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사이언스 팀 신설한 롯데 자이언츠, 2군 선수단 식단도 개편

-건강과 경기력 향상에 초점 맞춘 식단…탄수화물, 자극적 음식 OUT’

-단백질, 채소, 곡물류 위주로 식단 개편…선수단 반응도 긍정적

-핼러윈 기념 깜짝 선물까지…선수단을 위한 세심한 배려 돋보여

상동 2군구장에서 오전 체력캠프를 마친 뒤 식사 중인 롯데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상동 2군구장에서 오전 체력캠프를 마친 뒤 식사 중인 롯데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김해 상동]

한국 사람들은 밥에 민감하다. 최근 키움 히어로즈 2군 선수단 식단이 논란이 되면서, 다른 구단 2군 선수들의 밥상까지 덩달아 화제가 됐다. 특히 ‘스포츠 사이언스’ 팀 신설과 함께 영양 공급을 강화한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 식단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롯데는 최근 기존 트레이닝 파트를 스포츠 사이언스 팀으로 확대 개편하고, 허재혁 전 시카고 컵스 트레이닝 코치를 팀장으로 영입했다. 기존 트레이닝 파트에서 맡았던 피지컬, 메디컬은 물론 영양과 멘탈, 신기술 도입까지 5개 분야를 망라한다.

영양 공급이 강조되면서 선수단 식단도 확 바뀌었다. 이전까지 롯데 상동 2군 식단은 고기류 위주의 ‘고칼로리’ 메뉴 위주였다. 나이 어린 선수들의 기호를 반영해, 맵거나 짠맛이 강조된 자극적 메뉴도 많았다.

스포츠 사이언스 팀이 생긴 뒤엔 전속 영양사와 협의해 식단을 새로 짰다. 탄수화물과 염분을 줄이고, 밀가루 음식은 아예 메뉴에서 뺐다. 선수들의 건강과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균형 잡힌 식단으로 개편했다. 롯데는 새로운 식단을 10월부터 진행 중인 상동 가을 체력캠프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단백질-곡물류 위주 식단...핼로윈 기념 깜짝 선물까지 ‘정성 가득’

단백질과 곡물류, 채소 위주의 식단을 제공하는 롯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단백질과 곡물류, 채소 위주의 식단을 제공하는 롯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상동 2군구장 식단을 책임지는 우미연 매니저는 이전까진 다른 구단과 비슷하게 밀가루 음식, 어린 선수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가 많았다처음 스포츠 사이언스 팀의 식단 개편 제안을 받고 정말 좋은 아이디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밀가루나 튀김류는 선수들의 건강에 좋지 않다. 지금 당장 열량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건강한 몸을 유지하면서 운동하려면 기존 식단으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스포츠 사이언스 팀과 생각이 일치했다.” 우 매니저의 말이다.

바뀐 식단은 단백질과 채소, 곡물류가 주를 이룬다. 기자가 상동을 방문한 10월 31일엔 점심 메뉴로 양갈비, 파스타, 요거트, 샐러드, 잡곡밥이 나왔다. 아침엔 곡물로 만든 시리얼과 곡물 토스트, 저지방 우유, 과일 등이 주로 나온다.

우 매니저는 근육량을 높이기 위해선 단백질 위주 식단이 좋고, 단순 탄수화물 음식은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자극적이고 몸에 나쁜 음식은 배제했다. 선수들의 견과류 섭취를 늘리고 밥은 가급적 잡곡밥을 제공하고 싶었는데 실현돼 기쁘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식사를 제공하는 게 우 매니저의 목표다. “젊은 선수들이 대부분인 만큼, 어떻게 하면 건강한 메뉴를 더 맛있게 제공할지도 신경 쓴다. 샐러드 같은 경우엔 드레싱 대신 요거트와 함께 제공한다. 다행히 요거트 싫어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 요거트와 함께 샐러드, 견과류를 섭취하니까 원래 먹던 양의 몇 배를 섭취한다.”

롯데 자이언츠 상동 2군 야구장 식단(사진=롯데)
롯데 자이언츠 상동 2군 야구장 식단(사진=롯데)

선수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우 매니저는 “갑자기 바뀐 식단에 선수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도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며 “가끔은 나이 어린 선수들이 좋아할 만한 피자도 제공한다. 물론 그냥 피자가 아니라 흑미로 만든 피자다. 오늘 나온 파스타도 실은 통밀로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투수 김원중은 “건강에 좋은 식단이란 걸 알고 먹어서, 그런지 몸이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맛도 좋다”며 바뀐 식단을 호평했다. 내야수 전병우는 “식단이 체계적으로 잘 짜여 있다. 몸에도 좋고, 체지방도 줄일 수 있어 마음에 든다. 식사 후엔 비타민도 챙겨 먹을 수 있게 제공된다”고 했다.

투수 서준원은 “인스턴트 음식은 이전에 하도 많이 먹어서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이전 식단도 맛있었지만, 새로운 식단도 맛있게 먹고 있다. 자극적인 음식은 아예 없어졌다”고 말했다. 내야수 김동한은 “원래 밀가루, 튀김 음식도 안 먹고 술, 담배도 안 한다”며 새로운 식단이 “나와 잘 맞는 것 같다”고 극찬했다.

핼러윈을 맞아 호박으로 가득 찬 상동 식당(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핼러윈을 맞아 호박으로 가득 찬 상동 식당(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선수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이날 상동 선수단 식당은 곳곳에 ‘핼러윈’을 기념하는 장식이 걸렸다. 식사를 마친 선수들에겐 호박 얼굴이 그려진 핼러윈 선물을 하나씩 증정했다. 정성스레 포장한 봉투 속엔 시리얼 바, 막대사탕, 칼슘 등이 담겨 있었다.

우 매니저는 체력캠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요즘 선수들이 약간 지친 것 같더라. 아침 일찍부터 훈련을 시작해 오후까지 하다 보니 다들 지쳤는데, 이런 작은 선물로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선수들이 단지 여기 구장에서만이 아니라, 구장 밖 일상생활에서도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길 바란다. 내년 시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으로 롯데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을 지원하는 우 매니저의 바람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