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고개 든 브룩스 레일리, 멜 로하스 미국 진출설

-존 모로시 트윗이 발단…복수 ML 구단이 관심 보인다고 전해

-정규시즌 레일리, 로하스에 관심 보인 구단 거의 없었다…실제 영입 가능성은 희박

-“재계약 협상 중에 몸값 높이려는 언론플레이” 주장도

레일리와 로하스의 미국 진출설이 별안간 고개를 들었다(사진=엠스플뉴스)
레일리와 로하스의 미국 진출설이 별안간 고개를 들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재계약 협상 중인 효자 외국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관심설’.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실현 가능성 낮은 에이전트 쪽의 ‘희망 사항’에 가깝다.

발단은 미국 미디어 ‘MLB 네트워크’의 간판 기자 존 모로시의 트위터였다. 모로시는 12월 10일(한국시간) “롯데에서 5시즌 동안 뛰었던 브룩스 레일리에 관심을 보이는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나타났다”고 외쳤다. 모로시는 12일에도 “멜 로하스 주니어가 복수의 메이저리그 팀으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내년 시즌 잔류가 유력해 보였던 레일리, 로하스의 ML 진출 가능성이 별안간 고개를 든 이유다.

모로시는 앞서 케이시 켈리에 대해서도 10일 “LG에서 활약한 켈리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켈리는 몇 시간 지나지 않아 LG 트윈스와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여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레일리와 로하스 역시 미국 팀의 ‘관심’이 실제 ‘영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레일리, 로하스 미국 진출? “에이전트 희망 사항”

5시즌 동안 롯데에서 활약한 레일리. 내년 시즌에도 롯데에 남을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5시즌 동안 롯데에서 활약한 레일리. 내년 시즌에도 롯데에 남을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최근 KBO리그 외국인 선수의 메이저리그 역수출 사례가 늘고 있다. 에릭 테임즈의 대형 계약을 시작으로 메릴 켈리도 2018시즌을 마친 뒤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고, 최근엔 조시 린드블럼이 두 번째 미국 재입성에 성공했다.

외국인 선수의 역수출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우선 리그를 지배할 정도의 활약을 펼치고, 아시아 지역 파견 스카우트들이 꾸준히 경기장을 따라다니며 관찰하는 단계가 이어진다. 스카우트들이 보고서를 올리면 지역 코디네이터를 거쳐 부단장, 단장 등 결정권자까지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번 크로스체크를 거치고 영입할 선수 명단을 압축해 나간다.

이 때문에 실제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영입할 생각으로 주시하는 선수는 소문이 나게 돼 있다. 2019시즌엔 린드블럼과 김광현, 앙헬 산체스가 주요 대상자였다. 스카우트에 따라서는 지난해부터 타일러 윌슨을 꾸준히 지켜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레일리나 로하스가 레이더에 포착됐다는 이야기는 거의 나온 바가 없다. LG 켈리 역시 마찬가지. 일부 스카우트가 호의적 평가를 했을진 몰라도 실제 영입 대상으로 분류했을 가능성은 낮은 이유다. 한 ML 구단 스카우트는 레일리는 나 개인적으로도 좋게 보는 선수다. 하지만 구단에 영입해야 한다는 보고를 올리진 않았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밝은 야구 관계자는 “관심과 흥미는 전혀 다르다”며 린드블럼이나 김광현에 대한 미국 구단의 반응 정도는 돼야 ‘관심’이라 표현할 수 있다. 이번에 이름이 나온 선수들은 관심보다는 ‘흥미’ 정도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라 했다.

레일리와 로하스의 메이저리그행 가능성이 낮은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그간 미국으로 ‘역수출’된 선수들은 리그를 지배하는 수준의 활약을 펼쳤다. 테임즈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린드블럼도 올 시즌 20승을 거두며 MVP와 투수 골든글러브를 석권했다.

메릴 켈리 역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고, 스카우팅 측면에서 패스트볼 구위나 변화구 구질이 충분히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에 좋은 계약으로 이어졌다. 이는 미국 진출을 앞둔 김광현도 마찬가지다.

반면 레일리, 로하스, LG 켈리는 좋은 선수지만 테임즈, 린드블럼 수준은 아니다. 레일리는 우타자 상대 고질적인 약점으로 한계가 뚜렷하다. 로하스는 해마다 수비와 기동력이 하락해 타격 원툴 선수가 됐다. LG 켈리는 2019시즌 눈부신 활약을 펼쳤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빅리그에서 통하지 않았던 선수다. 다시 빅리그 팀이 확신을 갖고 영입하기까지는 좀 더 검증 기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재계약 협상 중에 나온 ‘미국팀 관심’ 주장이 ‘에이전트의 언론플레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밝은 야구 관계자는 레일리, 로하스, 켈리에 대해 실제 미국에서 영입하려는 팀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셋 중에는 오히려 소속팀과 재계약을 걱정해야 할 선수도 있는데 메이저리그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라 했다.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참가 중인 야구 관계자도 “내가 아는 한 레일리 영입을 추진하는 구단은 없다. 만약 영입을 한다 해도, 좋은 계약은 아닐 것”으로 내다봤다. 그보단 재계약 협상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로하스는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던 2018시즌 이후에도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내는 데 실패한 바 있다.

정작 미국 구단의 관심을 받는 선수는 따로 있다. 윈터미팅에 참가 중인 관계자는 “미국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김하성 얘기가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아직 포스팅까지는 1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공격력과 수비력을 볼 때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란 평가다. 진짜 ‘관심’과 단순 ‘흥미’의 차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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