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순수 프런트 출신 허삼영 신임감독 파격 선임
-홍준학 단장 “우리 팀 전력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적임자”
-허삼영 감독 “감독은 선수 끌고 가는 자리 아니야, 나는 결정권자일 뿐이다.”
-“데이터 야구 강화? 숫자를 참고하되 맹신하진 않겠다.”
-“외부 영입도 검토, 비시즌 동안 전력 차 분석해 목표 정하겠다.”

삼성이 구단 사상 가장 파격적인 감독 선임 결정을 내렸다. 구단 프랜차이즈 출신도 외부 지도자도 아닌 순수 프런트 출신인 허삼영 신임감독이 선임됐다(사진=삼성)
삼성이 구단 사상 가장 파격적인 감독 선임 결정을 내렸다. 구단 프랜차이즈 출신도 외부 지도자도 아닌 순수 프런트 출신인 허삼영 신임감독이 선임됐다(사진=삼성)

[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가 구단 사상 가장 파격적인 감독 선임을 결정했다.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도 외부 인사도 아닌 순수 프런트 출신인 허삼영 운영팀장을 신임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다. 그간 하마평에 올랐던 수많은 스타 출신 지도자들을 제치고 허 감독이 선택받은 이유는 따로 있다. 20년이 넘는 팀 전력분석 업무로 삼성 구단 전력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는 인물인 까닭이다.

재신임 얻은 홍준학 단장, “안정 속 변화를 추구하고자 했다.”

재신임을 얻은 홍준학 단장은 내년에도 구단을 이끄는 중책을 계속 맡는다(사진=삼성)
재신임을 얻은 홍준학 단장은 내년에도 구단을 이끄는 중책을 계속 맡는다(사진=삼성)

속전속결이었다. 9월 29일 정규시즌 최종전이 끝난 뒤 삼성 홍준학 단장은 당시 허삼영 운영팀장에게 감독직을 최종 제의했다. 허 감독은 차기 감독 후보군에 처음부터 포함돼 있었다. 삼성은 프랜차이즈 출신 지도자와 외국인 감독 후보군도 최근까지 두루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의 선택은 현장의 예상을 벗어난 파격이었다.

안정 속에서 변화를 추구하고자 했다. 20년 넘게 전력분석 업무를 맡았기에 우리 구단과 다른 구단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이다. 우리 구단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전력분석 업무를 하며 선수들과 신뢰도 충분히 쌓았다고 본다. 구단이 만든 데이터 시스템을 잘 활용할 거로 믿는다. 홍 단장의 말이다.

허 감독의 선임은 홍 단장의 유임과 연관이 있단 시선이 많다. 기존 임기가 올 시즌까지였던 홍 단장은 최근 재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었던 김한수 전 감독과 구단은 최근까지 서로 다른 방향성으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구단 수뇌부 입장에선 구축한 시스템의 방향성에 원만하게 따라가는 지도자가 필요했다. 내부 프런트 감독 승격을 통해 소위 말하는 ‘프런트 야구’를 더 강화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물론 허 감독은 지도자 경험이 없기에 리더십에 의문이 붙는 목소리가 많다. 이에 대해 홍 단장은 지도자 생활은 처음이니까 허 감독의 리더십 얘기를 하는 건 섣부르긴 하다. 구단 내에서 오래 지켜본 결과 팀장이 됐을 때 부서를 통솔하는 리더십이 돋보였고, 전력분석 자료를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능력 뛰어났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으로서 능력이 엿보였다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자신을 향한 의문의 시선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감이 없는 건 아니었다. 허 감독은 자신은 그저 결정권자이고 그 결정을 가장 잘 내릴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엠스플뉴스가 허 감독에게 선임 배경과 향후 팀 운영 방향성과 관련한 얘길 직접 들어봤다.

“리더십 의문? 감독은 선수들을 끌고 가는 자리가 아니다.”

전력분석 업무 당시 허삼영 감독(왼쪽). 삼성 감독 재임 시절 허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LG 류중일 감독은 허 감독에 대해 성실하고 일 잘하는 친구였다고 언급했다(사진=삼성)
전력분석 업무 당시 허삼영 감독(왼쪽). 삼성 감독 재임 시절 허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LG 류중일 감독은 허 감독에 대해 성실하고 일 잘하는 친구였다고 언급했다(사진=삼성)

말 그대로 파격 선임이다. 감독 선임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어제(9월 29일) 오후 9시에 단장님과 만난 자리에서 감독 최종 제의를 받았다. 나는 구단 소속이니까 따로 정식 면접을 본 과정은 없었다. 그전까진 진짜 언질도 못 받았다. 개인적으로 그간 운영팀이나 전력분석팀에서 보여준 업무 보고로 내 역량을 평가받았다고 생각한다.

감독 제의를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라 당황스러웠던 건 맞다. 이전까지 감독 자리는 상상도 못 했다. 단장님이 선임 배경을 얘기해주셨고, 그런 부분에서 용기를 얻어 (감독을)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프런트 야구가 강화된 느낌도 있다.

구단이 원하는 건 구단 힘으로 야구를 하는 게 아니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거다. 구단하고 협의를 하겠지만, 구단이 아닌 선수 중심의 야구를 해야 한다.

지도자 경력이 없기에 선수단 장악력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감독은 선수들을 끌고 가는 자리가 아니다. 선수들은 자기 영역에서 자기 플레이에 집중하면 된다. 나는 그 선수들을 알맞은 자리에 배치하면 된다. 코치들은 열심히 준비한 선수들이 누구인지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다. 나는 그 조언을 귀담아듣고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사람일 뿐이다.

선수들이 믿고 따르는 리더십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각자 선수들이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는데 그건 금방 극복하긴 어려울 거다. 그래도 내가 리더로서 자격을 보여줘야 선수들의 신뢰를 얻을 거다. 오래전부터 전력분석 업무로 선수들과 계속 교감하고 있었다. 선수단 소통과 관련한 문제는 없다고 확신한다.

코치진 변화가 불가피해졌단 얘기가 돈다.

오늘 온종일 인터뷰와 축하 전화를 받았기에 생각을 제대로 정리 못 했다. 이번 주 실무진과 만나 최적의 코치진 구성을 고민해보겠다. 코치진 외부 영입은 아직 생각 안 해봤다. 현재 코치진 능력이 다른 구단과 비교해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코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무엇이라 생각하나.

첫 번째로 현역 시절 커리어보단 기억력이 더 중요하다. 이 선수의 좋고 나쁜 점을 잘 기억해 원 포인트 레슨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 다음으로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과 영상 분석 능력은 선수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다. 최근 선수들은 인터넷 영상을 보며 영감을 얻는다. 코치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부족한 능력이 금방 탄로 난다.

“외부 영입도 고려, 비시즌 전력 차 분석 뒤 팀 목표 설정하겠다.”

올 시즌에도 가을야구에 실패한 삼성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내년 시즌 허삼영 감독 체제에선 과연 달라진 삼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사진=삼성)
올 시즌에도 가을야구에 실패한 삼성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내년 시즌 허삼영 감독 체제에선 과연 달라진 삼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사진=삼성)

오랜 기간 전력분석 업무를 해온 만큼 데이터 야구가 더 강화될 거란 예상이 나온다.

데이터와 숫자는 참고할 뿐이다. 이를 맹신하진 않겠다. 가끔 숫자에서 어긋나는 경우의 수가 나온다. 그걸 전부 예측할 순 없지만, 데이터에서 나오는 모순을 찾아내 응용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전력분석팀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 비시즌 동안 선수들에게 데이터와 관련한 개인 파일을 만들어줄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비시즌 때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

내년 팀 성적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놓은 게 있나.

솔직히 지금 내년 목표를 함부로 말하긴 어렵다. 추상적으로 몇 등을 하겠단 얘긴 안 하겠다. 우리 구단과 다른 구단의 전력 차를 비시즌 동안 면밀하게 더 분석해봐야 한다.

왕조 시절과 비교해 전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비시즌 외부 보강을 고려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력 차는 극복할 수 있을 만큼 극복해야 한다. 비시즌 동안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니까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 일단 외부 영입을 검토해보겠다. 물론 외부 전력 보강을 하고 싶다고 무조건 되는 건 아니다. 구단과 협의해야 하고 환경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팀 내부에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전반적으로 살펴보며 고민해보겠다.

최근 몇 년간 실망만 해온 삼성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듯싶다.

우리 선수들이 최근 안 좋은 장면을 자주 보여줬다. 하지만, 그게 선수들의 진짜 실력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미천하고 부족한 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의 장점을 잘 끌어내는 역할을 잘 소화해보겠다. 내년 시즌 준비를 잘할 수 있단 자신감은 충분하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삼성 팬들을 위해 달라진 삼성 야구로 꼭 보답해드리겠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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