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강호로 발돋움한 대구,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휴식기 이후부터 바뀌었다

-“2018년 FA컵 우승이 대구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공격할 때보단 수비 시에 대구가 끈끈하다는 걸 느낀다”

-“모두가 ‘대팍’에서 팬과 함께 뛸 날 기다리고 있다”

대구 FC 상승세가 매섭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 FC 상승세가 매섭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

대구 FC 상승세가 매섭다.

대구는 6월 K리그1 5경기에서 4승 1무를 기록했다. 5월 성적은 3무 1패였다. 7월 5일 광주 FC전에선 5분 만에 3골을 몰아치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4-2 역전승을 거뒀다.

대구는 K리그1 10경기에서 승점 19점(5승 4무 1패)을 획득하며 4위에 올라있다. K리그1 단독 선두 전북 현대와 승점 차는 5점이다.

대구 간판 공격수이자 한국 U-23 축구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김대원은 경기장에 들어설 때부터 패할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수비 시 우리 팀이 끈끈하다는 걸 느낀다. 중앙 수비수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압박하고 수비에 가담한다. 시간이 갈수록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 승리가 쌓이면서 자신감까지 붙었다. 이 상황에서 울산 현대(7월 12일)를 만난다. 우리를 시험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경기다. 후회 없는 승부를 벌이고 싶다.

대구 FC는 원래부터 잘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확 바뀌었다

대구  FC 공격수 김대원(사진 오른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 FC 공격수 김대원(사진 오른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 FC가 K리그1에서 강팀으로 거듭난 건 지난 시즌부터다. 지난해 대구는 K리그1 상위 6개 팀이 마지막 승부를 펼치는 파이널 A 진입에 성공했다. 대구가 2012년 스플릿 시스템(현 파이널 라운드) 도입 후 파이널 A에 속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대구가 2019년 12월 1일 FC 서울과 시즌 최종전에서 승전고를 울렸다면 리그 3위 등극이 가능했다. 3위로 시즌을 마쳤다면 2시즌 연속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도전할 수 있었다.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대구 FC 성적(표=엠스플뉴스)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대구 FC 성적(표=엠스플뉴스)

대구는 파이널 A나 ACL과 거리가 먼 팀이었다. 대구는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K리그1 13위에 머물며 K리그2로 강등된 바 있다. 대구는 이후 3시즌을 K리그2에서 보냈다. K리그1으로 돌아온 2017시즌엔 12개 구단 가운데 8위를 기록했다.

2018년 전반기엔 1승 4무 9패를 기록했다. 2018년 4월 15일 강원 FC전을 시작으로 6연패에 빠지는 등 축구계로부터 강등 후보 1순위로 꼽혔다.

그랬던 대구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휴식기 이후다. 2018년 여름 190cm 장신 스트라이커 에드가, 일본 출신 미드필더 츠바사 니시가 합류했다. 당시 프로 3년 차 김대원, 2년 차 정승원은 꾸준한 경기 출전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대구의 2018시즌 후반기 성적은 놀라웠다. 전반기 딱 한 번 이겼던 대구는 후반기 19경기에선 10승 2무 7패를 기록했다. 파이널 라운드(B)에선 무패(3승 2무)를 기록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백미는 FA컵이었다. 대구는 FA컵 결승에 올라 강호 울산 현대를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울산에서 열린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둔 대구는 홈에서 치러진 2차전에선 3-0으로 대승했다. 1, 2차전 합계 5-1. 2002년 10월 9일 창단한 대구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최초의 순간이다.

김대원은 2018년 FA컵 우승이 대구를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며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휴식기 이후 승리가 하나둘 쌓이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개인적으론 출전 시간이 늘면서 경기력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FA컵 우승은 ‘’내년엔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당시 축구계는 울산의 우승을 확신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울산이 앞선 까닭이다. 하지만, 우리가 1, 2차전을 모두 이겼다. 대구는 2018시즌 후반기부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대구는 이 흐름을 잃지 않았다. 대구는 지난 시즌 K리그1 38경기에서 13승 16무 9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25일 18경기 연속 무패(12승 6무)를 질주 중이던 전북 현대를 2-0으로 잡아내는 등 K리그1 다크호스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파이널 라운드에선 1승 2무 2패를 기록했다. 창단 첫 파이널 A에 진입한 대구는 지난 시즌 최종전까지 우승 경쟁을 이어간 전북과 울산 현대에만 패했다.

달아오른 대구, 대프리카는 '축구 열대야'

한국 U-23 축구 대표팀에서도 활약 중인 김대원(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U-23 축구 대표팀에서도 활약 중인 김대원(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구 FC는 올 시즌 개막 전 한 차례 위기가 있었다. 대구를 K리그1 강호로 끌어올린 안드레 감독이 1월 급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놨다.

안드레 감독은 2015년 대구 코치로 부임해 재도약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2017년엔 지휘봉을 잡아 FA컵 우승과 ACL 본선, 파이널 A 진입 등의 성과를 냈다. 특히나 안드레 감독은 대구의 1차 전지훈련지인 중국 쿤밍에서 팀을 지휘하고 있었다. 대구는 새 감독을 선임하기보단 팀 색깔을 잘 아는 이병근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끌어올렸다.

대구는 올 시즌 초반 흔들렸다. 5월 9일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홈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1-1), 상주 상무(0-0)를 상대로도 승전고를 울리지 못했다.

이병근 감독대행은 올 시즌 초반 대구의 색깔이 안 나온 게 사실이다.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선수들도 있었다.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대구는 강했다. 5월 29일 홈에서 열린 상주전 이후 팀 경기력이 좋아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올 시즌 K리그는 코로나19로 69일 늦게 개막했다. 시즌 초 대구의 경기력과 결과가 좋지 않았던 건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 감각이 온전치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몸 풀린 대구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다. 백미는 6월 14일 FC 서울전이었다. 이날 대구는 김대원의 멀티골과 세징야, 데얀 등의 득점을 묶어 6-0으로 대승했다. 대구가 K리그에서 6골 차 승리를 거둔 건 이 경기가 처음이다. 동시에 서울전에서 5경기 무승(2무 3패)에서도 탈출했다.

당시 멀티골을 터뜨린 김대원은 대구를 향한 팬들의 기대가 커졌다코로나 19로 팬과 함께 뛸 순 없지만 언제 어디서나 지켜본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모든 선수가 팬들의 함성을 등에 업고 뛸 날을 기다린다. 그날이 오면 대구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대구 FC 관중 추이(표=엠스플뉴스)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대구 FC 관중 추이(표=엠스플뉴스)

대구는 성적만 좋아진 게 아니다. 대구는 지난해 3월 9일부터 축구전용구장인 DGB 대구은행파크(대팍)를 홈구장으로 쓰기 시작했다. 대팍은 19번의 홈경기에 무려 20만 3천942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경기당 평균 관중 1만 733명을 기록하면서 FC 서울(1만 7천61명), 전북 현대(1만 3천936명)에 이은 평균 관중 3위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K리그1 12개 팀 중 경기당 평균 관중이 1만을 넘은 건 위 세 팀뿐이다. 이 가운데 경기장 매진이 가장 많은 팀은 대구였다. 대구는 19번의 홈경기 중 9차례나 매진을 기록했다.

2018시즌 대구의 평균 관중은 3천518명(시즌 총 6만 6천837명)이었다. 성장을 거듭하는 대구와 1만 2천419석의 대팍의 만남이 인기구단의 탄생을 알린 것. 대구 수비의 중심 정태욱은 대팍에서 뛰는 느낌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매 경기 팬들로 가득한 곳에서 뛸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대팍은 경기 시작 전부터 우렁찬 함성으로 가득하다. 그라운드 위에 설 수 있어 감사하고 매 경기 설렌다. 90분 내내 쉼 없는 팬들의 함성은 선수들을 한 발 더 뛰게 한다. 어떤 팀을 만나든 물러서지 않게 만든다. 팬과 함께 뛰는 대구는 더욱 강하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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