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포스팅 신청한 김광현, 연일 소식 쏟아내다 세인트루이스와 계약

-반면 김재환은 아직 무소식…윈터미팅 끝난 뒤에도 여전히 잠잠

-2019시즌 부진한 한 해 보낸 뒤 뒤늦게 포스팅 신청, 미국 구단이 파악할 시간 부족해

-김재환 포스팅 결과, 두산 내년 전력 구성과도 밀접한 연관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김재환(사진=엠스플뉴스)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김재환(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옛 속담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했던가. 하지만 적어도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에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티에서 실시간으로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세상에서 무소식은 그냥 무소식으로 끝날 때가 많다. 뭔가 좋은 소식이 있을 때는 그전에 아주 희미한 빛이라도 보이거나, 작고 미세한 연기라도 피어오르게 되어 있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신청한 김광현과 김재환 사례만 봐도 그렇다. 12월 18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2년 800만 달러)한 김광현은 포스팅 신청 이후 연일 새로운 소식을 쏟아냈다. 미국 현지 매체에서 김광현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고, 구단 고위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반면 김재환은 포스팅 신청 이후 이렇다 할 뉴스 업데이트가 없다. 포스팅 당시 나왔던 켄 로젠탈의 언급이 처음이자 마지막. 그 이후로는 미국발 소식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일본 외야수 츠츠고 요시토모가 탬파베이와 계약(2년 1200만 달러)하고, 아키야마 쇼고도 4개 구단과 교섭 중인데 김재환은 루머조차 없는 상황이다.

윈터미팅 참석자 “현지에서 김재환 질문 거의 못 받아”

김재환은 2016시즌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때려낸 슬러거다(사진=엠스플뉴스)
김재환은 2016시즌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때려낸 슬러거다(사진=엠스플뉴스)

실제 현지 분위기는 어떨까. 여러 관계자와 스카우트의 말을 종합하면, 그리 긍정적이진 않은 상황이다.

윈터미팅에 참석했던 한 야구 관계자는미국 관계자들이 김광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질문도 하고, 꽤 많은 관심을 보였다. 좋은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면서도 김재환에 대해선 딱히 물어보는 관계자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내셔널리그 구단 스카우트도 “보통 한국 선수가 시장에 나오면 다른 구단 관계자들이 이것저것 물어보곤 하는데, 아직 김재환에 대해서는 질문한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이 스카우트는 주로 질문이 나오는 대상으로 김광현과 내년 포스팅 예정인 김하성을 꼽았다.

포스팅 신청 당시엔 아메리칸리그 몇몇 구단에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영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아메리칸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아무래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구단에서는 김재환을 영입해도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FA(자유계약선수)가 아닌 포스팅인 것도 영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 했다.

내셔널리그 구단 관계자는 “스카우트들이 관심을 갖는다고 다 실제 영입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스카우트들이 KBO리그를 꾸준히 관찰하면서 김재환에 관심을 가졌을 수는 있다. 지난해까지 좋은 활약을 펼친 만큼, 영입을 건의하는 보고서를 올린 구단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영입까지 이어지려면 구단 결정권자들이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고, 크로스체킹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아직 김재환에 대해선 그런 과정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몇몇 구단 단장, 부단장급 인사에게 ‘김재환 영입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대부분 계획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모든 구단에 물어본 게 아니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라 전했다.

미국 진출 선언도, 포스팅 신청도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게 원인이다. 한 내셔널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김재환의 포스팅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전혀 생각도 못 했다. 놀랍다”는 반응부터 보였다. 포스팅 신청부터 마감까지 30일 안에 김재환이란 선수를 파악하고 검토하고 영입하는 과정을 벼락치기로 진행해야 하는데, 미국 구단이 일하는 시스템을 생각할 때 쉽지 않은 이야기다.

부진한 시즌을 보낸 뒤 포스팅을 신청한 게 마이너스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 스카우트는 아무래도 선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최근 성적이나 영상을 보게 되는데, 김재환은 2019시즌에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그러다 보니 구단들로선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2017시즌 35개, 2018시즌 44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김재환은 2019시즌 홈런 개수가 15개로 뚝 떨어졌다. 덜 날아가는 공인구 여파 속에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고, 높은 패스트볼 공략에 어려움을 겪으며 장타 생산이 줄어들었다. 앞의 스카우트는 “수비에서 약점이 뚜렷한 만큼, 타격에서 확실한 강점을 어필해야 하는데 올 시즌에는 김재환의 장점이 잘 부각되지 않았던 게 아쉬웠다”고 전했다.

슈퍼 에이전시 CAA 파워, 김재환 포스팅 ‘반전’ 만들까

김재환의 메이저리그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김재환의 메이저리그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물론 아직 포스팅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잠잠하던 세인트루이스가 별안간 김광현 행선지로 떠올라 계약에 도달한 것처럼, 김재환 역시 보름여의 남은 기간 극적인 반전이 생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김재환은 이번 포스팅과 함께 미국 대형 에이전시인 CAA(Creative Artists Agency)와 손을 잡았다. CAA는 2017년 오타니 쇼헤이의 포스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은 물론 제이콥 디그롬, 버스터 포지, 트레아 터너, J.T 리얼무토 등 여러 슈퍼스타를 보유한 매니지먼트사다.

지방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현지 에이전시에서 남은 기간 적극적으로 김재환 프로모션에 나선다면, 적어도 ‘무응찰’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소수의견’을 내놨다.

이 스카우트 담당자는 “일단 미국 진출해 성공해 충분한 기회가 주어질 경우, 김재환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줄 거라고 본다. 특유의 부드럽고 빠른 스윙은 반발력 높은 미국 공인구와 만나면 많은 장타를 생산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극심한 비난 여론에 시달렸지만 미국에선 심리적 부담을 덜고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물론 김재환에게 오퍼하는 구단이 나온다고 해서 반드시 계약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김재환과 두산은 사전에 포스팅 금액 기준선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찰하는 구단이 없거나 제시액이 기준보다 낮을 경우엔, 메이저리그 도전을 접고 두산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김재환의 포스팅 결과는 두산의 내년 시즌 전력 구상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두산은 2019시즌 ‘최다안타 1위’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아직 재계약하지 않았다. 김재환 포스팅 진행을 지켜본 뒤, 만약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외국인 타자 교체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미 검증이 끝난 타자 페르난데스 대신 새로운 타자를 영입하는 건 아무리 외국인 선수 맛집 두산이라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조시 린드블럼 미국 진출, 세스 후랭코프와 재계약 결렬로 외국인 투수 두 자리를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타자까지 바꾸는 건 큰 모험이다. 하지만 김재환이 내년에도 남을 경우, 적어도 야수 쪽에선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전력으로 2020시즌을 맞이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김재환의 무소식은 이대로 배드엔딩으로 끝날까. 아니면 무소식 끝에 누구도 예상 못 한 희소식이 기다리고 있을까. 포스팅 마감을 알리는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간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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