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스토브리그 데뷔전 치른 정민철 단장

-“단장은 가교 역할…가교 역할에 충실했던 게 스토브리그 잘 진행한 비결”

-“내부 FA 전원 잔류…선수들 팀 충성도 확인해 자긍심 느껴”

-“리빌딩 원트랙은 어렵다…신뢰 바탕으로 올 시즌 가을야구 갈 것”

정민철 한화 이글스 단장(사진=엠스플뉴스)
정민철 한화 이글스 단장(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우리 선수들의 팀에 대한 충성도는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올겨울 내부 FA 협상 과정에서도 선수들이 얼마나 우리 팀을 걱정하고 팀을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것을 얻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올겨울 스토브리그 데뷔전을 성공리에 치른 정민철 한화 이글스 단장. 2차 드래프트와 트레이드, 방출선수 영입으로 뎁스를 강화했고 내부 FA(자유계약선수)들과도 원만한 협상 끝에 전원 계약에 성공했다. 덕분에 한화는 지난해보다 훨씬 탄탄해진 전력으로 2020시즌 재도약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한화는 2월 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이다. 애리조나는 한화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99년 스프링캠프를 차렸던 약속의 땅이다. 이제는 선수가 아닌 단장으로 다시 애리조나를 찾은 정 단장은 캠프 현장을 방문한 MBC 스포츠플러스 취재진과 만나 스토브리그 데뷔전 소감과 올 시즌 한화 전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선 정 단장은 ‘해설위원과 단장 가운데 어느 쪽이 힘든가’란 질문에 “단장이 된 지 이제 넉 달째인데 뭐가 더 힘들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해설도 어려웠고, 지금 하는 일도 어렵다. 정답은 ‘삶은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유머러스한 답을 내놨다.

단장의 역할에 대해선 ‘가교’란 한마디로 정의했다. 정 단장은 이 자리야말로 가교 역할이 중요한 자리다. 선수들과 프런트의 생각, 중간에서 균형을 잘 맞추는 게 이 자리인 것 같다제가 구단 밖에서 느꼈던 것들을 현장에 들어와서도 큰 이질감 없이 할 수 있었던 건 가교 역할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나마 스토브리그가 잘 진행됐던 것 같다고 했다.

같은 한화 레전드 출신인 한용덕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선 “의견이 좀 더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은 분명하다”면서도 “제가 맡은 이 자리는 과거 관계와는 별개인 것 같다”고 했다.

“저도 냉철한 결정을 해야 하는 위치고, 감독님도 결정하는 자리기 때문에 서로 의견이 상충할 수도 있다. 과거의 관계가 지금 이 시점에서 큰 작용을 할 것 같진 않다.” 개인적인 친분이나 감정이 단장 일을 하는데 영향을 주지 않게 하려는 정 단장의 신념이다.

정 단장이 생각하는 한화의 장점은 ‘분위기’다. 정 단장은 “우승은 한 번밖에 없지만 그런데도 선수들의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며 “가족 같은 분위기가 팀의 장점이고, 신뢰가 장점이다. 그런 부분은 어느 누가 지휘봉을 잡아도 계속 유지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정우람, 김태균, 이성열, 윤규진 등 내부 FA 전원 계약에 성공한 비결도 한화 특유의 ‘충성도’와 관련이 있다. 정 단장은 “의견이 다 일치할 순 없다. 선수들이 원하는 (계약) 사이즈도 있고 구단이 원하는 사이즈도 있다”면서도 “우리 팀 선수들은 팀에 대한 충성도가 굉장히 높은 선수들이다. 그래서 큰 실랑이 없이 계약할 수 있었다는 데 굉장히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선수들이 얼마만큼 우리 팀을 걱정하는지, 얼마나 팀 생각을 많이 하는지 느꼈다. 그런 부분에 있어 저는 얻은 것이 대단히 많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정 단장의 말이다.

선수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에 대한 언급에서도 잘 나타난다. 정 단장은 롯데 상대로 지성준-김주현을 보내고 장시환-김현우를 받아온 2대 2 트레이드에 대해 “우리가 원했던 선수고, 충분히 자체 검증을 해서 데려온 선수들”이라며 “성패를 떠나 옳다 그르다 말하기 싫다. 우리 선수고, 우리가 원했던 선수다. 끝까지 한화에서 좋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 힘줘 말했다.

올 시즌 한화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단장 자리에 와보니까 특정 선수 이름을 거론하기 꺼려진다. 특정 선수에 대해 ‘기대한다’고 말하면 자칫 편애하게 될 수가 있다”며 “모든 젊은 선수들이 다 기대된다”고 했다.

해설위원 시절부터 정 단장은 “KBO리그에 메이저리그식 리빌딩은 맞지 않다”는 뚜렷한 소신을 밝혀 왔다. 올 시즌 한화에 대해서도 정 단장은 “KBO리그 구조상 (리빌딩) 원트랙은 어렵다. 모든 구단이 투트랙으로 간다”며 “리빌딩이라는 단어 때문에 자칫 착각하기 쉬운데, 바뀐다고 다 리빌딩이 아니다. 성적도 내면서 점진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리빌딩이라 생각한다”고 여전한 소신을 말했다.

한화의 올 시즌 목표도 리빌딩이 아닌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정 단장은 한화의 장점인 신뢰를 바탕으로 올 시즌 가을야구를 꼭 갈 것이라며 얼토당토않은 선언이 아니다. 그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달려가야 할 것 같다. 시즌이 되면 그동안 어떤 고민을 했는지 아실 수 있을 것이라 자신 있게 말했다.

한편 인터뷰를 진행한 박재홍 해설위원은 “캠프를 둘러보고 올 시즌 한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올 시즌 한화의 선전을 예상했다.

박 위원은 “이용규가 절치부심해 준비를 많이 했다. 살도 많이 뺐고, 주장 완창을 찼기 때문에 올해 활약이 기대된다. 김태균도 이용규와 함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하는 선수”라며 “둘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다면 올 시즌 한화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정리=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