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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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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KS] “모든 걸 다 짊어지지 말길”…박건우는 혼자가 아니다

  • 기사입력 2019.10.24 09:53:07   |   최종수정 2019.10.24 09: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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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2G 연속 끝내기 승리…KS 최초 기록
-해결사 역할 맡은 박건우, 긴 침묵 깬 짜릿한 끝내기 안타
-‘KS 부담감’ 컸던 박건우를 향한 팀 동료들의 믿음과 응원
-응어리 푼 박건우의 눈물, 한국시리즈는 이제 진짜 시작이다

 

박건우가 한국시리즈 2차전 끝내기 안타 뒤 팀 동료들의 뜨거운 축하를 받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박건우가 한국시리즈 2차전 끝내기 안타 뒤 팀 동료들의 뜨거운 축하를 받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

 

‘또 이런 상황이 나에게 오는구나’ 싶었다.

 

박건우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042(24타수 1안타)의 극심한 부진 끝과 더불어 팀의 허망한 준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그 아픔을 만회하고자 다짐했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박건우의 방망이는 무안타로 침묵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 세 번째 타석까지도 마찬가지였다. 박건우는 힘없는 우익수 뜬공만 세 차례 기록했다. 고갤 숙이며 더그아웃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박건우의 얼굴엔 웃음기를 찾기 힘들었다. 지난해 악몽이 서서히 박건우의 몸을 감싸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두산이 2대 5로 뒤진 8회 말 이번 한국시리즈 9번째 타석에서 박건우는 바뀐 투수 김상수의 초구를 공략해 중전 안타를 날렸다. 무언가 막혀 있던 응어리를 푼 박건우의 깔끔한 안타였다. 게다가 2루까지 진루한 박건우는 상대 실책으로 홈까지 들어오며 좋은 기운을 끌고 왔다.

 

KS 응어리를 한 방에 푼 박건우의 짜릿한 끝내기

 

박건우가 끝내기 안타를 날린 뒤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엠스플늇 강명호 기자)

박건우가 끝내기 안타를 날린 뒤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두산은 ‘미러클 두산’답게 9회 말 김재호의 1타점 적시타와 김인태의 희생 뜬공으로 5대 5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1사 1루에서 박건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폭투로 1사 2루 끝내기 기회가 이어졌고, 박건우는 다시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올 시즌 병살타가 많이 나오다 보니 공을 띄우려는 생각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스윙이 커졌다. 방망이 자국은 정타였는데 뭐가 문제였는지 찾고자 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보다 첫 안타는 빨리 나와 다행이었다(웃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마지막 타석에선 ‘또 이런 상황이 나에게 오는구나’라고 생각해 부담감을 느꼈다. 그래도 전 타석에서 (김)인태가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전이 있기에 최대한 동료들을 믿으려고 했다. 그러니까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졌다. 박건우의 말이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단 말처럼 한층 편안해진 마음은 박건우의 방망이를 가볍게 했다. 박건우는 바뀐 투수 한현희의 5구째 137km/h 슬라이더를 공략해 절묘한 코스의 중전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 두산이 2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둔 건 한국시리즈 최초의 기록이다. 2루 부근에서 주저앉은 박건우는 팀 동료들의 격한 축하와 더불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부터 시작해 1년 가까이 쌓인 응어리가 짜릿한 끝내기 안타로 풀렸다. “지난해와 다른 활약을 보여드리겠다”라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킨 박건우였다.

 

나만 욕을 먹으면 상관없는데 나 때문에 감독님과 코치님이 모두 안 좋은 소리를 들으시니까 죄송스러워 많이 힘들었다. 끝내기 순간 그 감정이 올라왔다. 감독님의 조언이 큰 힘이었다. 차라리 꾸짖어주시면 좋을 듯싶은데 항상 ‘넌 할 수 있다’고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더 죄송했다. 솔직히 아직 우승한 것도 아니라 눈물을 보이긴 싫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내가 너무 못했기에 우승도 날아갔다. 그런 감정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박건우 향한 팀 동료들의 믿음과 애정 "혼자 모든 걸 짊어지지 말길"

 

두산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는 박건우를 향해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지 말길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는 박건우를 향해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지 말길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끝내기 안타를 때린 박건우를 지켜보는 팀 동료들의 심정도 남달랐다. 평소 박건우를 가장 잘 알고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를 옆에서 지켜봤기에 팀 동료들도 마치 자기 일인 듯 박건우의 활약상에 기뻐했다.

 

2차전 9회 말 2루타로 역전의 발판을 만든 주장 오재원은 박건우를 향해 역경을 이겨야 스타다라며 힘을 불어넣었다. 오재원은 사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땐 (박)건우의 타격 밸런스가 안 좋았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건우의 타격감이 나쁘지 않다고 봤다. 마음의 부담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안타 하나만 나오면 터질 거로 믿었다. 스타는 역시 역경을 이겨야 스타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타 동점 희생 뜬공으로 박건우의 부담감을 덜어준 김인태는 과감하게 치자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한국시리즈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니 정말 짜릿했다. 무엇보다 (박)건우 형을 안 믿는 선수들이 없었다. 건우 형이 벤치의 믿음에 보답할 거로 믿었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아하는 형이라 끝내기 안타 나오니까 정말 내 일처럼 기뻤다며 웃음 지었다. 

 

9회 말 대역전극의 시발점이 된 허경민은 친구로서 박건우를 바라보며 뭉클함을 느꼈다. 허경민은 안타가 하나만 나오더라도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 나오는 게 좋다(웃음). 끝내기를 친 (박)건우의 눈물을 보니까 나도 친구로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하필 건우에게 중요한 기회가 자주 찾아왔다. 그래도 건우는 괜찮다고 의연하게 말하더라. 스타는 역시 스타다. 마지막에 극적인 안타를 쳐줘 팀 동료로서도 고맙다며 고갤 끄덕였다.

 

박건우를 보는 감정이 가장 남다른 선수는 김재호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박건우와 같이 아쉬움이 컸던 김재호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박건우에게 ‘혼자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 마라’고 조언했다.

 

김재호는 (박)건우가 항상 부담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나와 같이 부진했기에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부담감이 더 컸을 거다. 계속 강조했지만, 팀이 이기면 다 같이 잘한 거고 지면 다 같이 못한 거다. 건우에게 ‘너 혼자 무거운 짐을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마라’고 말했다. 2차전 중간에도 타격 자세를 원 포인트로 하나 짚어줬는데 네 번째 타석부터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었다. 동생이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한 게 정말 대단하고 뿌듯하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이렇게 팀 동료들의 믿음과 응원이 있기에 박건우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김재호의 말처럼 박건우가 혼자 모든 걸 짊어질 필요는 없다. 박건우는 혼자가 아닌 까닭이다. 다 같이 ‘원 팀’으로 뭉친 두산 선수들은 한 영웅의 미러클 두산이 아닌 모두의 미러클 두산을 만들고 있다.

 

나 자신도 그렇게 답답한데 팀원들은 얼마나 답답했겠나. 상위 타순에서 안 좋은데도 형들이 애정 어린 조언을 해준 게 정말 고마웠다. 고맙다는 표현이 잘 안 나왔는데 항상 마음속에서 감사하고 있다(웃음). (오)재원이 형이 농담으로 ‘하늘도 땅도 너를 돕고 있다. 그러니까 상대 실책이라는 행운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믿음에 보답한 듯싶어 좋다. 아직 해야 할 경기도 많이 남았고, 만회해야 할 게 많다. 이 한 경기로 모든 걸 말할 수는 없다. 남은 경기에서도 잘하도록 노력하겠다. 박건우의 한국시리즈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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