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로 이적하게 된 김기환(사진=삼성)
NC로 이적하게 된 김기환(사진=삼성)

[엠스플뉴스=양재]

2차 드래프트에서 20대 유망주가 사라졌다. 노장과 왕년의 유망주 출신, 세대교체 흐름 속에 기회를 잃은 베테랑만 대거 선택을 받았다. 1군 경험이 거의 없는 ‘유망주’에 해당하는 선수는 NC 김기환, 삼성 봉민호, 롯데 최민재 셋 뿐이다.

11월 2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2020 KBO 2차 드래프트. 오후 1시부터 시작한 행사는 불과 20분도 안 돼서 끝났다. 무려 12차례나 ‘패스’가 나오면서, 지명받은 선수가 18명에 그친 탓이다. 이는 2차 드래프트 제도가 시행된 이래 가장 적은 숫자다. 키움과 두산은 아예 한 명도 뽑지 않았고, 전체 1순위 롯데도 2, 3라운드를 지나쳤다.

40인 보호선수 명단의 높은 허들이 원인이다. 이번 2차 드래프트 대상자 명단이 나온 뒤 많은 구단 관계자들은 “뽑을 만한 선수가 없다” “1라운드에서 3억원을 주고 데려올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입단 1, 2년차 신인 선수들은 자동 보호 대상으로 분류됐다. 여기에 최근 세대교체 흐름을 반영하듯 각 구단마다 주요 유망주를 묶는데 주력하면서 선택의 폭이 더 좁아졌다.

대신 노장 선수와 부상 선수, 이제는 유망주로 보기 힘든 선수들이 대거 2차 드래프트 대상자로 풀렸다. 이보근, 정근우, 김세현, 채태인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왕년의 스타들이 선택을 받았다. 노성호, 이현호, 변진수 등 오래전 유망주 랭킹 최상위권을 차지했던 선수들도 팀을 옮겼다.

유망주 기근 속에서 새로운 팀을 찾은 선수들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는 NC 다이노스가 3라운드에서 지명한 외야수 김기환이다. 김기환은 이번 2차 드래프트 지명 선수 중 유일하게 1군 출전 경험이 없는 선수다. 2015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해 줄곧 퓨처스리그에서만 뛰었다.

NC 김종문 단장은 김기환의 도루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김 단장은 “아마추어 때부터 김기환을 지켜본 스카우트들과, 올해 퓨처스 경기를 지켜본 육성팀 의견을 고려했다. 도루 센스가 아주 뛰어난 선수다. 올해 퓨처스에서 도루 12개를 시도해 한번도 실패가 없었다”고 했다.

NC 스카우트 팀은 김기환에 대해 ‘삼성 강명구(현 코치)의 느낌이 난다’는 보고를 제출했다. 특히 대부분의 도루가 0-0 카운트에서 초구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력은 물론 과감성과 센스를 모두 갖췄단 게 NC의 평가다. 김 단장은 “팀내에 발빠른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김기환의 합류로 좀 더 활발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2라운드에서 군복무 중인 좌완 봉민호를 지명했다. 경기고 출신 투수 봉민호는 2015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 80순위로 SK에 입단해 지난해 1경기 등판이 1군 기록의 전부다.

삼성 홍준학 단장은 “우리 팀의 부족한 부분이 좌완투수라고 보고 노성호와 봉민호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2차 드래프트 제도에서 팀에 필요한 부분을 전부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이에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좌완투수 보강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정했고, 목표대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SK 입단 이후 성장세가 더뎠던 봉민호는 지난해 중심이동 문제를 개선하면서 구속과 구위가 크게 향상됐다. 특히 130km/h대에 머물던 구속을 140km/h 초중반대로 끌어올렸다. 디셉션과 코너워크가 장점이란 평가를 받는다. 홍 단장은 “내년 8월 군에서 전역할 예정이다. 젊은 선수이고 기량이 발전한다는 점을 좋게 봤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 자이언츠가 전체 1순위로 선택한 외야수 최민재는 올 시즌 1경기 2타석이 1군 기록의 전부다. 2013 신인 4라운드 지명으로 SK에 입단해 2017년 퓨처스 올스타전 MVP를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올해도 퓨처스에서 0.345의 고타율에 16도루를 기록하며 호타준족을 자랑했다.

아직 외야 수비에 미숙한 점은 있지만, 컨택트 능력과 도루능력 등 잠재력이 워낙 풍부한 선수다. SK 고종욱과 비슷한 유형으로 성장할 거란 기대도 있다. 롯데는 최민재를 외야수로 전향한 고승민, 강로한 등과 함께 경쟁시켜 외야 뎁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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