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투수 조쉬 린드블럼, 34년 만의 전반기 15승 달성
-“승리보단 이닝이 더 중요, 팀 승리 기회 만드는 것에 더 집중”
-“가족의 행복이 나에겐 최우선, 홈구장에서 가족 응원에 큰 힘 얻는다.”
-“어떤 타자든 이길 수 있단 자신감 충분, KS 우승 이번엔 꼭 맛보겠다.”

두산 투수 린드블럼은 34년 만의 전반기 15승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투수 린드블럼은 34년 만의 전반기 15승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선발 투수 예고에 이름만 떠도 상대 팀은 이번 경기는 어렵겠단 생각이 든다. 팀이 연패 중이라도 이 투수만 마운드에 오르면 이길 수 있단 믿음이 동료들에게 생긴다. 그게 바로 ‘에이스’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는 단연 조쉬 린드블럼이다.

린드블럼 같은 투수가 5명이 있다면 시즌 내내 무슨 걱정이 있겠나.” 올 시즌 두산과 맞대결을 앞뒀던 한 감독이 부러움에 내뱉은 말이다. 이런 표현이 나올 정도로 린드블럼은 올 시즌 KBO리그를 지배하는 완벽투를 펼치고 있다. 전반기가 끝난 상황에서 다승 1위(15승)·평균자책 1위(2.01)·승률 1위(0.938)·탈삼진 1위(126탈삼진)에 올라 있는 린드블럼은 2011년 윤석민(KIA 타이거즈) 이후 처음 투수 4관왕에 오를 가능성을 높였다.

기록뿐만 아니라 팀을 위한 희생정신이 더 빛나는 린드블럼이다. 관리 차원에서 전반기 막판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린드블럼은 자진해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팀 동료 야수들이 매일 힘들게 경기에 뛰는데 내가 쉴 순 없다.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것도 야구선수로서 의무”라는 린드블럼의 말을 듣는다면 두산 팬들은 그와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느덧 KBO리그 5년 차 투수가 된 린드블럼은 ‘한국’과 ‘베어스’에 푹 빠져 있다. 무엇보다 그가 정말 사랑하는 가족들이 행복해하는 상황이라 더 힘이 치솟는 린드블럼이다. 전반기 최고의 활약을 펼친 린드블럼의 얘길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팀 동료 야수들이 매일 뛰는데 내가 쉴 순 없다.”

올 시즌 린드블럼은 말 그대로 승리 요정이다. 두산은 전반기 린드블럼의 20경기 선발 등판에서 무려 17승을 거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올 시즌 린드블럼은 말 그대로 승리 요정이다. 두산은 전반기 린드블럼의 20경기 선발 등판에서 무려 17승을 거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전반기 MVP가 린드블럼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듯싶다(웃음).

숫자만 봤을 땐 굉장히 기분이 좋다(웃음). 무엇보다 팀이 이길 수 있는 상황을 선발 투수로서 자주 만들어 다행이다. 그 과정이 잘 진행되니까 좋은 개인 기록도 따라온 듯싶다.

1985년 투수 김일융(삼성 라이온즈·전반기 15승) 이후 34년 만의 전반기 15승 투수가 됐다.

주위에서 그 기록을 말해줘 알고 있었다. 평소에 자주 하는 말이지만, 승리는 나 혼자 만든 기록이 아니다. 팀 야수들의 득점과 수비, 그리고 팀 불펜진의 호투가 있었기에 운이 따른 기록이다. 팀 동료들과 다 함께 노력했기에 ‘전반기 15승’이라는 기록이 따라올 수 있었다.

15승뿐만 아니라 단 ‘1패’만 기록한 것도 뜻깊은 숫자다.

물론이다. 선발 투수로서 팀이 이길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게 좋다. 물론 실점을 많이 허용할 때도 있지만, 그런 순간에도 팀이 이기는 상황을 만들고자 집중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패배도 적은 게 아닐까.

후반기에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인 22승(2016년 두산 더스틴 니퍼트·2007년 두산 다니엘 리오스)에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다.

일단 눈앞에 다가올 16승부터 먼저 생각하겠다(웃음). 개인 승리 기록에 크게 신경을 쓰진 않는다. 그건 내 의지로 결정할 수 없는 요소다. 팀 승리를 위해 한 타자 한 타자를 상대로 이기려고 노력한다면 승리가 따라오지 않을까.

KBO리그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이 몇 승인지 알고 있나.

잘 모르겠다.

1983년 투수 장명부(삼미 슈퍼스타즈)가 달성한 30승이다. 그 해 무려 427이닝을 소화했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맙소사. 그건 엄청난 숫자다. 30승을 달성하려면 선발 등판뿐만 아니라 중간에 불펜으로도 나가야겠다. 나는 도전할 수 없는 기록이다(웃음).

앞서 얘기가 나왔지만, ‘개인 승리’라는 기록은 현대 야구에서 점차 중요도가 줄어드는 추세다. 오히려 이닝이 더 중요하단 얘기가 나온다.

많은 승리를 기록한 투수들을 보면 주로 이닝도 많이 소화한다. 결국, 이닝을 많이 소화할수록 승리가 따라온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이닝을 승리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올 시즌엔 200이닝에도 도전할 수 있는 흐름이다.

200이닝을 달성한 시즌(2015년·210이닝)이 있기에 그 기록이 얼마나 뿌듯한지를 잘 안다. 이닝을 많이 소화할수록 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닝 욕심은 분명히 있다. 한 타자 한 이닝 집중하며 공을 던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200이닝에 도전할 수 있을 거다.

반대로 이닝 소화 대신 휴식을 권유하는 주위의 얘기도 많이 들린다. 감독이 전반기 막판 로테이션 휴식을 권유했지만, 정상적인 로테이션 소화를 고집했다고 들었다.

공을 열심히 던지는 게 내 직업 아닌가. 비시즌 동안 땀 흘려 준비한 건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기 위해서다. 팀 동료 야수들은 매일 경기에 뛰는데 내가 쉴 순 없다. 선발 투수로서 내 순서에서 빠지지 않고 등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또 벤치에서 등판마다 투구수 관리를 잘해준다. 벤치의 배려로 아낀 투구수만 고려해도 문제는 없다.

‘가족의 힘’으로 순항하는 린드블럼 “가족의 행복이 나에겐 최우선”

린드블럼이 2018 올스타전에서 아내·첫째 딸 프레슬리·둘째 아들 팔머·셋째 딸 먼로(가장 왼쪽부터 순서대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두산)
린드블럼이 2018 올스타전에서 아내·첫째 딸 프레슬리·둘째 아들 팔머·셋째 딸 먼로(가장 왼쪽부터 순서대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두산)

팬들이 린드블럼에게 더 반할 멘트다(웃음). 올 시즌 올스타전에서도 팬들과 만날 기회가 생겼다.

올스타전을 뛰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올스타 휴식기가 조금 더 길어졌기에 경기 감각 유지에도 좋을 듯싶다. 무엇보다 가족들과 함께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 평소와 다르게 다른 팀 선수들과 함께 즐길 기회다.

올스타전에서 퍼펙트 피처 이벤트에 출전한다고 들었다.(퍼펙트 피처 이벤트는 거꾸로 세워진 여러 개의 방망이를 공으로 최대한 많이 맞추는 경기다)

옛 동료 강민호도 퍼펙트 피처 이벤트에 나온다고 들었다. 승부욕이 강해 어떻게든 이기려고 할까 봐 약간 걱정이다(웃음). 어느 정도 욕심을 내려놓고 이벤트에 임해야겠다.

가족들의 응원이 올 시즌 큰 힘으로 작용하는 그림이다. 특히 가족들이 항상 응원하는 홈구장에서 올 시즌 성적(11G 8승 무패 평균자책 1.73)이 정말 놀라울 정도다.

가족들이 내 투구를 보고 있단 걸 알고 던지면 엄청난 힘이 나온다. 아이들이 좋은 추억을 남기도록 좋은 공을 던지고자 노력한다.

둘째 아들도 야구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웃음).

야구를 굉장히 하고 싶어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캐치볼을 하자고 할 정도다(웃음). 내 직업을 좋아해 주고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게 보기 좋다.

아들이 야구 선수를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가.

만약 야구를 하고 싶다고 하면 옆에서 열심히 도와주겠다. 반대하진 않겠다. 만약 내가 나중에 두산 감독이 된다면 아들을 야구 선수로 데려오고 싶다. 그런데 야구를 못하면 팬들이 나와 아들을 향해 ‘둘 다 팀에서 나가’라고 할까 봐 걱정이다(웃음).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투수답게 미국과 일본 구단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가득 받는 분위기다. 올 시즌 종료 뒤 거취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올 시즌이 끝나고 난 뒤에 생각해야 할 문제다. 어떤 나라든 어떤 리그든 나는 내 가족이 가장 만족스러운 상황을 제공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두산에 있는 상황이 우리 가족들에겐 최상의 환경이다.

가족들이 안정감을 느끼기에 더 편안한 마음으로 공을 던지는 듯싶다. 올 시즌 린드블럼의 투구를 보면 ‘압도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어떤 타자든 다 이길 수 있단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최고의 공을 던진다면 내가 타자를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올 시즌 결과까지 좋게 나오기에 야구가 더 재밌게 느껴진다. 승부의 세계가 흥미롭다. 팀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팀 승리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언제까지 공을 던져야겠단 생각이 있나.

그렇게 먼 미래까지 생각하진 않는다. 남은 시간은 3년이 될 수도 5년이 될 수도 있다. 언제까지 공을 던질지 모르겠지만, 내가 공을 던질 수 있는 한 끝까지 버티고 싶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아픔이 올 시즌 동기부여로 작용했을 듯싶다. 올 시즌엔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꼭 맛보고 싶겠다.

(고갤 내저으며) 프로 선수로서 어떤 특정한 이유로 동기부여가 더 된단 말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야구를 더 잘하고 싶은 건 어떤 상황이든 항상 똑같은 마음이다. 물론 지난해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올 시즌엔 꼭 하고 싶다. 내가 야구를 하는 이유는 바로 팀 우승인 까닭이다. 야구는 개인 게임이 아니라 팀 게임이다. 전반기에 팀 성적이 두산 팬들의 기대에 조금 못 미칠 수도 있다. 그래도 후반기엔 SK와 키움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나와 팀 동료들이 모든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 야구장에 찾아와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항상 감사드린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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