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오후 2시에 열리는 2020 KBO 신인 2차 지명, 좌완투수 강세 예상

-1순위 정구범 비롯해 김윤식, 홍민기, 이종민 등 좌완투수에 군침

-우완투수는 부산정보고 남지민 외엔 확실한 1라운더감 없어

-유신고 2관왕 주역 강현우 비롯해 장규빈, 전의산 등 포수도 주목

-국외파 중에는 손호영만 상위 지명 대상…‘제2의 이학주’ 올해는 없다

8월 26일 오후 2시 2020 KBO 신인 2차 지명 회의가 열린다(사진=엠스플뉴스)
8월 26일 오후 2시 2020 KBO 신인 2차 지명 회의가 열린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BO리그 10개 구단에게 일 년 중에 제일 중요한 날이 밝았다. 오늘(26일) 오후 2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20 KBO 신인 2차 지명 회의가 열린다. 10개 구단은 물론 리그 전체의 향후 10년이 이날 농사에 달려 있다. 이날을 바라보며 쉴 새 없이 달려온 1,078명의 지명 대상 선수들에겐 앞으로 펼쳐질 야구 인생이 달린 날이기도 하다.

올해 2차 지명은 그 어느 해보다 결과를 예상하기가 어렵다. 구단들은 대개 드래프트 1라운드에선 ‘즉시전력감’ 투수를 뽑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그런데 올해는 투수 쪽에 ‘즉전감’으로 분류할 만한 유망주가 많지 않다. 장기적으로 키워볼 만하지만 아직 완성도는 떨어지는 투수가 대부분. 이 때문에 아예 타자를 먼저 뽑는 쪽으로 지명 전략을 짠 팀들도 여럿이다.

구단들의 보안도 예년보다 훨씬 철저하다. 2차 지명을 앞두고 몇몇 팀의 (확정되지 않은) 내부정보가 날 것 그대로 기사화된 탓이다. 지방 구단 스카우트는 “작년까지는 구단 간에 보통 1라운드 지명자 정도는 서로 정보 공유를 해왔는데, 이게 모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다들 입을 닫는 분위기다. 정보가 새어 나가면 결국엔 스카우트가 책임져야 한다”며 말을 꺼렸다.

모 구단 고위 관계자는 “전체 1순위 지명자라면 몰라도 5, 6순위 지명자를 ‘단독’ 달고 보도하는 게 말이 되느냐. 앞순위 구단이 예상한 그대로 움직여준다는 보장이 있나. 어떤 구단 스카우트 팀은 구단 수뇌부에게 불려가 호된 질책을 받았다고 들었다. 아무리 드래프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해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 법”이라며 “이 말을 꼭 기사에 써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 구단 스카우트는 “작년까진 다른 팀이 누굴 지명할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는데, 올해는 전혀 감이 잡히질 않는다”며 “지명 회의 이틀을 앞두고 1라운드 지명 선수를 확정한 팀도 있다. 또 기껏 짜놓았던 지명 전략을 수정한 팀도 있다고 들었다. 드래프트 당일 현장에서 예상과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질지도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흔히 신인드래프트를 가리켜 ‘달빛 아래 미인 찾기’라 부른다. 지명 회의를 앞두고 정확하지도 않은 ‘스포일러’가 살포된 탓에, 올해 드래프트는 극도의 경계와 보안 속에 ‘안개 속 미인 찾기’가 된 분위기다. 짙은 안개가 깔린 가운데 펼쳐질 2020 신인 2차 드래프트 전망을 엠스플뉴스가 살펴봤다.

‘엔구범’ 등 좌완투수 강세…1라운드 좌투수만 4명 이상 지명 예상

어차피 엔구범? NC 다이노스의 1순위 지명이 유력한 덕수고 정구범(사진=엠스플뉴스)
어차피 엔구범? NC 다이노스의 1순위 지명이 유력한 덕수고 정구범(사진=엠스플뉴스)

앞서 6월 열린 1차 지명에선 투수 강세, 특히 우완 오버핸드 투수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10개 구단 중에 9개 팀이 투수를 1차 지명했고, 그 가운데 8개 팀은 우완투수를 선택했다. 당시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올해는 우완 쪽에 좀 더 완성도 높고 세련된 투수가 많은 편이다. 좌완투수는 2차 지명에서도 충분히 뽑을 기회가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실제 이번 2차 지명에선 ‘좌완 강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많은 스카우트와 구단 관계자가 적어도 4명 이상의 고교 좌완투수가 1라운드에서 이름이 불릴 것으로 내다봤다. 고교 좌완 최대어로 꼽히는 덕수고 정구범을 비롯해 진흥고 김윤식, 대전고 홍민기, 성남고 이종민 등이 유력한 1라운드 지명 대상자다. 이 가운데 이종민은 1개 구단만 1라운드 지명대상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흥고 김윤식은 140km/h 후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투수로 올해 들어 주가가 급상승했다. 아직 세기 면에선 정구범보다 부족하지만, 빠르고 경쾌한 투구폼에 수준급 커브를 갖추고 있다. 프로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고 불펜투수로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남고 좌완 이종민. 계속 떨어지는 구속을 우려하는 구단도 있지만, 한편으론 변화구 구사 능력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구단도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성남고 좌완 이종민. 계속 떨어지는 구속을 우려하는 구단도 있지만, 한편으론 변화구 구사 능력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구단도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홍민기와 이종민은 6월 열린 신인 1차 지명 당시 한화와 서울권 구단의 후보로 거론됐던 투수들이다. 홍민기는 뛰어난 신체조건에 부드러운 투구폼, 힘 있는 패스트볼이 장점이다. 이종민은 제구력과 게임 운영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전주고 좌완 박재민도 최근 열린 회장기 전국대회에서 인상적인 호투를 펼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1라운더감은 아니지만, 빠르면 2라운드 내에 이름이 불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우완투수 중엔 1라운드 지명 대상이 많지 않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이번 2차 지명에서 1라운드에 뽑을 만한 우완투수는 부산정보고 남지민 하나라고 본다고 단언했다. 부산고 한승주, 개성고 최세창, 인천고 임형원(사이드암)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1라운드에서 선택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평이다.

좌완투수 유망주 덕수고 정구범과 대전고 홍민기(사진=엠스플뉴스)
좌완투수 유망주 덕수고 정구범과 대전고 홍민기(사진=엠스플뉴스)

이처럼 좌투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2차 전체 1순위의 영광은 정구범의 차지가 확실시된다. 이는 1순위 지명권을 가진 NC 다이노스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이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정구범은 올해 고교 투수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투수다.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사용할 줄 안다. 이번 2차 지명 대상 투수 중에 유일한 ‘즉시전력감’으로 본다며 높게 평가했다.

3순위 LG 트윈스와 4순위 롯데 자이언츠 역시 투수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1차 지명에서 우완 강속구 투수 이민호를 뽑은 LG는 2차 지명에선 강속구 좌완투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도 2명의 투수 유망주를 놓고 치열한 내부 회의를 거듭한 결과, 지난 주말에야 최종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7순위 키움 히어로즈도 야수보단 투수 쪽을 눈여겨보는 중이다. 키움은 1차 지명에서 좌투좌타 외야수 박주홍을 지명했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포수도 2명 보강해 포수가 급한 상황은 아니다. 내야수 자원 역시 김혜성이 급성장하고, 군 복무를 마친 김웅빈(상무)이 돌아오는 만큼 여유가 있다. 1차 지명 때부터 점찍어둔 투수 쪽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포수 강세…강현우 포함 최소 2명, 최대 3명 1라운드에 지명 예상

유신고 2관왕의 주역, 포수 강현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유신고 2관왕의 주역, 포수 강현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특출한 투수가 없다는 얘기는, 상대적으로 야수 쪽에서 다수의 1라운드 지명 선수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많은 스카우트가 올해 2차 지명에선 투수보단 포지션 플레이어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특히 포수 중에선 최소 2명, 많게는 3명까지 1라운드 지명 선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유신고를 전국 무대 2관왕으로 이끈 포수 강현우다. 수도권 구단 스카우트는 “강현우는 수비에 강점이 있는 포수로, 프로에서도 빠르게 1군 무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 시야가 넓고 송구 능력과 투수 리드에 강점이 있다”고 칭찬했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강성우 전 KT 코치의 현역 시절이 떠오른다”고 평가했다.

강한 어깨와 뛰어난 수비력이 돋보이는 경기고 포수 장규빈, 고교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평가받는 경남고 전의산도 1라운드에서 이름이 불릴 수 있는 후보다. 장규빈과 전의산은 각각 연고지 구단인 두산과 롯데의 1차 지명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 바 있다. 스카우트에 따라선 장규빈의 수비력을 강현우보다 높게 보기도 한다.

내야수 중엔 좋은 신체조건에 야구 센스를 겸비한 야탑고 유격수 박 민이 최대어다. 여기에 1차 지명 당시 롯데의 후보로 거론된 경남고 이주형도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 능력을 앞세워 1라운드 후보로 거론된다. 경기고 내야수 김성민도 현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기대주다. 외야수 중에선 KIA의 1차 지명 후보였던 광주일고 박시원이 유일하게 ‘1라운더’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일각에선 경남고 이주형을 내야수가 아닌 외야수로 분류하기도 한다.

2순위 지명권을 가진 KT 위즈의 선택을 주목할 만하다. KT가 투수를 선택하느냐, 아니면 타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1라운드는 물론 이후 지명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KT가 김윤식, 홍민기 등 좌투수 유망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KT가 포수를 선택할 것이란 예상도 만만치 않다. 모 구단 관계자는 현재 KT는 장성우의 뒤를 받칠 만한 포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해창, 안승한으로 포스트 장성우를 준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인 드래프트가 반드시 유망주 랭킹 순서에 따라 이뤄지는 건 아니다. 구단의 선수 구성과 필요에 따라 지명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만약 KT가 투수를 선택하면, 우리 팀이 세운 지명 시나리오가 무용지물이 된다”며 초조함을 감추지 않았다.

광주일고 외야수 박시원. 올해 2차지명 대상 외야수 가운데 유일하게 1라운드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광주일고 외야수 박시원. 올해 2차지명 대상 외야수 가운데 유일하게 1라운드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5순위 삼성 라이온즈가 손에 쥔 ‘캐스팅 보트’의 파괴력도 만만치 않다. 삼성은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내야수와 포수를 대거 보강했다. 이번엔 외야수 보강을 할 차례지만, 투수 유망주를 제쳐두고 1라운드에서 지명할 만큼 ‘탁월한’ 외야 유망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외야수를 지명할 기회는 2라운드에도 충분히 있다. 삼성이 투수를 선택할 것으로 본다”라고 내다봤다.

만약 삼성이 야수가 아닌 투수를 선택한다면, 역시 투수 지명이 유력한 키움까지 7순위 이내에 투수 유망주 5명이 모두 빠져나가는 상황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상위 지명권 3장을 전부 야수에 털어 넣었던 한화로선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스카우트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만약 한화 차례에 원하는 투수가 돌아오지 않을 경우, 팀에 필요한 외야수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성장 잠재력이 있는 투수 유망주를 당겨 뽑을 것”으로 전망한 스카우트도 있었다.

9순위 지명권을 가진 두산 베어스는 투수와 포수를 놓고 고민하는 중이다. 강력한 투수 자원이 두산 차례까지 돌아온다면 고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선수단 구성을 놓고 볼 때 포수 보강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 봐야 한다. 그간 두산은 포수 지명 시 타격보다는 수비력에 초점을 맞춰 왔다. 프로에서 포수로 쓸 수 있는 수비력을 갖춘 포수에 지명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10순위 SK 와이번스의 선택은 예측 불가다. 앞의 구단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경우의 수가 무한대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다른 구단이 지명전략을 전혀 공유하지 않아, 우리 차례까지 어떤 선수가 돌아올지 알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SK는 차례까지 돌아올 만한 내야수와 포수 자원을 두루 눈여겨보는 중이다. 일각에선 SK가 공격력에 확실한 강점이 있는 선수를 지명한 뒤 포지션 변경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선 지난해 이대은, 이학주처럼 ‘국외 유턴파’ 선수 중에 1라운드에 지명받는 선수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가장 상위 지명에 근접한 선수는 연천 미라클 내야수 손호영이다. 강한 어깨가 장점이고, 고교 시절보다 전체적인 체격과 힘이 좋아졌다. 빠르면 2라운드에도 이름이 불릴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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