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한화 이글스와 트레이드로 불펜 송은범 영입

-통산 포스트시즌 18경기 ERA 2.00 기록한 송은범, 경험 풍부한 베테랑 불펜

-정우영, 고우석 등 신예 위주의 불펜에 송은범 합류로 경험 더했다

-외국인 타자 빠른 교체 결단까지…현장과 프런트의 이상적인 호흡 보여주는 LG

트레이드를 통해 LG에 합류한 송은범.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을 자랑하는 투수다(사진=엠스플뉴스)
트레이드를 통해 LG에 합류한 송은범.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을 자랑하는 투수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지난 가을 부임 뒤 끊임없이 크고 작은 무브를 단행했다. 방출당한 선수, 원 소속팀에서 기회를 잃은 선수를 대거 수집하며 주인 없는 등번호를 채워나갔다. 일각에선 리빌딩을 말하면서 베테랑 선수를 수집하는 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영입이 성공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유강남의 부상 공백은 한때 은퇴까지 고민했던 이성우가 메웠고, 항상 아쉬웠던 대타 문제는 전민수가 해결했다. 3루수 빈자리는 현금만 주고 영입한 김민성으로 채웠고, 심수창과 장원삼도 나름대로 요긴하게 활용했다. 베테랑이 빈틈을 채운 사이 정우영, 고우석 등 미래 10년을 책임질 유망주가 자라났다. 무엇보다 8월을 앞둔 현재 LG의 팀 순위(4위)는 지난 겨울 폭풍 영입이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준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시즌을 맞이했던 LG의 눈은 이제 본격적으로 가을야구를 바라본다. 베테랑 불펜투수 송은범 영입, 새 외국인 타자 카를로스 페게로의 가세로 불펜과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다. 차 단장과 류중일 감독도 공개적으로 ‘포스트시즌’을 언급하며, 후반기를 넘어 가을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PS 통산 18경기 ERA 2.00’ 송은범, LG 불펜에 경험 더한다

한화 시절 송은범과 배영수. 둘은 이제 서울팀인 LG와 두산 소속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시절 송은범과 배영수. 둘은 이제 서울팀인 LG와 두산 소속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사진=엠스플뉴스)

먼저 송은범 영입이다. 7월 28일 LG는 한화에서 송은범을 영입하고 신정락을 보내는 트레이드 소식을 알렸다. 이 트레이드는 정우영의 급부상으로 기회가 줄어든 신정락을 고향 팀으로 보내 길을 터주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을야구 경험이 풍부한 불펜투수를 데려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류중일 감독은 28일 경기후 취재진 앞에서 포스트시즌 싸움 해보려면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송은범이 오면 좋지 않겠나 싶었다고 했다.


송은범은 과거 SK 왕조 주역으로 거의 매 시즌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21살 시절인 2005년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한화 시절인 지난해까지 8차례 포스트시즌에 출전했고, 18경기에서 4승 2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 2.00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도 2경기에서 2.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2013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3년 연속 7점대 평균자책을, 2016년과 2017년엔 6점대 평균자책으로 하락세가 뚜렷했던 송은범은 지난 시즌 신무기 투심 장착과 함께 7승 1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 2.50을 기록하며 정상급 구원투수로 올라섰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선 37경기 3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 5.14로 다시 침체에 빠진 모습이다. 이에 대해 야구계 일각에선 송은범이 시즌 전 연봉협상 과정에서 구단과 마찰을 겪으면서 다소 의욕을 잃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주무기 투심의 구위도 예년보다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평균 143.3km/h였던 송은범의 투심 구속은 올 시즌 142.1km/h로 하락했다. 이와 함께 투심 구사율도 61%에서 46.8%로 줄어들었고, 대신 슬라이더와 커브 등 변화구 구사율을 늘려 버텨보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세부 스탯도 모든 면에서 지난해만 못하다. 9이닝당 볼넷은 3.34개(지난해 3.74)로 큰 차이가 없지만 탈삼진이 6.92개에서 3.86개로 뚝 떨어졌고 땅볼아웃/뜬공아웃 비율이 2.86에서 1.31로 하락했다. 지난해엔 내야타구 비율이 59%로 대부분의 타구가 내야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이 비율이 48.8%로 다시 ‘암흑기’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차명석 단장은 환경 변화가 송은범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보였다. 구위에 대해서도 지난해와 올해 트랙맨 데이터를 비교해본 결과, 투심의 떨어지는 폭이 다소 줄어든 것 외에 다른 구종은 큰 차이가 없었다최일언 투수코치와 함께 문제를 찾아 개선한다면 충분히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이에 따라 LG에서 송은범은 잃어버린 투심 구위를 되찾기 위한 노력과 함께, 다른 구종의 활용도를 높이는 피치 디자인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류중일 감독도 “송은범은 필승조로 나가야 하지 않겠나. 경험을 많이 쌓은 투수니까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 더 자신있게 던질 거로 본다”며 “속구 구속은 조금 떨어졌지만, 투심 패스트볼로 땅볼 유도를 잘할 수 있는 투수”란 생각을 밝혔다. 넓은 잠실구장이 송은범의 자신감 회복에 도움이 될 거란 견해다.

차 단장은 작년 수준으로 반등에 성공하면 제일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팀의 불펜 운영에 도움이 될 투수란 견해를 밝혔다. 송은범의 합류로 신인 정우영에 지나치게 집중된 불펜 운영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문광은, 진해수와 함께 경기 후반 승리조 역할을 하며 정우영-고우석 듀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LG에서 송은범에 기대하는 역할이다.

거포 페게로 영입, 가을야구 향한 LG의 승부수

LG는 새 외국인 타자 페게로에게 과거 페타지니의 장타력을 기대한다(사진=LG)
LG는 새 외국인 타자 페게로에게 과거 페타지니의 장타력을 기대한다(사진=LG)

한편 새 외국인 타자 페게로 영입도 후반기를 넘어 가을까지 겨냥한 승부수다. 기존 외인타자 토미 조셉은 장타력은 화끈했지만 건강 문제로 속을 썩였다. 이에 LG는 지난 시즌 아도니스 가르시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결단을 내렸고, 건강한 거구의 새 외인타자를 데려왔다.

1987년 도미나카 공화국 태생인 페게로는 신장 196cm·몸무게 117kg의 건장한 체격을 갖춘 좌타자다. 외야가 주포지션이지만 1루 수비도 가능해 1루가 허전한 LG에 잘 맞는 조각이다. 전반기 막바지 합류한 뒤 5경기 가운데 4경기에서 안타를 때렸고, 볼넷도 4개를 얻어냈다. 특히 후반기 2경기에선 6타수 3안타 2볼넷을 얻어내며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홈런까지 뻥뻥 터져서 장타력 하위권 LG 타선에 힘을 더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현장 감독은 주어진 선수진을 데리고 최상의 성적을 내는 게 역할이다. 한편 프런트는 현장을 도와 최상의 선수 구성을 만들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미래를 준비하는 게 본분이다. 이 면에서 오프시즌부터 최근까지 LG 프런트 오피스는 오랜만에 제 몫을 다하며 현장과 프런트의 이상적인 역할 분담을 보여주고 있단 평가다.

오프시즌 ‘폭풍영입’의 결과로 팀의 구멍을 채운 결과, LG는 리그 4위의 상위권 성적을 달리고 있다. 또 팀 순위가 안정권에 접어든 뒤엔 가을야구를 내다보고 베테랑 불펜과 외인타자를 보강했다. 야구계에선 LG가 한국 복귀를 앞둔 오승환 영입 가능성을 알아본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장과 프런트의 찰떡 호흡 속에 LG의 가을야구 꿈이 서서히 무르익어 간다. 2년간 장롱 속에 넣어둔 유광잠바를 준비할 시간이 다가온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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