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조건부 수용으로 KBO 이사회 FA 개선안 찬성
-이대호 회장 “내용 없었던 샐러리 캡 제의, 정확한 기준 듣겠다.”
-KBO “1월 이사회에서 결정 전망, 하드 캡보단 소프트 캡 가능성”
-등급제보다 샐러리 캡에 쏠린 시선, FA 대타협 걸렸다

선수협 이대호 회장은 샐러리 캡 제도 도입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협의하는 조건부로 KBO 이사회의 FA 개선안을 찬성했다(사진=엠스플뉴스)
선수협 이대호 회장은 샐러리 캡 제도 도입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협의하는 조건부로 KBO 이사회의 FA 개선안을 찬성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샐러리 캡 제도에 FA(자유계약선수) 대타협이 걸렸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의 FA 제도 개선안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샐러리 캡 제도 협의를 언급했다. KBO도 샐러리 캡 제도와 함께 FA 등급제 도입을 매듭짓겠단 뜻을 밝혔다. 어느덧 샐러리 캡 제도가 중요한 뇌관이 됐다.

KBO는 11월 28일 2019년 KBO 제6차 이사회에서 선수들의 자유롭고 활발한 이적을 위해 FA 취득 기간을 단축하고 FA 등급제 도입과 함께 보상 제도를 완화하기로 했다. 또 KBO리그 소속 선수의 최저 연봉을 3,000만 원으로 인상하고, 부상자 명단 제도 도입, 1군 엔트리 인원을 28명 등록·26명 출전으로 각각 확대 시행하는 등 주요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KBO와 구단 측은 FA 등급제와 더불어 2021시즌 뒤 샐러리 캡 제도 도입과 FA 취득 기간 1년 단축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안을 전했다. 하지만, 선수협 측은 샐러리 캡 제도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 못 받았기에 FA 개선안을 우선 거부한 상태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총회 투표 전 이번 FA 제도 개선안이 그간 보상 선수에 발목 묶인 베테랑 선수 등 일부 선수에겐 유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샐러리 캡 제도와 4년 보유권 등 여전히 불공정한 요소가 있고, 특히 샐러리 캡 제도는 세부 기준에 따라 어린 선수들에게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 투표에 있어선 복잡한 문제가 됐다고 귀띔했다.

꽤 높았던 반대투표 “명확하지 않은 샐러리 캡 기준이 문제”

선수들은 12월 2일 열린 총회에서 진행한 FA 개선안 찬반 투표에서 195명 찬성-151명 반대의 결과를 내놨다(사진=엠스플뉴스)
선수들은 12월 2일 열린 총회에서 진행한 FA 개선안 찬반 투표에서 195명 찬성-151명 반대의 결과를 내놨다(사진=엠스플뉴스)

앞선 선수의 말대로 투표 결과는 팽팽했다. FA 개선안을 두고 한 선수협 총회 전체 투표는 195명 찬성·151명 반대 결과가 나왔다. 선수협은 총회 전체 투표로 KBO 이사회의 FA 개선안 내용을 받아들이기로 한 뒤 샐러리 캡 제도 유형과 명확한 상한선과 하한선을 논의하는 조건부로 수용 결정을 내렸다.

선수협 이대호 회장은 총회 및 시상식 종료 뒤 취재진과 만나 전체 투표 결과 이사회 제안에 찬성하기로 했다. 다만, 조건부 수용으로 봐야 한다. 샐러리 캡 기준이 명확하게 안 나와 있다. 그건 정확히 알고 가야 한다. 대뜸 샐러리 캡 얘기가 나왔다. 우리도 샐러리 캡 제도를 도입하겠단 얘기만 들었지만, 정확한 금액을 제시받은 것도 아니다. 이렇게 하라고 일방적으로 나온 거라 처음엔 우리도 당황스러웠다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은 샐러리 캡 제안을 완전히 거부하는 게 아닌 명확한 기준을 제시받고 KBO와 구단 측과 함께 협의해나가고 싶단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샐러리 캡 제도 유형과 상한선과 하한선 금액을 정확하게 다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 젊은 선수들은 언론 기사를 통해 샐러리 캡 도입을 알게 된 경우가 많았다. 선수들의 반대 여론이 꽤 나온 것도 샐러리 캡 제도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못 들은 까닭이었다. 선수 측도 보상 기준에 있어 양보하고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겠지만, 샐러리 캡 기준과 관련한 부분은 확실히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만약 샐러리 캡 제도 기준이 선수협이 받아들일 만한 것으로 협의가 이뤄진다면 등급제와 보상 기준 변화 등 KBO 이사회의 나머지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단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우리 선수협은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를 포함해 모든 걸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한국 야구가 위기 상황이라고 우리도 생각하고 통감한다. 팬들에게 더 다가가야 하고, 구단과 함께 대화로 풀어나가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싸우는 건 보기가 안 좋다고 생각한다. 이사회에서도 우리 선수들을 생각한 거로 보기에 대화를 먼저 나누겠다. KBO도 당장 샐러리 캡 제도 제안에 있어 준비된 게 없지 않나. 정확한 기준이 어떤 건지 알고 싶을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KBO “하드 캡보단 소프트 캡으로 갈 가능성 크다”

샐러리 캡 제도가 등급제 도입을 위한 뇌관이 됐다. 양 측의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샐러리 캡 제도가 등급제 도입을 위한 뇌관이 됐다. 양 측의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KBO도 선수협의 조건부 수용 결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KBO 관계자는 어쨌든 선수협이 개선안을 수용하겠단 뜻은 밝힌 건 환영할 일이라며 샐러리 캡 제도는 1월 이사회에서 논의해 정확한 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늦어도 내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엔 FA 등급제 등 우리가 제시한 개선안이 적용되도록 노력하겠다. 이 문제로 더는 시간을 끌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샐러리 캡 제도 자체가 하드 캡보단 소프트 캡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KBL(한국농구연맹)이 사용하는 하드 캡은 구단별로 전체 연봉 금액 일정 기준을 절대 넘어선 안 되는 샐러리 캡 제도다. 소프트 캡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사치세처럼 구단별로 전체 연봉 금액 일정 기준을 넘어가면 추가 벌금을 내는 등 예외 조항이 있는 제도다.

이 관계자는 기준선을 절대 넘어선 안 되는 하드 캡은 분명히 구단들에 부담이 있을 거다. 메이저리그의 사치세처럼 예외 조항이 있는 소프트 캡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구단들도 전력 보강을 위한 FA 영입 관련 지출이 꼭 필요한 때가 있다. 시장의 유동성을 아예 막는 방향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KBO와 구단 측은 선수협의 수용 의사가 나온 이상 1월 이사회에서 샐러리 캡 제도와 FA 등급제 등 개선안을 모두 확정 짓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FA 등급제와 보상 선수 완화에 쏠렸던 시선이 어느새 샐러리 캡 제도로 향하는 분위기가 됐다. 이제 구단과 선수 측의 대타협이 이뤄지려면 샐러리 캡 제도 협의가 필수다. 구단과 선수가 한 발씩 양보해 FA 제도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올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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