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SPORTS+ 김선우 해설위원, ‘작두 해설’로 올 시즌 화제
-“홈팀이 모두 패한 WS 현장 중계, 나도 당황스러웠다.”
-“작두 해설? 나는 흐름을 전달에 충실한 해설이다.”
-“광현이가 미국 진출한다면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역할 하길”
-“데이터의 진화처럼 해설자로서 야구 공부도 끝이 없다.”

MBC SPORTS+ 김선우 해설위원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작두 해설로 큰 화제를 모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MBC SPORTS+ 김선우 해설위원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작두 해설로 큰 화제를 모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고양]

코빈이 나오면 다저스에 찬스가 올 거로 봅니다. 산체스가 더 어려워요.

10월 7일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워싱턴 내셔널스 간의 디비전 시리즈 3차전. MBC SPORTS+ 김선우 해설위원은 워싱턴 선발 투수 아니발 산체스(5이닝 9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지켜본 뒤 5회 불펜에서 몸을 푸는 패트릭 코빈을 보자 확신에 찬 듯 다저스의 기회를 언급했다.

김 위원의 예상은 적중했다. 수준급 좌완 선발 자원인 코빈은 6회 불펜 투수로 등판해 0.2이닝 4피안타 6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다저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집중타를 날리며 10대 4 승리를 얻었다. 이날 경기 시청자들은 김 위원의 해설을 듣고 ‘미래에서 왔다’, ‘작두 해설을 하는 무당’이라는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현역 시절 김 위원은 고려대학교 재학 중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 곧바로 입단해 몬트리올 엑스포스(워싱턴 내셔널스 전신)과 콜로라도 로키스, 그리고 신시내티 레즈를 거치며 메이저리그 통산 118경기 등판 13승 13패 5홀드 평균자책 5.31 211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이후 2008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KBO리그로 첫발을 내디딘 김 위원은 2013년까지 두산 소속으로 뛰다 2014년 LG 트윈스로 이적해 한 시즌을 뛴 뒤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김 위원은 2015년부터 MBC SPORTS+ 해설을 맡은 뒤 올 시즌엔 메이저리그 경기 전담 해설로 시청자들과 함께 만났다.

김 위원은 올 시즌 내내 ‘작두 해설’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뒤 월드시리즈 땐 현지 중계를 맡아 친정팀이기도 한 워싱턴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중계석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엠스플뉴스가 김 위원에게 작두 해설의 비결과 더불어 현지 월드시리즈 중계 뒷얘길 직접 들어봤다.

“홈팀이 모두 패한 WS 현장 중계, 나도 당황스러웠다.”

김선우 위원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현지 중계에서 홈팀이 모두 패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선우 위원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현지 중계에서 홈팀이 모두 패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번 월드시리즈는 정말 특이했다. 시리즈 7차전에서 모두 홈팀이 패하는 광경을 중계석에서 직접 지켜봤는데 느낌이 어땠나.

전체 야구 인생에서도 홈팀이 계속 지는 이런 시리즈 흐름은 처음 본 듯싶다. 7차전 승부만 보면 멋있는 경기였는데 거기까지 가는 시리즈 흐름이 특이했다. 홈팀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경기 초반 나오다가 원정팀의 승리가 나오니까 홈구장 열기가 확 식었다. 그게 중계석으로 확연히 전달됐다. 홈구장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홈팀 선수들이 못하고 원정팀 선수들이 날아다니니까 응원 분위기도 축 처지더라. 홈 관중들의 정적 속에 나는 샤우팅을 해야 했다(웃음). 정말 잊을 수 없는 중계였다.

미국에서도 야구의 위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현지에서 느낀 월드시리즈 흥행 분위기는 어땠나.

솔직히 내가 팬들의 연령대나 전국적인 관심도는 잘 모른다. 다만, 확실한 한 가지는 포스트시즌이 열리는 워싱턴 D.C.와 휴스턴 도시의 분위기는 뜨거웠고 굉장했단 거다. 야구장에서 들은 팬들의 대화에서 인상에 남는 게 하나 있었다.

어떤 대화인가.

7차전이 열리는 휴스턴 홈구장에서 돌아다니다가 휴스턴 홈팬들에게 가장 많은 들은 단어가 ‘스트라스버그’였다. 자신의 팀 얘기나 선발 투수인 그레인키보다 상대 선발 투수인 스트라스버그의 공을 분석하는 대화가 더 많았다. 그만큼 팬들이 상대 팀 선수에 관한 수준 높은 분석을 하는 거다. 그게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월드시리즈에서 워싱턴이 끝내 승리한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비슷한 야구를 하는 감독들의 맞대결이었는데 불펜 싸움 흐름에서 경기력이 확 바뀌었다. 감독이 투수를 교체하는 타이밍에서 승부가 갈렸다. 타격보단 투수 쪽에서 흐름이 갈린 시리즈였다. 투수를 얼마나 아끼고 선발 로테이션을 시리즈 흐름에 따라 변화를 주느냐가 주효했다. 개인적으로 워싱턴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서 시리즈 4대 0으로 승리하고 올라온 건 큰 영향이 없었다고 본다.

가장 눈에 들어온 투수는 누구인가.

(망설임 없이) ‘스트라스버그’다. 월드시리즈 6차전을 8회까지 소화한 스트라스버그는 말 그대로 ‘슈퍼 에이스’였다. 사실 나는 슈어저나 벌렌더, 심지어 콜까지 눈에 안 들어왔다. 콜도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6차전 스트라스버그의 공은 정말 현장 분위기를 휘어잡는 압도적인 존재였다. 공을 때리는 느낌과 포수까지 가는 궤적이 남달랐다. ‘슈퍼 에이스’가 이런 선수라는 걸 다시 느꼈다.

김선우 위원은 몬트리올 소속 시절 송승준(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미국 무대에서 활약했다(사진=gettyimages)
김선우 위원은 워싱턴 전신인 몬트리올 소속 시절 송승준(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미국 무대에서 활약했다(사진=gettyimages)

뜬금없는 질문일 수 있지만, 워싱턴이 김선우 위원의 친정팀이지 않나(웃음). 현지에서 친정팀의 우승을 지켜본 느낌도 궁금하다.(워싱턴 내셔널스는 2005시즌 전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워싱턴으로 연고지 이전을 하며 새로 창단됐다. 김선우 위원은 2005시즌 중간 방출돼 콜로라도로 이적했다)

현지에서 워싱턴 팀 사람들을 살펴보니까 배팅 볼을 던져주는 투수가 눈에 익숙하더라. 내가 있었을 때 불펜 포수를 한 동료였다. 아는 척을 했더니 다행히 알아봐 줬다(웃음). 몬트리올 시절 당시와 비교해 남아 있는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 구단 직원까지 2명이라고 하더라. 야구장에서 이것저것 살펴봤는데 몬트리올 시절 역사가 계승되는 분위기는 없었다.

몬트리올 색깔이 거의 지워졌기에 아쉬움도 느꼈겠다.

월드시리즈 해설을 한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몬트리올도 기억해야 한다’고 한마디 하긴 했던데. 아무래도 캐나다 도시에서 미국 수도로 이전한 영향이 있을 거다. 나도 워싱턴 유니폼을 입고 한 달 정도 뛰었는데 야구장 지하에 걸린 창단 당시 선수단 사진엔 나는 없었다(웃음). 무언가 아쉬움이 느껴지긴 했다.

“작두 해설? 나는 흐름을 전달해주는데 충실”

김선우 위원은 2005년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워싱턴 유니폼을 잠시 입은 적이 있다(사진=gettyimages)
김선우 위원은 2005년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워싱턴 유니폼을 잠시 입은 적이 있다(사진=gettyimages)

이제 해설 얘기를 하자면 올 시즌 ‘작두 해설’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다저스와 워싱턴 디비전 시리즈 맞대결에서 나온 코빈의 얘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손사래를 치며) 작두 해설이라니 너무 과찬이다. 나는 무당이 아니라 흐름 전달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결과를 맞히려고 하거나 다음 이닝 때 무엇이 나온다고 말하려는 해설은 아니다. 나는 ‘흐름’을 굉장히 중시하는 해설이다. 지금 흐름이 이렇게 가고 있는데 감독이 어떤 변화를 주면 이런 흐름으로 갈 수 있다는 식이다. 올 시즌 그런 상황이 맞는 경우가 자주 나와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신 게 아닐까.

흐름 전달의 예시를 더 세부적으로 듣고 싶다.

경기 상황상 이 타자가 전 타석에서 바깥쪽 코스를 공략해 홈런을 날렸다 치자. 다음 타석 때 상대하는 투수가 정말 좋은 투수인데 바깥쪽 코스가 장점이다. 그래도 바깥쪽을 이날 잘 공략했기에 타자가 무언가 잘 친 듯싶은 흐름이 있지 않나. 그 느낌을 알아채 바로 말씀드리는 거다. 투수가 바깥쪽으로 던져야 하는 상황이 불안하니까 말이다.

선수의 당일 컨디션이 최근 흐름을 보는 ‘선수 출신’의 눈이 중요하겠다.

내가 그날 경기에 나서는 선수를 완벽하게 파악해야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해설을 전달할 수 있다. 최근 이 선수가 어떻게 경기에 임했는지를 먼저 파악하려고 한다. 사실 나에게 몇 개월 전 기록이나 통산 상대 전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참고 자료일 뿐이다. 지금 흐름이 이러한데 이 선수에게 이런 강점과 약점이 있고 이런 흐름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길 해드리려고 한다. 물론 내 능력으로 최근 흐름과 과거 기록을 같이 잘 섞어내야 하는 것도 맞다.

김선우 위원만의 해설 스타일이 이제 완성된 느낌이다.

5년 가까이 하며 이제 나만의 해설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느낌은 있다. ‘김선우’ 하면 딱 떠오르는 느낌말이다. 월드시리즈 현장 중계 때도 주위에서 작두 해설을 강조하셔서 매우 큰 부담감을 느꼈다(웃음). 나는 앞서 말했듯 그날 경기 흐름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을 때가 가장 속상하다. 시청자들이 더 재밌게 내 해설을 들을 수 있도록 흐름 전달에 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

그 흐름 전달을 위해선 1회부터 9회까지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겠다.

1회 초 투수의 초구부터 나오는 그 흐름을 절대 안 놓쳐야 한다. 그래서 시작부터 긴장을 많이 한다. 경기가 끝나면 다른 생각 없이 집에 가 바로 쓰러질 정도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특히 새벽 중계라면 더 고되다. 생활 패턴이 불규칙해지면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더라. 그래도 (류)현진이 등판이나 다저스 경기 중계는 시간대가 좋아 다행이었다(웃음).

“광현이가 미국에 진출한다면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역할 하길”

김선우 위원은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류현진 등판 경기를 중계해 기뻤다고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선우 위원은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류현진 등판 경기를 중계해 기뻤다고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류현진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해설자로서 지켜본 2019년 류현진은 어땠나.

팬들도 느꼈겠지만, 현진이의 야구 인생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나도 정말 재밌게 현진이의 등판 경기를 해설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 1위라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올 시즌처럼 홈런이 많이 나온 시즌에서 현진이는 홈런이 적은 데다 퀄리티 스타트도 기본으로 했다. 생각하는 코스로 편안하게 던지고 병살타가 필요할 땐 병살타 유도가 이뤄진다. 아마 게임에서도 그렇게 하기 힘들 거다. 전반기 때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경기력이었다.

류현진의 시즌 첫 위기는 쿠어스 필드 등판에서 찾아왔다. 하지만, 류현진은 쿠어스 필드의 악몽도 다음 쿠어스 등판에서 곧바로 씻었다. ‘쿠어스 완봉승의 산증인’이 볼 때도 놀라웠지 않았나.

쿠어스 필드는 어떤 투수가 가도 똑같이 어렵다. 나도 커리어 내내 쿠어스 완봉승 경기는 단 한 번뿐이다. 나머지 쿠어스 등판 경기에서 나는 망가진 거다. 현진이는 쿠어스 필드 두 번째 등판에서 새로운 슬라이더를 던져 위기에서 탈출했다.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현진이의 영리함과 배짱이 놀라웠다. 투수 입장에선 아니다 싶으면 바꾸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어 팀이 이기도록 도와주는 게 류현진의 최고 능력이다.

류현진은 이제 FA 자격을 획득해 다저스를 떠날 수도 있다. 팀을 떠난다면 잘할 수 있을 거로 보나.

다른 팀에서 FA 투수로 현진이를 데려가는 건 정말 필요한 선수로 영입하는 거다. 올 시즌 활약 기준으로 기대치가 있을 텐데 그만큼 충족해줘야 하니까 현진이의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물론 현진이는 그런 부담감을 털어내고 어떤 상황에서든 새롭게 도전하는 투수다. 마운드 위에서 긴장을 정말 안 하는 투수기에 개인적으로 큰 걱정은 없다.

김광현(SK 와이번스)도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향한 도전 의지를 밝혔다. KBO리그 선수들의 미국 진출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SK에서 미국으로 가 잘했으니까 (김)광현이도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물론 내가 지금 광현이와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건 맞지 않을 듯싶다. 그래도 하나 얘기하고 싶은 건 메이저리그는 꿈이 없으면 절대 못 가는 무대다. 간절하게 원한다고 무조건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만약 광현이가 자신의 꿈을 위해 미국으로 가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어린 야구 선수들에게 큰 무대를 향한 꿈과 도전 의식을 심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ML 해설 경험, 팀의 철학과 방향성까지 공부하게 됐다.”

최근  MBC SPORTS+ 출신 해설위원들이 KBO리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김선우 위원도 2015년부터 꾸준히 메이저리그 해설을 해오며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최근 MBC SPORTS+ 출신 해설위원들이 KBO리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김선우 위원도 2015년부터 꾸준히 메이저리그 해설을 해오며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메이저리그 해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나는 현역 선수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메이저리그 야구를 시청자들에게 설명해드리고 싶었다. 최고의 선수들이 도전해도 성공 못 하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얼마나 처절한 무대인지를 말씀드리고 싶었다. 그래도 여전히 부족하다. 해설에서도 배움의 끝은 없다. 커쇼를 예를 들자면.

예를 들자면?

전설적인 존재인 커쇼가 저물어가는 걸 볼 수 있는 무대가 메이저리그다. 최근 메이저리그를 보신 팬들은 ‘커쇼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투수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나는 당장의 기록 결과보단 커쇼가 저물어가는 존재라도 팀에 어떤 메시지와 의미를 남기고 후배 투수들에게 주는 영향을 말해주고 싶다. 그런 선수들의 역사적인 흐름을 짚어주는 것도 내 역할이다.

해설로 야구 보는 시각이 넓어졌다고 생각하나.

(고갤 끄덕이며) 확실히 달라졌다. 현역 시절엔 팀 베테랑 선수로서 해야 할 행동과 눈앞의 야구 경기, 그리고 팀 동료들과 관계 등만 신경 쓰면 된다. 그런데 이젠 팀의 철학까지 생각하게 되더라. 당장 올 시즌뿐만 아니라 내년, 그리고 몇 년 뒤 팀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공부하게 됐다. 경기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구단의 철학과 방향까지 짚으려고 한다.

해당 선수가 팀에 어떤 의미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트레이드가 그렇다. 구단이 어떤 생각으로 선수들을 영입하고 내보내는지 파악하려고 한다. 그러면 굉장히 넓은 시선으로 야구를 바라보게 된다. 야구를 잘할 때보단 야구가 안 풀릴 때 팀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리더가 있어야 내년을 향한 희망도 있는 거다. 그걸 잘 판단해야 하는 게 구단의 몫이다. 그래서 구단의 넓은 시야와 운영이 꼭 필요하다.

이제 KBO리그에서도 모든 구단이 ‘데이터 야구’를 외친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진화 속도는 생각 그 이상이지 않나.

내가 뛸 때와 비교해도 야구단 운영 수준이 확연히 달라졌다. 데이터는 정말 완벽하게 습득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더그아웃을 보면 영상 자료를 태블릿 PC로 항상 보고 있다. 순간마다 상대의 장단점이 철저하게 파악되는 거다. 첫 우승을 달성한 워싱턴이 내년 시즌 어떤 방향으로 갈지도 궁금하다. 다저스는 데이터를 정말 잘 활용하는 팀인데 결국 커쇼의 불펜 등판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과연 내년에도 다른 운영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생각보다 더 빠르게 진화한다. 잠시라도 놓고 있으면 흐름을 모른다. 단순히 어떤 선수를 데려와 우승한다는 얘기는 이제 통하지 않는 말이다.

“데이터의 진화처럼 내 야구 공부도 끝이 없다.”

김선우 위원은 내년 시즌 더 좋은 해설로 시청자들에게 찾아갈 것을 약속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선우 위원은 내년 시즌 더 좋은 해설로 시청자들에게 찾아갈 것을 약속했다(사진=엠스플뉴스)

데이터와 직감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데이터와 직감, 그리고 선수의 기량이 있어도 야구는 사실 그날 경기의 흐름과 운이 따라야 한다. 아무리 완벽한 팀이라도 그날 운이 없으면 타구가 계속 야수 정면으로 향한다. 완벽한 타구를 상대 수비수가 다이빙 캐치로 잡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타자는 데이터 분석대로 그 방향으로 타구를 보낸 건데 잡힌 거다. 그러면 이제 그 수비수가 다이빙 캐치로 잡을 확률까지 분석해야 할까.

머리가 너무 복잡해지는 데이터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거지만, 데이터의 진화는 끝이 없다. 시즌 운영에서 데이터를 절대 배제할 수 없다. 정밀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현장 경험과 팀 분위기를 같이 조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워싱턴도 올 시즌 중반 ‘아기 상어’ 세리모니로 팀 분위기가 바뀐 영향도 분명히 있다. 오히려 멤버는 몇 년 전이 더 좋았다고 본다. 앞서 강조한 ‘흐름’을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

현장 지도자로 복귀할 마음이 있나. 야구팬들이 김선우 위원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웃음).

같이 해설하신 분들이 다 좋은 자리로 가셨다(웃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불러주는 곳이 없다(웃음). 기회가 없으니까 우선 해설 일에 충실하겠다. 그리고 아직 메이저리그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게 정말 많다. 메이저리그는 한 팀만 파악하기도 힘들다. 나는 선수뿐만 아니라 팀의 성향까지 다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내 야구 공부엔 끝이 없다. 더 나은 해설을 위해선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해설가로서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어디인지 인지하고 고치려고 하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내년 시즌 더 발전한 ‘김선우표’ 해설이 기대된다.

우선 겨울에 푹 쉬며 재충전할 시간을 보내겠다. 더 많은 걸 시청자들에게 설명해드리고 싶은데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주어진 시간 속에 더 많은 내용을 조리 있게 전달하고 싶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상황에 대해 더 압축해 명확하게 전달하는 해설이 아직 어렵다. 조금 더 임팩트 있고 맛깔나고 재밌게 해설을 하고 싶은데 말이다. 내년엔 경기가 재밌는 만큼 시청자들도 더 흥을 느끼도록 도와드리겠다. 응원해주시는 팬들과 시청자들에게 항상 감사드린단 말씀을 전하고 싶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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