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단장 실행위원회, 11월 21일 FA 등급제 도입 의결
-등급 기준은 최근 3년 전체 연봉 평균치와 구단 내 연봉 순위
-일본처럼 등급 따라 보상금 및 보상 선수 차등…35세 이상은 C등급으로
-선수협이 찬성할 경우 이사회 의결로 최종 확정 “어떻게든 ‘시작’이 중요”

단장 실행위에서 FA 등급제 안을 내놓은 가운데 선수협과 이사회를 통과한다면 FA 등급제가 내년 시즌 뒤 바로 도입된다(사진=엠스플뉴스)
단장 실행위에서 FA 등급제 안을 내놓은 가운데 선수협과 이사회를 통과한다면 FA 등급제가 내년 시즌 뒤 바로 도입된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드디어 해묵은 과제를 풀기 위한 첫발을 뗐다. FA(자유계약선수) 제도 개선의 핵심인 FA 등급제 도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어떻게든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더 답이 없다. 개혁을 위한 첫걸음에 모든 KBO리그 구성원이 동참해야 한다.

KBO리그 10개 구단 단장들은 11월 21일 단장 실행위원회에 참가해 FA 등급제 도입,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 최저 연봉 인상 등 야구계 현안을 논의했다.

일본처럼 연봉 기준…실행위가 내놓은 FA 등급제 안

해마다 KBO 윈터미팅에서 반복된 해묵은 과제인 FA 등급제 도입이 드디어 눈앞으로 다가왔다(사진=엠스플뉴스)
해마다 KBO 윈터미팅에서 반복된 해묵은 과제인 FA 등급제 도입이 드디어 눈앞으로 다가왔다(사진=엠스플뉴스)

가장 큰 관심을 끈 건 역시 FA 등급제 도입이었다. 보상금과 보상 선수가 같이 달려 나오는 FA 제도는 선수 측에 불리한 제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나이가 많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보상 선수의 존재는 치명적이었다. 사실상 타 팀 이적이 불가능하게 만든 요소였다.

최근 몇 년간 선수 출신 단장이 증가하며 FA 등급제 논의도 진전됐다. 핵심은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었다. 이번 실행위에서 내놓은 안은 A등급·B등급·C등급으로 선수들의 등급을 나누는 방안이다. 결국, 기준은 연봉이 됐다. 예를 들어 최근 3년간 리그 전체 평균 연봉 수치를 참고해 세 등급으로 나누고, 당해 구단 내 연봉 순위도 세 등급으로 나눠 두 가지 기준에서 모두 특정 등급 안에 들어야 한다. 특정 구단 연봉이 높을 수도 있기에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해당 등급에 들어갈 수 있도록 안을 만들었다.

한 관계자는 “일본의 FA 등급제를 많이 참고했다”고 밝혔다. 일본프로야구 FA 등급제도 연봉 기준이다. 2008년부터 도입된 일본프로야구 FA 등급제에서 A, B 등급 선수들은 보상 선수가 있지만, C등급 선수들은 아예 보상 선수와 보상 금액이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A 등급은 구단 내 상위 연봉 1~3위, B 등급은 구단 내 상위 연봉 4~10위, C 등급은 구단 내 상위 연봉 11위 이하로 구분된다.

실행위가 제안한 안에선 일본과 마찬가지로 A등급 선수들은 기존 FA 안처럼 보상금과 보호 명단 20인 외 보상 선수를 내줘야 영입이 가능하다. B등급 선수들은 A등급 선수들과 비교해 보상금이 줄이고, 보호 명단 숫자가 증가한다. C등급 선수들은 보상금이 더 줄고, 보상 선수의 족쇄가 풀린다.

다만, FA 자격 재취득 기간인 4년의 족쇄를 푸는 건 여전히 구단 측의 저항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대신해 재자격 취득 FA 선수일 경우 보상 범위를 축소하고, 35세 이상의 베테랑 선수가 FA 자격을 취득했을 땐 자동으로 C등급으로 들어가는 방안이 나왔다.

풀리는 베테랑 FA 족쇄, 리그 스토리 생산에 큰 도움

만약 이번 FA 등급제 개선안이 이미 통과됐다고 가정하면 올겨울 베테랑 FA인 한화 이글스 내야수 김태균(사진 왼쪽부터)과 투수 정우람, 그리고 내야수 이성열은 보상 선수 없이 이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만약 이번 FA 등급제 개선안이 이미 통과됐다고 가정하면 올겨울 베테랑 FA인 한화 이글스 내야수 김태균(사진 왼쪽부터)과 투수 정우람, 그리고 내야수 이성열은 보상 선수 없이 이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선수들은 35세 이상 FA 선수들의 족쇄를 푸는 것이 가장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된 베테랑 FA 한파는 결국 보상 선수의 족쇄 탓이었다. 구단 입장에서도 곧바로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베테랑 선수 영입을 보다 덜 부담되는 분위기에서 결정할 수 있다. 베테랑 선수의 FA 이적 증가는 곧 KBO리그 전체의 흥미로운 ‘스토리’ 생산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 현장 관계자는 베테랑 선수가 FA 자격을 취득하는 게 ‘큰 뉴스’가 돼야 리그 전반적인 관심도가 올라갈 수 있다. 나이 든 FA 선수들은 보상 선수 때문에 어차피 다른 팀으로 못 간단 인식이 그대로 박혀 있으면 ‘스토브 리그’의 의미가 퇴색된다. 꿈도 없고 재미도 없다. 구단들 역시 보상 선수 부담을 덜고 적은 돈으로 즉시 전력 보강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FA 등급제와 반대급부로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이 이뤄질 계획이다. 기존 3명 보유·2명 출전에서 3명 보유·3명 출전으로 변화할 예정이다. 외국인 투수가 선발 등판할 때 외국인 타자 두 명이 동시에 선발 출전이 가능하단 뜻이다. 구단 입장에선 더 다양한 외국인 선수 조합을 고려할 수 있다. 2군 육성 외국인 선수 두 명을 영입할 수 있는 제도도 추가할 전망이다.

이제 공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로 넘어갔다. 선수협은 실행위에서 제안한 FA 등급제와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 등 현안을 놓고 찬성할지 곧 논의에 들어갈 전망이다. 선수협이 찬성할 경우 마지막 관문은 10개 구단 사장들이 모이는 KBO 이사회다. 이 문턱을 넘어야 FA 제도 개선안이 최종 확정된다. 최종 확정된 FA 개선안은 내년 시즌 종료 뒤 FA 시장부터 적용된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결국, 어떻게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한국 야구는 정말 큰 위기에 봉착했다. 구단과 선수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당연히 모두를 만족하는 FA 개선안이 바로 나오긴 힘들다. 우선 최근 몇 년간 질질 끌었던 FA 등급제 도입 자체가 절실하다. 선수협의 찬성이 먼저 필요하지만, 이사회에서 다시 번복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건 한국 야구의 퇴화를 의미한다. 모두가 살기 위해선 변화의 첫걸음이 꼭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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