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는 총액을 양보했고, 롯데는 계약기간을 양보했다.

전준우(사진엠스플뉴스)
전준우(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와 FA(자유계약선수) 전준우의 계약은 ‘양보’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롯데 내부 관계자의 얘기다. 무슨 뜻일까.

전준우는 지난해 11월 FA 시장 개장 뒤 소속 에이전시를 통해 협상을 진행했다. 전준우의 둥지로 여러 팀이 거론됐다. 전준우와의 계약을 적극적으로 추친한 팀도 있었다. 하지만, 해가 넘어가도 전준우의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모 구단 운영팀장은 “지난해 2차 드래프트가 변곡점이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외야 자원을 영입한 팀들이 몸값이 비쌀 것으로 예상된 전준우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준우는 지지부진한 협상 흐름 속에서 최근 에이전시와 계약을 해지하고서 자신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고자 했던 전준우는 자신이 관철하고자 했던 계약 총액을 구단에 양보했다. 스스로 협상의 물꼬를 튼 것이다. 합리적인 계약을 추진하던 롯데는 전준우가 계약 총액을 양보하자 보장액과 계약 기간을 양보했다. 일방적으로 구단안을 고집하던 이전의 롯데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었다.

특히나 롯데는 선수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관행처럼 하던 불필요한 언론 플레이를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선수 의견을 끝까지 들으면서 조심스럽게 의견을 조율했다.

설득과 양보가 주효한 것일까. 전준우는 1루수 출전을 원하는 구단 요청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관계자는 “전준우의 기본 의식 자체가 ‘팀이 먼저’라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 나눌 수 있었다”며 “전준우처럼 실력과 프로정신 모두가 뛰어난 선수와 계약하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롯데와 전준우는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다. 되레 서로의 자존심을 챙겨주면서 실익을 챙겼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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