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징야, K리그 통산 123경기 출전 41골 36도움 기록한 최고의 외국인 선수

-“2019시즌 마치고 여러 구단에서 영입 제안받은 게 사실”

-“아내가 한국 생활 적응에 가장 큰 힘 됐어”

-“대구는 한 명에 의존하는 팀 아니다. ‘함께’ 뛸 때 가장 좋은 경기력 보이는 구단”

대구 FC 세징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대구 FC 세징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남해]

세징야가 2020시즌에도 대구 FC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세징야가 대구와 인연을 맺은 건 2016년이다. 세징야는 K리그 첫해 11골 8도움을 기록하며 대구의 승격에 앞장섰다.

세징야의 기량은 K리그1에서도 통했다. 2018시즌엔 팀의 첫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대구가 창단 첫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확보한 순간이다.

2019시즌 세징야는 K리그1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K리그1 35경기에서 뛰며 15골 10도움을 기록했다. 세징야의 활약을 앞세운 대구는 리그 최종전까지 ACL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두고 경쟁하는 등 돌풍을 이어갔다.

K리그 통산 123경기 출전 41골 36도움. 엠스플뉴스가 승격과 FA컵 우승, ACL 출전 등 대구를 K리그1 대표 클럽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세징야를 만났다.

세징야 “휴식기엔 축구를 잊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

2020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세징야(사진=대구 FC)
2020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세징야(사진=대구 FC)

2월 12일 2020시즌 대비 2차 전지훈련을 마무리했습니다.

팀 합류가 늦었습니다. 중국에서 진행한 1차 전지훈련엔 참여하지 못했죠. 경상남도 남해 전지훈련부터 팀과 함께했어요.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면서 조직력 강화에도 힘썼죠.

팀 합류가 늦었습니다. 2019시즌을 마치고 어떻게 지냈습니까.

브라질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구들도 만났죠. 축구는 잠시 잊었어요. 승부와 책임감 등을 내려놓고 편안히 쉬었습니다. 시즌 중 몸 관리 때문에 먹지 못한 음식을 마음껏 먹고 잠도 원 없이 잤죠. 이제 다시 축구에 집중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웃음).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선수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아내가 아주 큰 힘이 돼요. 아내가 없었다면 진작 브라질로 돌아갔을 겁니다(웃음). 브라질에 있는 가족들이 아주 그립거든요. 시즌 중 부모님과 형제, 친구 등을 만나러 브라질에 다녀오는 건 어렵습니다. 거리가 너무 멀죠. 또한 시즌 중엔 축구가 우선입니다. 경기와 몸 관리에만 집중해야 하죠. 비시즌 가족들에게 집중하는 건 이 때문이에요.

가족들과 함께 휴식기를 보낸 뒤 대구로 돌아왔습니다. 2019시즌 종료 후 이적 가능성이 높은 선수였습니다.

여러 구단에서 영입 제안을 받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 대구와 계약돼 있는 상태였어요. 내가 이적을 원한다고 팀을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2020시즌 대구에 남았습니다. 아쉬움은 없어요. 대구는 팬들의 열정이 엄청난 곳입니다. 팬들이 저를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아는 까닭에 감사하고 행복해요(웃음).

K리그1 감독, 선수가 꼽는 최고의 선수입니다. 축구계엔 2020시즌 세징야의 동기부여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2016년 처음 한국에 와서 많은 걸 이뤘습니다. 대구의 K리그1 승격, FA컵 우승, ACL 출전, K리그1에서의 돌풍 등 매해 달라진 경기력을 보였어요. 우린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끝이 아니에요. 리그 우승, ACL 재도전 등 함께 이뤄야 할 게 많습니다. ‘최고의 선수’란 칭찬은 더 큰 책임감으로 다가와요. 2020시즌에도 팀과 함께 발전한 경기력 보이겠습니다.

2020시즌 K리그 경험이 풍부한 스트라이커 데얀과 함께합니다.

데얀은 K리그1에서 11시즌을 뛰었습니다. 경험이 풍부하고 영리한 선수예요.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능력은 지금도 최고 수준입니다. 데얀이 대구란 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2020시즌 첫 경기부터 대구만의 색깔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해나갈 생각입니다.

반면 조현우란 간판스타는 팀을 떠났습니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선수 구성은 어떻습니까.

2020시즌 선수층이 두꺼워졌습니다. 각 포지션마다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가 2명 이상 있어요. 부상이나 부진 등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대체할 수 있는 거죠. 조현우와 같은 리그 최정상급 선수가 이적한 건 아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대구는 그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어요.

처음 대구 유니폼을 입었을 땐 K리그2였습니다. 대구가 매해 괄목할 성장을 이룰 것이란 걸 예상했습니까.

처음 대구에 왔을 때부터 ‘역사를 쓰고 싶다’는 얘길 많이 했어요. 함께 성장하면 많은 걸 이룰 수 있는 팀이라고 확신했죠. 긍정적인 생각과 믿음을 한순간도 잃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걸 해냈죠. 구단 첫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ACL에 출전했어요. 대구가 K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 중 하나로 자릴 잡았습니다. 처음 대구에 왔을 땐 상상도 못 할 일이었죠.

K리그 최고의 선수답게 화려한 이력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브라질을 떠나 국외에서 생활하는 건 한국이 처음이에요. 남들이 알지 못하는 힘든 일도 많지 않았습니까.

한국 생활 첫해엔 정말 힘들었습니다. 국외 경험이 처음이었어요.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이나 형제들의 생일날엔 함께 하지 못한다는 외로움이 밀려왔어요. 음식이나 문화 등도 낯설었죠. 브라질에서도 음식을 골고루 먹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음식에 적응하는 건 더 어려웠어요.

외로움이 밀려올 땐 어떻게 했습니까.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훈련장에선 온 힘을 쏟아내고, 동료들과 웃고 떠들며 재미난 하루를 보냈죠.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면 원인 모를 슬픔이 밀려왔어요. 브라질에 있는 가족들이 미친 듯이 보고 싶었죠. 이때 아내가 큰 힘이 됐습니다. 옆에서 내 얘길 들어주면서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줬죠.

아내분이 세징야의 K리그 정착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아내가 없었다면 K리그에 적응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내는 내가 경기를 잘하든 못하든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요. 그런 아내 덕분에 시즌 중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거죠.

“리그 우승 트로피 들고 ACL에 도전하고 싶다”

대구 FC 세징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대구 FC 세징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2020시즌 유럽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K리그를 찾습니다. 전북 현대 전방을 책임질 라스 벨트비크, 울산 현대 비욘 존슨 등이 대표적이죠. 쟁쟁한 선수들이 K리그1 최고의 외국인 선수 세징야에게 도전합니다.

유럽에서 활약했다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K리그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네가 어디에서 뛰었건 한국 축구와 문화는 다를 것’이라고 합니다. K리그1이 다른 리그와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빠르게 적응할 수 있어요.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면 힘들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습니까.

K리그에선 왕성한 활동량과 힘, 스피드가 중요합니다. 리그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강점을 살려야 해요. K리그에 이름값 있는 선수가 늘어난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어린 선수들이 이름값 있는 선수를 보며 배우는 게 많아요. 관중 동원에도 큰 도움이 되죠(웃음). 2020시즌 기대됩니다.

대구는 이병근 감독대행 체재로 2020시즌을 맞습니다. 큰 문제 없습니까.

대구를 잘 모르는 감독이라면 문제가 됐을 겁니다.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감독이 바뀐 거니까. 하지만, 이병근 감독대행은 지난해 수석코치로 팀과 함께했습니다. 대구가 어떤 스타일의 축구를 준비하는지 알아요. 선수 개개인의 성향도 잘 알죠. 선수들은 감독께서 부담 없이 나아갈 수 있게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2020시즌 도전에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

2016년부터 대구에서 뛰며 많은 걸 이뤘습니다. 최고의 순간은 언제입니까.

대구에서의 모든 순간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꼭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역시 FA컵 우승일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울산 현대의 우승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우린 울산을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죠. 전 1, 2차전에서 득점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MVP(최우수선수)와 득점왕까지 차지했어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대회죠.

앞으로 마주할 최고의 순간은 어떤 그림입니까.

매 시즌 시작 전 득점왕, 도움왕, MVP 등 개인 타이틀을 어느 정도 생각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팀 우승이에요. 한국에서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의 감정을 잊지 못합니다. FA컵을 다시 한 번 들어 올리는 것도 좋지만, 이번엔 K리그1에서 최고의 자리에 서고 싶어요. 리그 우승과 ACL 재도전, 2020시즌 꼭 해낼 겁니다.

K리그에서 팬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선수입니다.

대구는 누구 하나가 잘해서 성적을 내는 팀이 아닙니다. ‘함께’ 했을 때 강한 면모를 보이죠. 올 시즌에도 ‘대팍’에 많은 팬이 찾아주셨으면 해요. 그라운드에서 함께 호흡하면 훨씬 더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항상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할 수 있게 남은 기간 잘 준비하겠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