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예비 FA’ 안치홍·김선빈, 아쉬운 시즌 마무리
-주 포지션 수비 불안 노출한 안치홍·김선빈, 2루수·1루수로 이동할까
-지갑 열어야 할 KIA, 그렇다고 ‘오버 페이’ 생각은 없다
-안치홍·김선빈 다음 세대 야수 육성이 더 중요한 KIA 과제

내년 시즌에도 KIA 내야수 안치홍과 김선빈이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사진=KIA)
내년 시즌에도 KIA 내야수 안치홍과 김선빈이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사진=KIA)


[엠스플뉴스]

KIA 타이거즈는 이제 내년을 바라보는 팀이다.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 무산된 가운데 KIA는 잔여 경기에서 ‘리빌딩 모드’로 돌입한 상황이다. 내년 시즌 KIA의 전력 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야수진의 전력이다. 내부 FA(자유계약선수) 내야수 안치홍과 김선빈을 잡고 이들을 어떤 자리에서 기용하느냐에 따라 내년 시즌 KIA 내야 지형에서 큰 변혁이 일어날 전망이다.

최근 KIA의 선발 라인업을 살펴보면 대부분 젊은 백업 선수로 구성돼 있다. 김주찬과 최형우, 그리고 안치홍과 김선빈 등 기존 주전 야수들은 사실상 올 시즌을 마감했다. 특히 예비 FA 신분인 안치홍과 김선빈의 거취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비록 기대에 못 미치는 올 시즌 성적을 거뒀지만, 두 선수는 여전히 FA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이다. 내야 센터 라인 보강이 필요한 팀들은 일찌감치 두 선수를 레이더망에 두고 관찰했다.

‘손가락 부상’에도 책임감으로 버틴 주장 안치홍

안치홍에게 장타력 급감과 2루수 수비 불안은 올 시즌 가장 아쉬운 요소로 남았다(사진=KIA)
안치홍에게 장타력 급감과 2루수 수비 불안은 올 시즌 가장 아쉬운 요소로 남았다(사진=KIA)

사실 이 두 선수가 가장 필요한 팀은 원소속팀인 KIA다. 야수진 리빌딩에 돌입한 KIA는 젊은 야수들을 이끌 중간 다리 역할을 안치홍과 김선빈에게 맡겨야 한다. 특히 주장이자 항상 성실한 자세로 팀을 위해 헌신하는 안치홍과의 이별은 구단이나 팬들이나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다.

안치홍은 올 시즌 9월 21일 기준으로 105경기 출전 타율 0.315/ 114안타/ 5홈런/ 49타점/ 출루율 0.380/ 장타율 0.412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록과 비교해 홈런(23홈런->5홈런)과 장타율(0.563->0.412) 급감이 아쉬웠다. 예비 FA의 부담감과 더불어 공인구 반발계수 저하 여파가 있었단 시선이 많다.

홈런과 장타율 급감뿐만 아니라 2루수 수비에서도 종종 흔들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특히 시즌 중반인 6월 말 슬라이딩 베이스 터치 도중 손가락이 꺾인 부상이 치명타였다. 점점 올라오던 타격감이 주춤하는 동시에 7월 초 1군 복귀 뒤에도 타격과 수비에서 손가락 부상 여파가 상당했다. 주장의 책임감으로 버티고 뛰었지만, 안치홍은 끝내 9월 7일 말소되며 시즌 아웃을 선언했다.

연쇄 수비 포지션 이동 가능성 “선수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

김선빈은 타격보단 유격수 수비에서 불안감을 노출했다(사진=KIA)
김선빈은 타격보단 유격수 수비에서 불안감을 노출했다(사진=KIA)

김선빈에게도 예비 FA 효과는 없었다. 김선빈은 올 시즌 11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8/ 112안타/ 3홈런/ 40타점/ 출루율 0.357/ 장타율 0.368를 기록 중이다. 2017시즌 타율왕(0.370)으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던 2년 전과 비교해 타격 지표가 점차 하락 중이다. 최근 주 포지션인 유격수 수비에서도 불안감을 노출하며 팀 후배 박찬호에게 자리를 뺏긴 모양새다. 김선빈은 시즌 막판 2루수 선발 혹은 교체 출전으로 경기에 나서는 상황이 잦아졌다.

결국, 구단과 현장에선 안치홍과 김선빈의 수비 포지션 전환을 심도 있게 고심 중이다. 유격수 수비력이 가장 좋은 박찬호를 주 포지션인 유격수에 넣은 뒤 김선빈과 안치홍을 각각 2루수와 1루수 자리로 옮기는 방안이다. 실제로 김선빈은 올 시즌 2루수 수비를 73이닝 동안 소화 중이다. 지난해부터 1루수로 종종 나선 안치홍도 올 시즌 1루수 수비를 76이닝 동안 소화했다. KIA가 두 선수를 모두 잡는단 가정 아래 내야진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진 분위기다.

한 현장 관계자는 올 시즌 안치홍과 김선빈의 수비가 아쉬웠던 건 명백한 사실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수준이 있는 선수들이기에 자신의 주 포지션에서 반등도 충분히 가능하다. 만약 두 선수가 KIA에 잔류한다면 비시즌부터 스프링 캠프까지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내년 시즌 수비 포지션이 달려 있다. 만약 변화가 생긴다면 두 선수가 진심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도 문제라고 전망했다.

KIA 앞에 놓인 ‘현재’와 ‘미래’의 야수진 과제

팀 내에서 유격수 수비가 가장 좋다고 평가되는 박찬호(오른쪽)가 내년 시즌 주전 유격수 자리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김선빈(왼쪽)이 잔류한다면 2루수로 이동이 불가피해졌다(사진=KIA)
팀 내에서 유격수 수비가 가장 좋다고 평가되는 박찬호(오른쪽)가 내년 시즌 주전 유격수 자리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김선빈(왼쪽)이 잔류한다면 2루수로 이동이 불가피해졌다(사진=KIA)

물론 수비 포지션 이동에 앞서 KIA가 두 선수를 모두 내부 FA로 잡는단 가정이 필요하다. 현재 분위기를 살펴보면 KIA가 ‘오버 페이’를 하며 두 선수를 잡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KIA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두 선수를 잡는단 구단 수뇌부의 기조지만, 그렇다고 예상 이상의 거액을 주고 잡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들었다. 최근 신인지명 1라운드에서 즉시전력감 내야수 박 민을 지명한 것도 이와 관련한 움직임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KIA가 안치홍과 김선빈을 잡느냐 못 잡느냐에 야수진 리빌딩의 방향성까지 결정될 전망이다. KIA가 최근 팀 내에서 키웠다고 말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야수는 사실상 두 선수뿐이다. 올 시즌 가능성을 엿본 젊은 투수 파트와 달리 어린 야수들의 육성은 좀처럼 큰 진전이 없었다. 최근까지 팀 야수진의 주축이었던 베테랑 타자들도 모두 외부 FA 영입(이범호·김주찬·최형우)이 대부분이었다.

올 시즌 막판 KIA 박흥식 감독대행이 젊은 야수들을 경기에 고루 사용하는 것도 KIA 야수진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자는 의도다. 박 감독대행은 안치홍과 김선빈을 이어갈 다음 세대가 확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지금 젊은 야수들이 1군 주전급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때까지 구단과 팬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는 게 중요하다. 지금 젊은 선수들이 시즌 막판 1군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KIA 야수진의 현실이다.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데 앞서 구단과 선수들 모두 현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IA는 ‘현재’인 안치홍과 김선빈을 잡는 동시에 ‘미래’인 젊은 야수진의 육성까지 잡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앞두고 있다. 과연 KIA가 ‘리빌딩’이라는 기조 아래 어떤 선택을 내리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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