던데요.

(손사래를 치며) 아니예요. LG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선수가 저 말고도 많아요. 거기 함께 어울리다 보니까 저 역시도 원래 성격대로 재밌게 지내고 있는 거죠. 또 LG 선수들 모두가 열심히 하고, 하고자 하는 의욕도 강하거든요. 선수들의 강한 의지에 동화돼서 저 또한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밖에서 본 LG는 어떤 이미지였습니까.

작년 한화에 있을 때 본 LG는 여러 가지로 활기차고, 분위기가 좋은 팀이었어요. 실제 안에 들어와서 보니까 후배들이 다들 밝고 활기차고 예의도 바르더라고요. LG에 와서는 아침에 일어날 때도 상쾌한 느낌이고, 야구장에 나오는 것도 행복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웃음).


정근우 선수의 합류를 기뻐하는 LG 팬이 많습니다. 반대로 한화 팬들 사이에선 정근우 선수를 떠나 보내서 아쉽다는 반응이 많던데요.

(크게 웃으며) 한 사람의 야구선수로서 정말 감사한 일이죠. 한화에 있을 때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야구했기 때문에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LG 팬들께서도 그런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환영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고요.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에너지 넘치는 야구를 보여드려야죠.

“LG 내야, 누구 하나의 자리가 아닌 ‘모두의 자리’”

오랜만에 다시 2루수 수비 훈련을 해보니 어떻던가요.

되게 오랜만이죠. 처음에 2루에 갔을 때는 긴장도 되고, 떨렸어요.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다시 2루수 자리에서 펑고를 받게 돼서 감회가 새롭고, 에너지가 샘솟는 느낌입니다.

그 정도인가요.

재미있어요. 너무 재밌고요. 뭐랄까, 이제 숨을 쉬는 느낌이랄까요(웃음). 정말 행복합니다.

한화에선 정근우에게 2루수를 맡기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LG에선 아직도 충분히 2루수를 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둘의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자세를 고쳐 앉으며) 한화에서도 제게 기회를 안 준 건 아닙니다. 기회를 줬을 때 제가 실책을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다만 LG에서는 그런 부분까지 다 알고서도 제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셨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이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올 시즌 경기장에서 한화를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겠죠. 전에도 SK에서 한화로 팀을 옮겨본 경험이 있잖아요. 이제는 LG 소속이니까, 열심히 경기에 임할 생각입니다.


현역 시절 최고의 내야수였던 류중일 감독, 유지현 수비코치도 정근우 선수의 수비 솜씨가 아직 녹슬지 않았다고 칭찬하더군요.

류 감독님도 유 코치님도 제가 어릴 때부터 야구하는 걸 쭉 보셨던 분들이잖아요. 제 장점도 아시고, 부족한 부분도 잘 알고 계세요.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 좋을지 소통하면서 잘 만들고 있습니다. 또 몰랐던 부분도 새로 배우고 있어요.

정근우 같은 베테랑도 몰랐던 부분이 있습니까.

풋워크라든지, 저도 모르게 플레이할 때 조금 급했던 부분이라든지……스텝을 조금 멈추고, 물러나고. 그런 것들을 소통하면서 알아가고 있습니다.

팀 내 어린 후배 내야수들과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습니까.

후배들과 함께 훈련해보니 확실히 다들 실력들이 대단합니다. 다들 잘해요. 제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고, 마음의 문을 열어줘서 고마운 부분도 있어요. 후배들과 식사 자리에서 그런 얘길 한 적이 있어요. (내야를 가리키며) 저기가 내 자리가 아닌 누구의 자리가 되든 간에 우리가 다 같이 위로 올라가고 팀이 잘할 수 있게 해보자. 누구의 자리보다는 ‘모두의 자리’로서 열심히 해보자고요.

2루수 자리가 다른 선수의 차지가 돼도 관계없나요.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니까요. (정)주현이랑도 얼마 전 식사하면서 얘기했어요. ‘난 내가 아닌 네가 나가도 잘하면 큰 박수를 보낼 거다’라고요. 주현이도 제게 항상 응원한다고 얘길 해줬고요. 선수들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분명히 잘해낼 거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제 개인 욕심보다는 팀 전체로 봤을 때 욕심을 내 볼 만한 시즌이란 생각입니다.

정근우 선수 합류로 보다 근성 있고, 독하고, 악착같이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정근우 야구’가 LG에 이식될 거란 기대도 생깁니다.

선후배 간에 격을 줄이면서, 야구장에서 활기찬 플레이를 하게끔 유도하는 게 선배로서 제 몫이라 봅니다. 후배들이 그런 분위기를 잘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사람의 선수로서 열심히 뛰고 화이팅 하려고요.

‘우승 만랩’ 정근우의 자신감 “LG 목표요? 당연히 우승이죠”

올 시즌 LG의 목표는 어디까지입니까.

당연히 우승입니다.

류중일 감독님과 차명석 단장님은 선수들에게 부담을 줄까 싶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승이라는 언급을 자제하시던데요.

LG의 레전드 박용택 형이 은퇴하는 시즌이잖아요. 그에 따르는 동기부여가 있습니다. 또 지난해 가을야구를 경험하면서 선수들 마음속에 우승이란 목표가 생긴 것 같습니다. LG 캠프는 처음이지만, 단지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닌 우승을 위해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SK 시절 수많은 우승을 직접 경험해봤잖아요. 스프링캠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팀 구성원만이 갖는 느낌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올해 LG 캠프도 그런 ‘느낌’이 옵니까.

지금 우리 팀 어느 포지션을 봐도 큰 마이너스가 되는 자리가 없어요. 연습하면서 사소한 플레이나 팀플레이, PFP(Pitcher’s Fielding Practice) 같은 부분들이 너무나 기계처럼 딱딱 맞아 떨어지고, 물 흘러가듯이 잘 흘러갑니다. 사소한 것부터 기본기가 잘 돼 있는 팀이란 생각이 들어요. 분위기만 잘 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우승을 해봤는데, 그래도 우승하면 기쁜 건 마찬가지겠죠?

SK 시절엔 제가 너무 어릴 때였어요. 정신도 없었고, 오래돼서 이제는 어떤 느낌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해요(웃음). 그래서 예전 영상도 다시 돌려보고 합니다. 그때 그 기분을 고참이 된 지금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어요. 이렇게 화목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뭔가를 이루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느껴보고 싶고요. 또 LG 창단 30주년인 만큼 우승을 맛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정근우의 야구 인생에서 LG는 특별한 팀으로 남게 될 겁니다.

SK에선 야구를 배웠고, 한화에서는 인생을 배웠습니다. 이제 LG에서는 우승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꼭 이루고 싶은 마음입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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