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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4

KBO

[엠스플 인터뷰] KT 심우준은 어떻게 ‘수비요정’으로 진화했을까

  • 기사입력 2019.08.22 10:56:42   |   최종수정 2019.08.22 10: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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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수비의 팀으로 변신한 KT 위즈, 각종 수비지표 10개 구단 중 1위

-KT 수비의 중심엔 유격수 심우준이 있다…오지환, 김재호와 어깨 나란히 하는 A급 수비수

-시즌 전 포지션 경쟁이 자극제, 수비로 팀에 기여한다는 자부심

-7월 이후 타격도 상승세, 팬들에게 자랑스러운 선수 목표

 

올 시즌 리그 정상급 수비수로 올라선 심우준(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올 시즌 리그 정상급 수비수로 올라선 심우준(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올 시즌, KT 위즈는 만년 하위권에서 벗어나 NC 다이노스와 치열한 5위 싸움을 펼치는 중이다. 8월 22일 현재 5위 NC와는 1.5경기 차. 창단 첫 5할 승률과 5강 진출, 최다승(59승) 돌파가 꿈이 아니다. 

 

확 달라진 수비력이 비결이다. 지난해까지 KT의 수비력은 리그 최하위 수준이었다. 2018시즌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잡아낸 ‘수비효율(DER)’ 스탯에서 KT는 0.648로 리그 꼴찌에 그쳤다(리그 평균 0.667). 타자가 배트에 맞힌 타구가 아웃이 아닌 안타로 이어질 확률이 10개 팀 중에 가장 높았단 얘기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졌다. 21일 경기까지 KT의 DER은 0.698로 10개 팀 중에 1위를 기록하고 있다(리그 평균 0.684). 불과 한 시즌 만에 DER 꼴찌에서 1위로 올라선 KT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평균 대비 수비 승리기여(WAA) 수치도 2.681로 리그 1위. 수비수들의 활약은 투수진의 호투를 가져온다. 팀 전력이 안정된 6월 이후 KT 마운드는 평균자책 4.01로 SK, 키움에 이은 리그 3위를 기록 중이다.

 

그물망 수비진을 구축한 KT 야수진의 중심엔 유격수 심우준이 있다. 심우준은 올 시즌 매 경기 화려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수비로 팀 승리에 기여하는 중이다. 데뷔 이후 줄곧 하위권이던 유격수 수비 지표도 LG 오지환, 두산 김재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경기마다 호수비 하이라이트 필름을 쏟아내는 그를 향해 KT 팬들은 ‘수비요정’ ‘갓우준’이란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무엇이 데뷔 5년 차 유격수 심우준을 ‘수비요정’으로 만들었을까. 

 

“수비 잘한다는 평가 감사…박경수, 오태곤 선배 도움 덕분

 

심우준은 올 시즌 각종 수비 지표에서 오지환, 김재호와 함께 선두를 다툰다(사진=KT)

심우준은 올 시즌 각종 수비 지표에서 오지환, 김재호와 함께 선두를 다툰다(사진=KT)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사실 KT에 처음 입단할 때부터 심우준은 A급 수비수의 자질을 갖춘 선수란 평가를 들었다. 경기고 시절 심우준은 강한 어깨와 빠른 발, 민첩한 감각을 자랑하는 유격수였다. 공수주를 한 몸에 갖춘 심우준은 청소년대표팀 유격수로 활약했고, 2014 신인드래프트 2차 특별 14순위로 KT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기대보다 성장이 더뎠다. 사실 심우준 뿐만 아니라 창단 초기 KT가 지명한 신인선수 대부분이 오랜 시간 프로 적응과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하위권 팀 성적과 어수선한 분위기가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이에 대해 심우준은 “사실 창단 멤버기 때문에 입단 시기도 좋았고, 기회도 많이 받았다. 내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자릴 잡고 위로 올라갔을 것이다. 내 노력 부족”이라고 겸손을 보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심우준은 데뷔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 신임 이강철 감독은 박기혁(현 수비코치) 은퇴로 공석이 된 주전 유격수 자리에 심우준 대신 황재균, 오태곤 등을 기용할 뜻을 밝혔다. 심우준은 다른 팀에서 영입한 유격수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같은 팀의 다른 포지션 선수와 경쟁한다는 게 충격이었다.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 감독의 ‘유격수 황재균’ 구상은 표면적으론 실패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황재균은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 유격수 수비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가 원래 자리인 3루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 감독의 충격요법은 기존 유격수 자원 심우준에게 ‘자극제’가 됐다. 오랜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 각성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22일 현재 심우준의 평균 대비 수비 승리기여(WAA)는 1.051로 오지환, 김재호에 이은 리그 유격수 3위다. 실책은 단 7개. 6월 27일 롯데전 실책을 마지막으로 최근 36경기에서 단 1개의 실수도 범하지 않았다. 2루수 박경수와 호흡도 찰떡같다. 병살타구 기회 대비 처리율 64.9%로 리그 유격수 중에 1위다. ‘수비요정’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에 대해 심우준은 2루에 박경수 선배, 1루에 오태곤 선배가 많이 도와준 덕분이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제가 잘못 송구해서 벗어나는 공이나, 바운드된 공도 다 잡아준다. 그 덕분에 수비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심우준의 말이다.

 

심우준의 수비력 향상을 도운 요인은 더 있다. 심우준은 “실전에서 안정적으로 수비하기 위해 훈련할 때부터 주자 유무 등 여러 상황을 이미지 트레이닝하고 경기를 준비한다. 투수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 구단 데이터팀과 박정환, 박기혁 수비코치의 도움으로 타자와 상황에 따라 최적의 수비위치를 잡는 것도 예년과 달라진 점이다.


“타구 스피드 늘리려 폼 조정, 조금씩 타격에도 자신감 생긴다”

 

수비에서 얻은 자신감은 심우준의 타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수비에서 얻은 자신감은 심우준의 타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수비에서 얻은 자신감은 타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심우준은 시즌 초반 방망이가 잘 안 맞을 때도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수비에서 제가 팀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팀에서 제가 그렇게 느끼게끔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지금 우리 팀이 가장 좋아진 점이 수비 아닌가. 수비가 강해져야 더 좋은 팀이 된다는 생각으로, 수비에 좀 더 집중했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의 조언도 심우준이 타격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데 도큰 도움이 됐다. 심우준은 “이지풍 코치님이 제게는 멘탈 트레이너”며 “전에는 첫 타석에 아웃당하면 생각이 많아졌고, 잔뜩 화가 나 있곤 했다. 그럴 때면 이 코치님이 옆에서 ‘아직 타석이 세 번이나 남았는데 뭘 그러냐, 한 번 더 나가서 치면 된다’고 한마디씩 해주신다”고 했다.

 

이 코치는 이전 넥센(현 키움) 시절에도 슬럼프에 빠진 선수,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선수에게 적절한 조언으로 도움을 주곤 했다. 지금은 롯데에 있는 채태인도 넥센 이적 후 삼성 시절보다 줄어든 팀 훈련에 불안해하다 이 코치의 조언을 듣고 안정을 찾았다. 키움 한 선수는 “예전 타격이 잘 안 돼 고민할 때 이 코치님에게 ‘BABIP’ 이론에 기반한 말을 듣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심우준도 “이제는 한 타석 못 치고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고 다음 타석을 준비한다. 그러다 보니 빗맞은 안타도 하나씩 나오고, 조금씩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타격해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 오히려 안타가 잘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타격폼에도 변화를 줬다. 심우준은 타구 스피드를 빠르게 만들려고 수정했다. 이전엔 뒷다리에 힘을 주고 회전으로 치려 했는데, 자꾸 파울이 나고 약한 타구가 나오더라6월부터 고교 시절 폼으로 돌아갔다. 다리를 좀 들었다가 앞으로 나가는 느낌으로, 배팅 포인트를 앞쪽에 놓고 친 게 기억나서 시도해 봤는데 나쁘지 않다고 했다.

 

6월까지 심우준의 시즌 타율은 0.235로 ‘공인구 효과’를 감안해도 아쉬운 기록에 그쳤다. 그러나 7월부터 방망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7월 한 달간 타율 0.302 맹타를 휘둘렀고 8월 들어선 월간타율 0.333으로 타격감이란 것이 폭발하는 중이다. 20일과 21일 키움전에선 이틀 연속 3안타를 터뜨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시즌 타율도 어느새 0.264까지 올랐다.

 

심우준은 “앞으로 타격도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그동안은 좋을 때는 좋다가, 나쁠 때는 한없이 아래로 떨어지곤 했다. 그러다 보니 타율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3할 타자까진 아니더라도 2할 7푼은 꾸준히 치는 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년에 더 좋아질 거란 자신감이 든다”고 했다.

 

타격 능력의 향상은 심우준의 ‘더 큰 꿈’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심우준은 지난달 발표된 야구 국가대표팀 예비엔트리에 유격수로 이름을 올렸다. 리그 정상급 수비력과 기동력(올 시즌 도루 14성공/3실패)을 갖춘 만큼, 타격만 어느 정도 받쳐준다면 대표팀 승선도 전혀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다.

 

이에 대해 심우준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지금 질문을 받으니까 생각났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김하성이 워낙 독보적이라, 만에 하나 (대표팀에) 가게 돼도 백업 역할을 하지 않겠나. 대수비나 중요한 상황에서 대주자 역할이니까, 그러려면 수비와 주루에서 제 장점을 좀 더 살려야 할 것 같다. 물론 기대는 전혀 안 하고 있다”며 웃었다.

 

끝으로 심우준은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께 항상 죄송할 뿐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버텨주신 것만 해도 신기하다”며 다음과 같이 감사의 말을 전했다.

 

팬들께서 제 유니폼도 사주시고, 응원하러 경기장에 와주시는 데 제가 출전하지 못하고 벤치에 있거나, 좋은 활약을 못 하면 얼마나 실망하시겠나. 팬들께 자랑스러운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팬들에게 더 자랑스러운 선수로 기억되기 위해, 오늘도 심우준은 부지런히 치고 잡고 달린다. 이제는 어디 내놔도 당당한 KT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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