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외국인 선수 보유한 상위권 구단, 국외 유출이 걱정

-두산 린드블럼 메이저리그 진출 타진…외국인 투수 둘 다 바꾼다

-프렉센 영입으로 한 자리 채워, 나머지 한자리는 새 얼굴과 알칸타라 중에 고민

-페르난데스와도 결별 가능성…키움도 샌즈 교체 카드 만지작

두산의 우승을 이끈 외국인 트리오(사진=두산)
두산의 우승을 이끈 외국인 트리오(사진=두산)

[엠스플뉴스]

흔히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를 ‘전력의 반’이라 한다.

외국인 선수가 너무 못하면 당연히 문제가 된다. 2019시즌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 침몰한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면 외국인 선수 셋이 모두 좋은 활약을 펼친 팀(두산, SK, 키움)은 시즌 끝나는 날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다. 외국인 투수 듀오가 맹활약한 LG도 4위, 드류 루친스키와 교체 외국인 선수가 활약한 NC도 5위로 가을야구에 성공했다.

그렇다고 외국인 선수가 ‘특급 활약’을 해준 팀들이 아무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외 프로구단과의 경쟁은 물론,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치솟는 몸값이 문제다.

이제 KBO리그 초특급 선수를 잡으려면, 이제 일본프로야구는 물론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도 경쟁해야 한다. 2019시즌 미・일 스카우트들은 김광현 하나만 따라다니지 않았다. 조시 린드블럼, 앙헬 산체스, 타일러 윌슨의 경기도 꾸준히 따라다니며 관찰했다. 이 중에 린드블럼과 산체스는 시즌 뒤 실제로 국외리그 행을 택했다. 못하는 선수와 작별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제는 너무 잘하는 선수와도 작별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다.

챔피언 두산, 외국인 선수 셋 다 바꾸나

두산 합류 가능성이 생긴 알칸타라와 두산을 떠난 후랭코프(사진=엠스플뉴스)
두산 합류 가능성이 생긴 알칸타라와 두산을 떠난 후랭코프(사진=엠스플뉴스)

챔피언 두산 베어스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외국인 원투펀치를 둘 다 떠나보냈다. ‘투펀치’ 세스 후랭코프와 일찌감치 작별한 데 이어, 20승 투수 조시 린드블럼과도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후랭코프는 지난 2년간 잦은 부상과 부족한 이닝 소화 능력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메이크업’이 좋지 않다는 평가도 많았다. 린드블럼도 시즌 내내 미국 스카우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메이저리그 재도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컸다.

이에 외국인 투수들과 이별을 예감했던 두산은 시즌 종료와 함께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 결과 12월 8일, 국내 복수 구단이 영입을 검토했던 크리스 프렉센(Chris Flexen)을 총 100만 달러에 영입해 외국인 투수 한 자리를 채웠다.

나머지 한자리는 새 얼굴과 재활용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필립 오몽, 드루 가뇽 등 이미 이름이 나왔던 후보를 포함해 다양한 선수를 리스트에 올려놓고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무리 외국인 투수 맛집 두산이라도 외국인 투수진 두 자리를 전부 새 얼굴로 채우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 KBO리그에 처음 오는 외국인 선수는 실력 외에도 ‘적응력’이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2019시즌을 앞두고 브룩스 헤일리, 조 윌랜드, 제이콥 터너는 전문가들의 극찬을 받았지만, 실제 성적은 탐션스럽고 마야스러웠다.

이에 두산은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 라울 알칸타라를 함께 후보군에 올려놓고 저울질하는 중이다. 알칸타라는 2019시즌 수도권 구단에서 활약하며 27경기 11승 평균자책 4.01로 이닝이터 능력을 선보였다.

150km/h대 하이 패스트볼이 주무기인 알칸타라는 외야 뜬공 비율이 높아 넓은 구장과 강한 외야진을 갖춘 두산과 잘 어울린다. 다만 상위권 구단(특히 LG) 상대 3승 8패로 약했고, 확실한 변화구가 없어 한계점이 뚜렷하단 평가도 있다.

두산 관계자도 최근 알칸타라 측과 계속 대화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구단 내부적으로 잠실구장 및 우리 수비진과 함께 던질 알칸타라를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 기간과 연말 사이에 알칸타라와 다른 후보들을 놓고 계속 고민할 듯싶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수에 더해 타자까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물론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기량 자체만 놓고 보면 바꿀 이유가 없는 선수다. 리그 최다안타 1위에 0.344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다음 시즌에도 변함없이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하지만 주포 김재환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신청으로 페르난데스의 거취에도 변수가 생길 전망이다. 두산 관계자는 만약 김재환이 팀에서 빠진다면 홈런 생산에서 큰 문제점이 생길 거로 본다. 김재환이 메이저리그 팀에 입단하면 거포 자원까지 두루 살펴볼 계획이라 밝혔다.

2019시즌 페르난데스는 1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많은 홈런보다는 정확성에 초점을 맞춘 타격을 하는 선수다. 포지션도 외야수가 아닌 지명타자와 1루수로 제한돼 있어, 김재환의 빈 자리를 준비하는 두산으로선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 역시 투수만큼이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처음 KBO리그를 밟는 외국인 타자는 어떤 성적을 기록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두산만 해도 2018시즌 야심차게 영입한 지미 파레디스의 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기억이 뚜렷하다. 당시 실패를 바탕으로 타격 정확성이 뛰어난 페르난데스를 영입해 성공을 거둔 두산이다. 장타에 초점을 맞춘 외국인 타자는 그만큼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두산 관계자는 “김재환의 포스팅 기간이 끝날 1월 초까진 외국인 타자 계약이 완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 타자 영입을 길게 보고 추진할 뜻을 밝혔다.

특급 외국인 선수의 치솟는 몸값…100만 달러 선수와 ‘가성비’ 비교

페르난데스는 2019시즌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사진=엠스플뉴스)
페르난데스는 2019시즌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사진=엠스플뉴스)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몸값도 초특급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팀의 고민이다. 두산은 2019시즌 외국인 선수 3명의 몸값 합계 385만 달러로 10개 팀 중에 1위를 차지했다. 만약 2020시즌 세 선수를 전부 재계약할 경우, 총액 400만 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높았다.

린드블럼의 2019시즌 몸값은 인센티브 포함 총 192만 달러.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선수 3명(190만 달러)의 몸값을 합한 것보다 큰 액수다. 20승 시즌을 보낸 린드블럼은 2020시즌 재계약시 더스틴 니퍼트의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액(210만 달러) 기록 경신이 확실시됐다. 이는 외국인 선수 두 명을 새로 데려올 수 있는 액수다.

키움이 총 140만 달러를 주고 기용한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요키시의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 합계는 7.9승으로 린드블럼(6.86승)보다 높았다. WAR 2.59승을 올린 후랭코프의 2019시즌 몸값만 해도 123만 달러로 브리검+요키시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잘하는 선수에게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건 당연하지만, 어느 선을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구단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새 외국인 선수 영입과 비교해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 특히 100만 달러 상한제가 도입된 2018시즌 이후부터는 더 그렇다.

페르난데스는 2019시즌을 앞두고 총액 70만 달러의 절반이 인센티브인 특이한 계약을 맺었다. 워크에식에 의문부호가 있는 선수를 대상으로 인센티브 비중을 높여 동기부여를 꾀한 두산이다. 페르난데스는 2019시즌 최고의 활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였다. 재계약을 추진할 경우, 이번에도 선수가 인센티브 위주의 불리한 계약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만약 두산이 외국인 선수 셋을 전부 새 얼굴로 채울 경우, 몸값 총액은 400만 달러 이상에서 300만 달러 이하로 확 줄어든다. 구단으로서는 100만 달러 이상을 세이브할 수 있다. 어차피 린드블럼의 국외 진출을 막을 수 없고, 후랭코프에게 붙은 의문부호를 생각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다. 대신 새로 데려온 외국인 선수가 실패하는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고민은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키움도 마찬가지. 외국인 투수 요키시, 브리검과 재계약한 키움은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와는 아직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 샌즈는 2018시즌 10만 달러, 2019시즌 50만 달러를 받으면서 리그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올겨울엔 성적에 걸맞은 몸값을 받고 싶은 선수와, 저비용 정책을 유지하려는 구단의 생각이 엇갈리며 계약이 늦어지고 있다. 메디컬 이슈를 놓고도 선수 쪽과 구단의 판단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은 새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데 두려움이 없는 팀이다. 다른 구단보다 적은 금액으로 수준급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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