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무쇠팔 최동원상’ 판도, 두산 린드블럼이 선두

-후반기 페이스 좋은 SK 산체스-김광현, KIA 양현종이 맹추격

-다승, 평균자책 등 클래식 스탯은 린드블럼이 앞서

-세이버메트릭스 지표상으로도 린드블럼 우세, 남은 시즌 판도 바뀔까

지난해 최동원상 수상자 린드블럼, 통산 2회 수상에 빛나는 양현종(사진=엠스플뉴스)
지난해 최동원상 수상자 린드블럼, 통산 2회 수상에 빛나는 양현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린철순’ 조시 린드블럼의 2년 연속 수상이냐, ‘대투수’ KIA 양현종의 통산 세 번째 수상이냐. 그도 아니면 앙헬 산체스, 김광현 등 SK 에이스 듀오의 통산 첫 수상으로 귀결될까.

최근 야구팬 사이에서 가장 큰 화제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 여부다. 올 시즌 어깨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해 눈부신 호투를 펼치고 있는 류현진은 8월 12일 현재 평균자책 1.45로 메이저리그 규정이닝 투수 중에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 외에도 다승(12승), 리그 최소볼넷(17개), 최소 피홈런 2위(10개)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면서 각종 매체와 전문가 사이에서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는 중이다. 물론 한편에선 탈삼진 능력이 뛰어난 맥스 슈어저, 모든 투구 기록에서 고루 상위권인 제이콥 디그롬을 수상자로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떤 기준에 가중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최고 투수’의 주인공이 달라질 수 있어, 남은 시즌에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메이저리그에 사이영상이 있다면, KBO리그엔 ‘무쇠팔 최동원상’이 리그 최고 투수를 가리는 상으로 역사와 권위를 쌓아가는 중이다. 최동원상은 한국야구의 전설적 투수였던 故 최동원을 기리기 위해 2014년 최동원 기념사업회가 제정했다. 2014년 초대 수상자 양현종을 시작으로 유희관(2015년), 장원준(2016년), 양현종(2017년, 2회 수상), 지난해 린드블럼까지 5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시즌 막바지를 향해 가는 올해도 최고 투수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시즌 수상자 린드블럼이 선두로 치고 나간 가운데, SK 외국인 에이스 산체스가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여기에 후반기 들어 국내 좌완 에이스 양현종과 김광현이 바짝 치고 올라오면서 갈수록 흥미를 더하는 최동원상 레이스다.

다승 1위, 평균자책 1위…클래식 스탯은 린드블럼의 편이다

2번째 시즌을 맞는 산체스. 올 시즌 한결 더 강력해진 구위를 뽐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2번째 시즌을 맞는 산체스. 올 시즌 한결 더 강력해진 구위를 뽐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현재까지 가장 앞서가는 후보는 ‘린동원’에서 이제는 ‘린철순’이 된 두산 린드블럼이다. 지난해 최동원상 첫 외국인 수상자가 됐던 린드블럼은 올 시즌 모든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구위와 제구로 최초의 ‘2년 연속 수상’에 도전한다.

최동원상은 선발 25경기 이상, 180이닝 이상, 12승 이상, 150탈삼진 이상, 퀄리티스타트 15회 이상, 평균자책 3.00 이하, 35세이브 이상 가운데 어느 하나만 충족해도 후보가 된다. 물론 수상자 선정은 선정위원회 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이뤄지지만, 후보자 선정에 있어 다승 등 ‘클래식’ 스탯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유력 후보 4인의 다승, 평균자책 등 클래식 스탯(통계=스탯티즈)
유력 후보 4인의 다승, 평균자책 등 클래식 스탯(통계=스탯티즈)

올해 린드블럼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린드블럼은 23번 선발등판해 리그 최다인 18승을 기록했고, 그러면서 패배는 가장 적은 1패만 기록했다. 144경기로 환산한 성적은 24승 1패. KBO리그 역사상 규정이닝을 채우면서 10승 이상과 1패 이하를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1992년 삼성 오봉옥(13승 무패)이 유일했다.

또 린드블럼은 리그 투수 중에 가장 많은 148이닝을 던졌고, 그러면서 이닝당 1대 1에 가까운 142개의 삼진을 잡았다. 평균자책도 1.95로 규정이닝 투수 중에 유일한 1점대를 기록 중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희생정신과 에이스다운 강인한 멘탈도 린드블럼에게 ‘린동원’이란 별명이 전혀 아깝지 않은 이유다.

여기에 필적할 상대로는 SK 산체스를 거론할 만하다. 올해 내구성이 크게 좋아진 산체스는 21경기에 등판해 15승 3패로 다승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투구이닝은 128.2이닝으로 다소 적지만 평균자책 2.24로 린드블럼에 이은 2위를 기록 중이다. 또 타자 친화적인 인천 SK 홈런드림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홈런을 단 2개만 허용했을 정도로 강한 구위를 자랑한다. 쾌활한 성격과 ‘다른 세상 텐션’으로 팀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투수다.

국내 투수 중에는 리그 대표 좌완 에이스 양현종과 김광현이 강력한 후보다. 이미 두 차례 최동원상을 수상한 양현종은 올 시즌에도 13승 8패로 건재하다. 시즌 초반 일시적 부진도 겪었지만, 5월 이후 반등에 성공해 한때 5점대였던 평균자책을 2.68까지 끌어내렸다.

5월 이후 17경기에서 양현종의 성적은 114이닝 13승 3패 평균자책 1.26으로 해당기간 리그 최고의 기록이다. 연습타구에 맞아 손등이 부었는데도 등판을 자청하는 희생정신,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긴 이닝을 책임지려는 팀 퍼스트 정신도 최동원의 후계자로 손색이 없다.

한편 팔꿈치 수술 여파에서 완벽하게 회복한 김광현은 올 시즌 23경기 14승 3패로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144이닝을 투구해 일찌감치 규정이닝을 채웠고 2.44의 환상적인 평균자책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 콘텐츠인 탈삼진도 138개로 1위 린드블럼에 6개차 2위다.

수술 전까지만 해도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위주의 ‘투 피치’에 가까웠던 김광현은 올 시즌 체인지업과 투심성 스플리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사하며, 한층 더 완성도 높은 투수로 진화했다. 아직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재취득까지는 한 시즌이 더 남아 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도 뜨겁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국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최동원의 후예답다.

세이버메트릭스 스탯으로 봐도…단연 앞서가는 린드블럼

켈리에 이어 김광현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될까(사진=엠스플뉴스)
켈리에 이어 김광현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될까(사진=엠스플뉴스)

물론 다승, 평균자책 등 구식 스탯은 투수 개인의 능력을 온전히 평가하는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투수가 아무리 좋은 공을 던져도, 타자들이 점수를 못 내거나 구원투수가 불을 지르면 승수를 챙길 수 없다.

평균자책 역시 팀 수비진의 능력에 좌우되는 면이 있는 기록이다. 정상급 수비수들을 뒤에 놓고 던지는 두산, SK 투수와 ‘수비 믿고 던지면 안되지’ 소리가 절로 나오는 팀 투수의 평균자책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순 없다. 이 때문에 최근엔 메이저리그에서도 사이영상 수상자 선정시 다승 등 클래식 스탯의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제이콥 디그롬은 ‘10승’에 그치는 불운 속에서도 압도적인 표차로 NL 사이영상을 받았다.

RAA, WAR, WPA 등 세이버 스탯을 비교해 봤다(통계=스탯티즈)
RAA, WAR, WPA 등 세이버 스탯을 비교해 봤다(통계=스탯티즈)

그렇다면 진보적인 통계지표를 동원해서 살펴보면 최동원상 수상자가 바뀔까. 그러기엔 린드블럼의 올 시즌 퍼포먼스가 너무나 압도적이다. 린드블럼은 클래식 스탯은 물론 세이버메트릭스 지표상으로도 경쟁자들보다 훨씬 앞선 성적을 내고 있다.

먼저 투수가 혼자 힘으로 타자를 잡는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스탯인 탈삼진에서도 린드블럼이 최고다. 린드블럼은 이닝당 탈삼진율 24.4%로 김광현(23.2%)은 물론 산체스, 양현종을 제치고 이 부문 리그 1위를 달리는 중이다.

투수의 실점억제 능력과 이닝소화 능력을 통합해 보여주는 리그평균대비 득점기여도(Runs Above Average, RAA) 스탯으로 봐도 린드블럼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다. RAA는 리그평균 선수의 9이닝당 득점기여도를 구한 뒤, 이를 투수가 소화한 이닝에 비례하여 누적한 값이다.

린드블럼은 40.78의 RAA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40 이상의 RAA를 기록했다. 리그평균 대신 대체레벨 선수와 비교해 구한 RAR 역시 61.85로 리그에서 홀로 60 이상을 찍었다. 2000년대 이후 린드블럼보다 높은 RAA를 기록한 투수는 2015 양현종, 2010 류현진, 지난해 린드블럼과 윌슨, 2016년 헥터 노에시까지 딱 5명 뿐이다.

투수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도 린드블럼이 뛰어나다. 현재 6.58승을 기록 중인 린드블럼은 이대로라면 WAR 8.70승으로 시즌을 마감한다. 2000년대 이후 이보다 높은 WAR로 시즌을 마친 투수는 2010년 류현진(9.20승) 하나뿐이다. 무려 234.2이닝을 던진 2007년 다니엘 리오스도 WAR은 8.15승으로 린드블럼만 못했다.

추가한 승리확률을 보여주는 지표 WPA(Win Probability Added)도 스탯티즈가 이 스탯을 제공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최근 6년간 린드블럼이 4.26으로 단연 1위다. 그 뒤로는 2015년 양현종이 3.94로 해당기간 2위, 올 시즌의 SK 산체스가 3.41로 3위다. 타선 지원과 불펜 도움으로 얻은 18승을 제쳐두고 봐도, 리그에서 팀 승리에 가장 크게 기여한 투수는 린드블럼이었단 얘기다.

이처럼 클래식 스탯으로 보나, 세이버 기록으로 보나 현재까지 최동원상 경쟁은 린드블럼이 앞서가는 분위기다. 물론 앞으로 남은 시즌 동안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5월 이후 각성한 양현종이 최고의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고, 최강팀 소속인 산체스와 김광현이 치고 올라올 가능성도 여전하다. 과연 올 시즌 ‘최동원 후계자’ 타이틀을 가져가는 투수는 누가 될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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