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구단 임직원이 지인에게 판매한 티켓이 암표 시장에 나온 것”

- 야구계 “구단 임원이 관련된 사건이라면 매우 큰 문제”

- 말 바꾼 키움 “구단 임직원이 아니라 구단 직원”

- KBO “키움에 정확한 경위서 요구, 징계 검토”

KBO회관(사진=엠스플뉴스)
KBO회관(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키움 히어로즈 임직원이 관련된 ‘암표 판매’에 대해 조사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둔 10월 25일, KBO 핵심 관계자는 “구단 임직원이 지인에게 티켓을 양도하고, 그 티켓이 재판매된 첫 번째 사례가 아닌가 싶다”며 “키움 구단에 암표 사건과 관련해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키움 임직원이 관련된 ‘암표 판매’는 24일 정가보다 1.6배 비싼 한국시리즈 3차전 티켓이 인터넷에 올라오며 문제가 됐다.

판매자는 한국시리즈 3차전 티켓 4장을 사진으로 찍어 올려 표가 진짜임을 알렸다. 의혹이 제기된 건 이 티켓들 뒤로 키움 구단 내부 서류로 보이는 문서가 노출되면서다. 야구팬들 사이에선 곧바로 “구단 직원이 암표 장사에 직접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의심은 사실이었다. 25일 키움은 공식 홈페이지에 암표와 관련해 사과글을 올렸다.

키움 구단은 “한국시리즈 티켓 재판매와 관련해 KBO를 사랑하는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해당 티켓은 구단에 사전 할당된 선구매분 중 일부로 구단 임직원이 지인의 요청에 따라 선구매한 티켓 중 일부가 부정한 방법으로 재판매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사과글을 올렸지만, 사과글은 더 큰 의혹을 불러왔다. ‘암표 장사’에 개입된 이가 ‘구단 임직원’이라는 점이었다. ‘임직원’은 임원과 직원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구단 직원이 한국시리즈 티켓을 빼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키움 구단이 언급한 ‘임직원’은 직원보단 임원의 가능성이 컸다.

야구계에서도 “키움 홍보팀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임원이 ‘암표 장사’에 연관되지 않았다면 굳이 사과문에 임원이 포함된 ‘임직원’이란 단어를 썼겠느냐”며 “티켓을 빼돌린 장본인이 구단 임원이라면 무척 큰 문제”라는 우려가 나왔다.

인터넷에 올라온 한국시리즈 3차전 티켓
인터넷에 올라온 한국시리즈 3차전 티켓

과거 KBO 직원이 포스트시즌 표를 빼돌려 암표상에 판 사실은 있지만, 만약 구단 임원이 표를 빼돌려 암표 시장에 내놓았다면 이는 초유의 사건이다.

키움은 ‘임직원’ 파문이 커지자 서둘러 다시 보도자료를 배포해 티켓을 빼돌려 지인에게 준 이가 ‘임직원’이 아닌 ‘직원’이란 점을 강조했다.

오락가락하는 키움 홍보팀의 수준 낮은 대처 속에서 KBO는 키움 구단에 정확한 경위서를 요구한 상황이다. KBO는 "경위서를 바탕으로 징계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암표 근절’ 분위기 속에서 키움의 애초 설명대로 티켓을 빼돌리고, 이 티켓이 암표 시장으로 흘러가게 한 장본인이 ‘구단 임원’이라면 이는 야구계 전체가 좌시해선 안 될 일이다. KBO의 강력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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