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KIA, 롯데 등 하위권 그룹 시즌 뒤 새 감독 선임한다

-온갖 레전드 출신 프랜차이즈 후보 난립…팀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상위권 구단은 감독 바뀌어도 팀의 색깔은 그대로…감독 따라 오락가락하지 않아

-감독 선임 전에 방향성부터 정한 롯데…삼성-KIA도 방향부터 정해야

올 시즌 KIA를 이끈 박흥식 감독대행. 취임 뒤 5할 가까운 승률을 기록했지만, 내년 시즌 정식 감독으로 부임할지는 미지수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KIA를 이끈 박흥식 감독대행. 취임 뒤 5할 가까운 승률을 기록했지만, 내년 시즌 정식 감독으로 부임할지는 미지수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찬 바람이 불면/내가 떠난 줄 아세요/스쳐 가는 바람 뒤로/그리움만 남긴 채”

김지연의 히트곡 노랫말처럼, 찬 바람이 부는 가을은 작별의 계절이다. 프로야구에서도 다르지 않다. 상위권 팀들이 찬바람을 맞으며 포스트시즌을 치를 동안, 하위권으로 추락한 팀 감독들은 지휘봉을 내려놓고 쓸쓸히 물러나야 한다. 진한 아쉬움만 남긴 채.

올 시즌도 하위 5개 팀 가운데 최소 3개 구단이 사령탑 교체를 앞두고 있다. 이미 시즌 중 감독을 경질한 10위 롯데 자이언츠와 7위 KIA 타이거즈는 내년 시즌을 함께할 새 감독을 물색하는 중이다. 8위 삼성 라이온즈 역시 3년 계약이 끝난 김한수 감독의 뒤를 이을 신임 감독을 찾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감독 교체를 앞둔 팀에선 숱한 루머와 억측이 쏟아져 나오게 마련이다. 자천타천으로 수많은 야구인의 이름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 중에는 실제 구단과 그룹에서 후보로 검토하는 이름도 있고, 자가발전 혹은 희망사항인 경우도 있다. 외부에서 내부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추측도 적지 않다.

삼성과 KIA는 ‘레전드’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가 주요 후보다. 삼성은 박진만 수비코치, 김현욱 LG 트레이닝 코치, 진갑용 배터리 코치의 이름이 언급된다. 여기에 외부에선 이승엽, 이만수 등 정통 ‘푸른 피’ 출신도 후보로 보는 분위기다.

KIA도 이종범, 김종국 등 비교적 젊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과 장채근, 유승안 등 1980년대 해태에 몸담았던 베테랑 지도자의 이름이 나온다. 또 한편에선 두 팀 다 외국인 감독을 영입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는 중이다.


후보 난립하는 삼성과 KIA,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김현욱 코치와 박진만 코치는 추구하는 야구 스타일도, 성향도 대조적이다. 서로 다른 후보가 같은 팀의 감독으로 거론된다는 건 팀이 어떤 감독을 필요로 하는지 확신이 없다는 의미일지 모른다(사진=엠스플뉴스)
김현욱 코치와 박진만 코치는 추구하는 야구 스타일도, 성향도 대조적이다. 서로 다른 후보가 같은 팀의 감독으로 거론된다는 건 팀이 어떤 감독을 필요로 하는지 확신이 없다는 의미일지 모른다(사진=엠스플뉴스)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삼성과 KIA의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선수로서, 일부는 지도자로서도 성공을 거둔 레전드 출신이다. 하지만 구단 레전드라는 점 하나를 제외하면, 그 외엔 별다른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 ‘소통형’ 지도자로 데이터 활용에 능한 박진만 코치와 강훈련을 선호하는 김현욱 코치가 똑같은 팀의 감독 자리를 놓고 함께 거론되는 것일까. 내야수 출신인 이종범-김종국과 포수 출신인 장채근-유승안도 해태 유니폼을 입었던 것을 빼고는 닮은 점이 거의 없다.

과연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감독과 ‘센’ 캐릭터의 강단 있는 감독이 기성품 고르듯 양자택일할 대상일까. 데이터를 활용한 현대적 야구를 선호하는 감독과 많은 훈련량, 지도자의 카리스마를 중시하는 ‘해태 스타일’ 감독이 양립할 수 있는 존재일까. 어쩌면 삼성과 KIA는 현재 팀에 어떤 감독이 필요한지 확신이 없는 것은 아닌가. 궁극적으론 팀이 추구하는 야구의 방향성이 불확실한 것 아닌가.

최근 몇 년간 삼성과 KIA가 겪은 실패는 감독의 실패 이전에 구단의 실패였다. 삼성은 제일기획으로 운영 주체가 넘어간 뒤 ‘선진’ 야구를 표방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대외적으론 데이터를 활용하고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한다는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외국인 투수 영입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 타자 친화 구장을 쓰면서 그에 걸맞은 선수 구성을 하지 못했다. 데이터 야구가 성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현장과의 교감도 부족했다. 시즌 뒤 운영파트를 비롯해 구단 전반에 큰 폭의 변화가 있을 예정이지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진 미지수다.

KIA 역시 2017시즌 우승 이후 장기적인 강팀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세대교체 실패로 올 시즌 후반엔 함평 타이거즈 라인업으로 1군 경기를 치렀다. ‘올드보이’로 가득한 구단 수뇌부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야구계 흐름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다. 일례로 KIA가 9개 구단이 쓰는 트랙맨 대신 다른 레이더 추적 장비를 도입한 데 대해 야구계에선 ‘데이터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내린 의사결정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구단의 알맹이가 그대로인데 감독하나만 바뀐다고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준비되지 않은 구단이 준비되지 않은 지도자를 감독으로 임명하면, 또 하나의 ‘전직 감독’을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김한수 감독만 해도 타격코치 시절 코칭 능력을 인정받았고 차기 감독감이란 평가를 받는 지도자였다.


롯데, 감독 선임보다 “우리만의 방향을 설정하는 게 먼저”

롯데의 감독 후보로 거론된 스캇 쿨바와 래리 서튼(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현대유니콘스)
롯데의 감독 후보로 거론된 스캇 쿨바와 래리 서튼(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현대유니콘스)

상위권 강팀들은 대부분 감독이 바뀌어도 어떤 야구를 할지 그림이 그려진다. 키움 히어로즈는 염경엽 감독에서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는 장정석 감독이 자릴 이어 받았지만, 여전히 강팀의 자릴 지키고 있다.

외국인 감독에서 염경엽 감독으로 자연스러운 바톤터치가 이뤄진 SK 와이번스도 마찬가지. 이런 팀들은 구단이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육성부터 선수단 구성까지 큰 그림을 그린 뒤, 거기에 맞는 지도자를 감독으로 선임한다. 감독에 따라 팀컬러가 이리저리 바뀌는 게 아니라, 팀이 추구하는 야구에 맞는 감독을 고른다.

롯데는 한동안 ‘감독들의 무덤’이었다. 1년 만에 잘린 이종운 감독을 시작으로, 3년 재계약 첫해를 마치고 경질당한 조원우 감독, 반년 만에 퇴진한 양상문 감독까지 임기를 제대로 채운 감독이 없었다. 초보 감독부터 베테랑 감독까지 온갖 시도를 해봤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바닥을 친 롯데는 최근 강도 높은 구단 개혁을 진행 중이다.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 2군 육성부터 새로운 훈련 방식 도입, 데이터 파트 강화까지 팀의 DNA를 바꾸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감독을 데려와서 팀을 바꿔 달라고 맡기는 게 아니라, 먼저 팀을 바꾼 뒤 거기에 맞는 감독을 데려오는 수순이다.

성민규 단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팀 특성을 파악해 어떤 유형의 감독을 영입하는 게 좋은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팀이 추구하는 야구와 지금까지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한 뒤 감독 인터뷰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만의 방향을 설정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새 감독의 조건도 공개했다. 성 단장은 ‘친화력’을 첫 번째 덕목으로 강조하며 “선수가 좋아하는 지도자”를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롯데가 공개한 외국인 감독 후보들은 ‘소통’에 강점이 있는 지도자들이다. 스캇 쿨바와 래리 서튼은 공부하는 지도자로 현대 야구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면접을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인 국내 감독 후보도 소통과 열린 자세가 강점인 지도자들로 알려졌다.

롯데는 감독 선임에 앞서 팀이 나아갈 방향부터 설정했다. 앞으로 구단이 어떤 야구를 추구할지, 어떤 팀을 만들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이 방향성은 서튼이 감독을 맡건, 로이스터가 돌아오건, 국내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단지 ‘레전드 출신’이라서, 그룹 고위층과 같은 대학 출신이라서 감독을 맡기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어떤 감독을 데려올지는 나중 문제다. 그보단 구단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어떤 야구를 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감독만 계속 갈아치운다고 능사는 아니다. 삼성과 KIA는 새 감독 선임에 앞서, 스스로부터 냉정하게 돌아보는 게 먼저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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