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투수 배영수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는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세이브를 기록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투수 배영수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는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세이브를 기록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두산 베어스 베테랑 투수 배영수가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끄는 마무리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뜻하지 않은 깜짝 등판에도 배영수는 베테랑다운 관록 있는 투구로 역사에 남을 우승 장면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다. 개인 8번째 우승 반지를 양손에 가득 끼게 된 배영수다.

배영수는 10월 27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고척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 10회 말 구원 등판해 0.2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11대 9 승리에 이바지했다. 이날 한국시리즈 0.2이닝 등판을 추가한 배영수는 정민태에 이어 두 번째로 KBO리그 역대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 투구 이닝 타이기록(72.2이닝)을 달성했다.

사실 배영수의 등판은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 마무리 투수 이용찬이 9회 말에 이어 10회 말 마운드에 올라온 가운데 1사 뒤 두산 김태형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왔다. 김 감독은 마운드에 오르기 전 최수원 구심에게 마운드 방문이 가능한지 물어봤다. 최 구심의 말을 듣고 3루 라인을 넘어 마운드에 올라간 김 감독은 곧바로 강광회 3루심에게 마운드 방문 횟수 초과로 투수 교체를 해야 한단 얘길 들었다. 이에 항의한 김 감독은 끝내 투수 교체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마운드에 오르기 전 ‘연장전이라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구심이 괜찮다고 말했다. 그런데 3루심은 안 된다고 말하더라. 결과론적으로 전화위복이 됐다. (배)영수가 마지막에 던진 그림이 잘 풀렸다”며 미소 지었다.

배영수는 긴장 없이 밝은 미소로 마운드에 올라 박병호와 먼저 상대했다. 초구에 140km/h 속구 스트라이크를 꽂은 배영수는 4구 승부 만에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진 후속 타자 제리 샌즈는 초구 만에 투수 앞 땅볼로 잡았다. 우승을 위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배영수였다. 배영수는 극적인 우승 확정과 함께 팀 동료들과 개인 8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분을 만끽했다.

경기 뒤 만난 배영수는 “나에게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투수 2명만 남은 상황이라 못 나갈 줄 알고 3번이나 왔다갔다 움직였다. 솔직히 어제 밤에 이런 장면을 살짝 상상했는데 마무리 투수 등판이 진짜로 현실이 될 줄이야. 감독님이 한 번은 던지게 해주겠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감독님이 선을 넘으셔서 다행히 기회가 왔다. 연기는 절대 아니실 거다(웃음). 마운드로 올라오셔서 약속을 지켰다고 하시더라.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야구를 오랫동안 하니 이런 날도 있구나 싶다. 야구하면서 이렇게 좋은 적은 처음이다. 우승해서 너무 좋다. 살면서 가장 좋은 하루”라며 기쁨을 마음껏 표했다.

배영수는 무조건 막는단 생각으로 자신 있게 마운드에 올랐다. 배영수는 마운드에 오르기 전 15년 전인 2004년 삼성 라이온즈 소속 당시 현대 유니콘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보여준 10이닝 노히트 경기를 떠올렸다.

배영수는 “죽을힘을 다해 던질 자신이 있었다. 하늘에서 좋은 타이밍을 내려주셨다. 고척돔 불펜 계단을 올라가며 어떻게든 막아야겠단 생각뿐이었다. 15년 전 10이닝을 노히트 경기로 막았던 투수인데 내가 이걸 못 막겠냐고 생각했다. 시리즈 준비 과정에서 구위가 만족스러웠다. 하늘이 도와준 덕분에 내가 준비한 걸 마운드 위에서 보여드릴 수 있었다. 중심 타선이라고 자신 있었다. 끝나니까 당연히 눈물이 맺히더라. 8번째 반지니까 더 뜻깊다. 이제 양손에 우승 반지를 가뜩 낄 수 있다. 더는 못 낄 정도로 우승 반지를 모으니까 더 기분 좋다”며 감격의 순간을 전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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