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가 한국시리즈 2차전 9회 말 적시타 뒤 셀카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사진=두산)
김재호가 한국시리즈 2차전 9회 말 적시타 뒤 셀카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사진=두산)


[엠스플뉴스=잠실]

두산 베어스 김재호가 달라졌다. 그간 큰 무대에서 차분하고 안정적인 ‘침착맨’의 활약을 보여줬다면 이제 적극적인 감정 표현과 큰 액션이 있는 ‘오버맨’이 됐다. 베테랑 선수로서 팀 분위기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자신의 감정에 더 솔직해지기로 다짐한 까닭이다.

김재호는 10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잠실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출전해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플레이를 펼쳤다. 이날 김재호는 2대 2로 맞선 6회 초 선두 타자 제리 샌즈의 땅볼 타구를 아쉽게 놓치며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기록상 안타지만, 사실상 실책에 가까웠다. 결국, 두산은 6회 초에만 3점을 내주며 끌려가야 했다.

하지만, 김재호는 9회 말 공격에서 수비 아쉬움을 만회했다. 김재호는 두산이 3대 5로 뒤진 무사 2, 3루 기회에서 바뀐 투수 한현희의 2구째 151km/h 속구를 노려 1타점 중전 안타를 날렸다. 1루로 나간 김재호는 더그아웃을 향한 화려한 액션과 더불어 ‘셀카’ 세리모니를 펼쳤다.

김재호는 대주자 류지혁과 교체됐다. 대타 김인태의 동점 희생 뜬공 뒤 상대 폭투로 2루까지 진루한 류지혁은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 때 홈을 밟아 경기를 매듭지었다. 김재호의 해결사 능력이 빛난 장면이었다.

강한 액션을 보여준 김재호와 침착하게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오재원. 둘의 영혼이 바뀐 걸까(사진=두산)
강한 액션을 보여준 김재호와 침착하게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오재원. 둘의 영혼이 바뀐 걸까(사진=두산)

경기 뒤 만난 김재호는 사실 경기 중반 내 수비 하나로 대량 실점까지 이어져 투수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9회 말 타석 땐 일부러 타격 타이밍 늦게 잡아 초구 파울을 유도했다. 상대 배터리가 타이밍이 밀린다고 생각해 다시 나에게 속구를 던지게 하려고 했다. 다행히 타석 전에 노리고 있던 속구를 받아 쳐 안타를 만들었다. 정말 ‘미러클 두산’이다(웃음). 이기면 다 같이 잘한 거고 지면 다 같이 못한 거라고 선수들에게 계속 강조했다. 그래서 감동적인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고갤 끄덕였다.

김재호는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세리모니를 보여주고 있다. 출루할 때 혹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축하할 때도 김재호는 ‘오버 액션’으로 팀 분위기를 올리고 있다. 평소 침착함을 유지하던 김재호를 생각한다면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장면이다.

김재호는 그간 못하고 내려놨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 솔직한 마음으로 그런 걸 하고 싶었다. 예전엔 큰 경기 때 지금 ‘캡틴’이 그런 역할을 잘했다. ‘나까지 들뜨면 팀 분위기 어수선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자제했다. 올 시즌엔 캡틴이 벤치에서 경기 시작하니까 내가 더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오버 액션이 나온다(웃음). 나를 보며 후배들이 더 자신감을 얻었으면 한다며 고갤 끄덕였다.

한국시리즈에서 베테랑의 관록을 보여주는 김재호(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한국시리즈에서 베테랑의 관록을 보여주는 김재호(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선수들이 안타를 날린 뒤 하는 ‘셀카 세리모니’의 의미도 있었다. 김재호는 한국시리즈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장 좋은 추억을 담는 생각으로 셀카 세리모니를 만들었다. 앞으로 이런 순간을 같이 즐길 날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더하고 싶어도 더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래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힘줘 말했다.

이제 두산은 25일부터 고척 원정 3연전을 치른다. 여전히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산은 2007년과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먼저 거둔 뒤 시리즈 역전을 허용한 아픈 기억이 있다. 김재호는 2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로 상대 팀이 부담감을 많이 느낄 거다. 우리 팀도 들뜨지 않고 지금 분위기를 잘 유지했으면 좋겠다. 고척 원정 경기를 잘 준비해 또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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