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 리더십과 공격력 겸비한 매력적 FA 선수

-공인구 효과 속에서도 리그 상위권 공격력 발휘해

-딱 한가지 약점은 외야 수비...2년 연속 수비 지표 하락세

-수비력 강조하는 롯데의 방향성...전준우는 내년에도 외야수일까

전준우는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선수 가운데 하나다(사진=롯데)
전준우는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선수 가운데 하나다(사진=롯데)

[엠스플뉴스]

전준우는 올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다른 구단 이적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선수로 꼽힌다. 확실한 장점을 갖춘 매력적인 선수다. 미국 야구팬들도 한번쯤 영상을 본 적이 있는 월드스타이자, 좋은 품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선수가 전준우다.

특히 ‘덜 날아가는 공인구’ 시대를 거스르는 공격력이 강점이다. 홈런 구경하기 쉽지 않았던 2019시즌, 22개 홈런을 때려내며 리그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중출루율(wOBA) 0.379에 조정득점생산력(wRC+)도 130.6으로 팀 내 1위와 리그 17위의 타격 생산성을 과시했다.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2018시즌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상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주는 타자다.

완벽한 전준우에게 없는 딱 한 가지, 외야 수비

2018년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전준우(사진=롯데)
2018년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전준우(사진=롯데)

모든 걸 다 갖춘 전준우에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외야 수비’다. 외야 FA로 시장에 나왔지만, 수비가 약하단 이미지 탓에 평가절하 되는 감이 없지 않다. 2019시즌 수비 기록만 봐도 수비율 0.980으로 500이닝 이상 좌익수 가운데 6위, 실책 5개로 최다, RF9(자살+보살/9이닝) 1.88로 최하위에 그쳤다.

물론 이런 전통적 기록만으로 진짜 수비력을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타구처리율’이란 지표를 참고하려고 한다. 타구처리율은 수비수쪽 방향으로 날아온 타구의 아웃 횟수를 아웃 횟수와 안타와 실책으로 합으로 나눠 계산한다. 해당 수비수쪽으로 날아온 타구를 얼마나 아웃으로 잡아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전준우의 타구처리율은 지난해부터 2년 연속 하락세다. 2018시즌엔 타구처리율 31.8%로 리그 좌익수 10명 가운데 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 부문 꼴찌는 외야 전향 첫 해였던 KT 강백호, 9위는 당시 SK 소속 김동엽이었다.

2019년 리그 규정이닝 좌익수 수비지표. 타구처리율, 아웃시 2루주자 3루진루 허용률, 3루주자 홈 득점 허용률, 안타시 1루주자 3루진루 허용률 순이다(통계=스탯티즈)
2019년 리그 규정이닝 좌익수 수비지표. 타구처리율, 아웃시 2루주자 3루진루 허용률, 3루주자 홈 득점 허용률, 안타시 1루주자 3루진루 허용률 순이다(통계=스탯티즈)

2019시즌엔 지표가 더 나빠졌다. 전준우의 타구처리율은 33.3%로 규정이닝 좌익수 8명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1위 이정후 41.2%). 중견수 출신인 전준우는 좌우방향 타구보다는 정면과 앞뒤 타구 판단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 경향을 보였다. 참고로 2019시즌은 공인구 교체로 리그 전체 외야수 타구처리율이 지난해 38.2%에서 42.4%로 크게 좋아진 해였다.

이런 가운데서도 롯데 외야진은 타구처리율 38.1%로 리그 최하위에 그쳤다(9위 KIA 40.9%). 롯데 투수들의 외야쪽 타구 피안타율도 0.612로 10개 구단 중에 꼴찌였고, 외야 좌측방향 타구 피안타율도 0.340으로 꼴찌였다. 2019시즌 롯데의 마운드 붕괴는 단순히 투수들이 못 던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송구 지표상으로도 아쉬운 점이 있다. 2019시즌 좌익수가 아웃을 잡은 타구에 2루주자의 3루 추가 진루 허용률을 보면, 롯데가 17.2%로 10개 구단 가운데 추가진루 허용이 가장 많았다. 희생플라이때 3루주자의 득점 성공률도 롯데는 SK와 함께 100%를 기록한 유이한 팀이었다. 단타 때 2루 주자 홈 득점 허용률도 74%로 롯데가 가장 높았다.

롯데는 여전히 전준우를 ‘외야수’로 보고 있을까

첫 FA를 앞둔 전준우는 롯데 팀내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한다(사진=엠스플뉴스)
첫 FA를 앞둔 전준우는 롯데 팀내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한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가 2019시즌 굴욕에서 벗어나 2020시즌 좋은 성적을 내려면 수비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에 롯데는 수비 강화를 목표로 포수 보강(지성준), 외국인 유격수 영입(딕슨 마차도)을 진행했다.

여기에 전준우의 FA 이적에 대비해 고승민, 강로한 등 내야 유망주들의 외야 기용 가능성도 테스트하는 중이다. 순발력이 좋고 센스가 있는 2루수, 유격수들은 외야로 전향해서도 평균 이상 수비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키움 외야수 이정후와 임병욱도 프로 입단 당시엔 유격수였다.

특히 유망주 고승민의 외야 겸업은 단순히 한번 해보는 실험으로 보이지 않는다. 고승민은 2019시즌 입단 첫해부터 충분히 1군에서 통할만한 타격 재능을 보여줬다. 이런 선수를 외야로 돌린다는 건, 롯데가 앞으로 고승민의 외야 기용을 염두에 두고 있단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는 롯데가 전준우와 계약하더라도, 외야수로 기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아직 롯데는 전준우와 계약할 경우 어떤 포지션에서 활용할지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채태인의 이적으로 무주공산이 된 롯데 1루를 생각하면, 전준우와 계약한 뒤 1루수 기용을 테스트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만약 전준우가 1루수 변신에 성공할 경우, 롯데는 단숨에 리그 상위권 공격력을 갖춘 1루수를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1루수 전향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경우, 수비를 중시하는 최근 롯데의 방향성을 생각하면 전준우의 자리는 ‘지명타자’에 국한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 공격력 좋은 외야수와 1루수, 지명타자 요원의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민병헌, 손아섭의 FA 대박은 뛰어난 공격력에 더해 수비력과 기동력을 겸비한 ‘외야수’였기에 가능했다. 롯데가 보는 전준우는 외야수 FA일지, 아니면 1루수 FA일지, 그도 아니면 지명타자 FA일지 궁금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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