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LG 트윈스와 4차 협상에서 ‘백지위임’ 의사 전달

-세 번째 협상 끝난 뒤 집중포화…무리한 조건 요구’ 비난에 시달려

-“LG에 대한 애정, 하루빨리 운동에 전념하고 싶은 마음에 백지위임 결정”

-백지위임,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기는 협상 전략…LG는 어떤 조건 제시할까

FA 오지환이 원 소속팀 LG 트윈스에 계약 관련 백지위임 의사를 전했다(사진=LG)
FA 오지환이 원 소속팀 LG 트윈스에 계약 관련 백지위임 의사를 전했다(사진=LG)

[엠스플뉴스]

FA(자유계약선수) 오지환이 ‘백지위임’ 승부구를 던졌다. 모양새는 백기 투항이지만 실제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협상 전략이다.

LG 트윈스 관계자는 12월 5일 오지환이 오늘 오후 협상에서 FA 계약 관련 구단에 백지위임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오지환 에이전트도 “오늘 네 번째 협상에서 선수의 백지위임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고 알렸다.

오지환의 에이전트는 백지위임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LG에 대한 선수의 애정과, 팀에 남고 싶은 의지가 워낙 강했다. 하루라도 빨리 계약한 뒤 운동에 전념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며 “상의 끝에 계약을 구단에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백지위임’ 공 받은 LG, 오지환에 어떤 조건 제시할까

차명석 단장과 오지환(사진=엠스플뉴스)
차명석 단장과 오지환(사진=엠스플뉴스)

FA 선언 이후 오지환은 엄청난 비난과 인신공격에 시달렸다. 유례가 없는 초장기 계약과 무리한 금액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계약 기간 8년을 요구했다’ ‘100억 이상의 초대형 계약을 원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오지환 측은 ‘끝까지 LG 선수로 남고 싶은 의지를 표현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6년 이상 장기 계약을 원한 건 맞지만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는 않았고, 여러 협상안 가운데 하나였다는 설명이다.

오지환 에이전트는긍정적인 분위기 속에 이야기가 오갔고, LG에서도 ‘영구결번까지 받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까지 할 정도였다. 협상이란 게 한 번에 결론이 나기가 쉽지 않은데, 선수가 너무 많은 비난을 받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결국 오지환은 계약조건을 놓고 줄다리기하는 대신 백지위임을 택했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는 돈보다 LG에 남는 게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팬들의 오해를 풀고, 팀에 대한 충성심을 입증하는 효과도 있다.

구단 입장에서도 백지위임까지 한 선수에게 야박한 조건을 제시하긴 어려운 게 인지상정이다. 과거 프로야구에선 부진한 시즌을 보낸 스타 선수가 연봉협상에서 ‘백지위임’ 승부수를 던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경우 구단은 동결 내지는 소폭 삭감으로 선수를 배려하곤 했다. 1996년 어깨 부상으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던 OB 김상진이 이런 사례다.

또 소폭인상 대상인 선수가 백지위임한 뒤 예상보다 큰 금액에 사인한 경우도 나왔다. 1997년 현대 유니콘스 윤덕규와 정명원은 시즌 뒤 백지위임을 통해 연봉 대폭 인상에 성공했다.

구단과 마찰을 빚었던 선수들은 백지위임을 통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1994년 선수단 집단이탈 파문의 주역인 김형석, 1997년 트레이드 요구로 해태와 마찰을 빚었던 조계현(현 KIA 단장), 1999년 해태로 트레이드된 뒤 팀 합류를 거부했던 양준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LG 역시 오지환의 백지위임 의사를 전달받은 뒤 ‘존중과 예우’를 약속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협상 뒤 오지환 선수의 의견에 감사하고 구단은 최대한 존중과 예우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백지위임으로 앞서 구단이 제시했던 조건에 어느 정도 변화가 생길지도 주목된다.

다만 오지환과 LG의 계약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차 단장은 7일 미국 출국이 예정돼 있다. 14일까지 미국 애리조나에서 2021년 스프링캠프지 문제를 해결한 뒤, 귀국해 오지환과 계약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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