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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NBA는 ‘다재다능’ 설린저보다 ‘특급 슈터’ 로빈슨을 선호한다” [엠스플 인터뷰]

  • 기사입력 2021.05.07 09:24:32   |   최종수정 2021.05.07 09: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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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AA 남자농구 디비전1 2학년 시즌 마친 이현중, 스테판 커리 모교 데이비슨 대학교 에이스로 우뚝 

-“달콤한 칭찬보다 쓴소리해 주는 사람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180클럽 가입이 NBA 진출 보장하는 것 아니다”

-“하치무라 루이보다 와타나베 유타를 본받고 싶다”

-“NBA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다재다능’ 설린저보다 슛이란 강점 뚜렷한 로빈슨이다”

 

미국 데이비슨 대학교 농구부 에이스 이현중(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미국 데이비슨 대학교 농구부 에이스 이현중(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수원]

 

22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9.9분을 뛰었다. 평균 기록은 13.5득점, 4.0리바운드, 2.0어시스트. 전미 대학 체육 협회(NCAA) 남자농구 디비전1에서 활약하고 있는 데이비슨 대학교 이현중(20)의 2학년 시즌 기록이다. 

 

이현중은 2019-2020시즌 NCAA 남자농구 디비전1 28경기에서 평균 8.4득점, 3.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평균 출전 시간은 20.9분이었다. 기록으로 1학년 때보다 성장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현중은 2020-2021시즌 2점슛 성공률 50.8%, 3점슛 성공률 44.2%, 자유투 성공률 90.0%를 기록했다. NCAA 역대 11번째로 180클럽(야투+3점슛+자유투 성공률의 합이 180 이상)에 가입했다. 데이비슨 대학교에서 18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이현중이 처음이다. 이현중의 선배 스테판 커리(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도 180클럽엔 가입하지 못했다. 

 

이현중은 “NBA로 향하려면 확실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3학년 땐 미들슛과 플로터를 새 무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BL(한국프로농구연맹)에서 맹활약 중인 자레드 설린저(안양 KGC 인삼공사)보다 던컨 로빈슨(마이애미 히트)이 NBA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선수라고 확신한다. 

 

설린저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공격, 수비,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다 잘한다. 로빈슨은 슛의 강점이 뚜렷하다. NBA에서 특급 슈터로 인정받는다. 엠스플뉴스가 이현중을 만났다. 

 

2학년 시즌 마친 이현중 “쓴소리해 주는 사람 없으면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현중의 머릿속은 농구로 가득하다. 그는 휴식기에도 농구공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이현중의 머릿속은 농구로 가득하다. 그는 휴식기에도 농구공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2020년에 이어 휴식기에 농구만 하고 있습니다. 푹 쉬어야 할 시기 아닙니까. 

 

코로나19로 2주 자가격리를 마쳤습니다. 3일간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었어요. 

 

3일이요?

 

경기도 양평군으로 이사했습니다. 이것저것 도와야 할 게 많았죠. 이사한 집에 마당이 있어요. 운동하기 아주 좋은 환경입니다. 매일 마당을 뛰어요. 

 

이제 20살입니다. 대학교 2학년이죠. 휴식기만이라도 농구를 잊을 생각은 없습니까. 

 

자가격리를 마친 뒤 일과가 일정해요. 오전에 체육관으로 나와서 농구를 합니다. 오후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죠. 머릿속에 ‘농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무엇보다 농구가 재밌습니다. 지금보다 성장한 나를 상상하면 가슴이 뛰어요. 농구공이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농구를 처음 시작한 7살 때부터 체육관은 내게 놀이터예요. 

 

2020년엔 코로나19로 일찌감치 한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2020년 3월 12일 라샬 대학과의 ‘애틀랜틱 10 챔피언십’ 첫 경기를 앞둔 날이었죠. ‘3월의 광란’으로 부르는 NCAA 토너먼트를 향한 도전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 당일 컨디션 조절을 위해 낮잠을 자는데 코로나19로 잔여 일정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농구부 훈련과 경기, 학교 수업이 싹 취소됐죠. 

 

2020년엔 한국 입국 후 온라인 수업을 듣는 데 집중했습니다. 

 

올해는 달라요. 2학년을 마쳤습니다. 어떻게 수업 일정을 짜야 하는지 아는 학년이죠(웃음). 이번 학기엔 세 과목만 들었어요. 학기가 코로나19로 일찍 마무리된 것도 아닙니다. 여유가 있어요. 그 시간을 활용해 기량 향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떤 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까.  

 

1학년을 마치고 부족한 게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미국엔 키 크고 힘 좋은 가드가 즐비해요. 그런 선수들과 부딪쳐야 합니다. 미국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지금보다 빠르고 강해져야 하죠. 주변 분들의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요. 

 

쓴소리요? 

 

한 예가 있어요. 2년 차 시즌 수비 자세가 높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매일 자세를 낮춰서 돌아다녔어요. 수비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생각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랬더니 밥 맥킬롭 감독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했죠. 여기서 느낀 게 있어요. 

 

뭡니까. 

 

칭찬을 들으면 기분만 좋아요. 기량 발전엔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쓴소리엔 지금보다 좋은 선수로 성장할 방법이 담겨 있어요. 나를 더 땀 흘리게 하는 겁니다. 솔직히 쓴소리 들으면 마음이 안 좋죠. 그런데 쓴소리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이현중이란 선수는 데이비슨 대학교 2학년 수준에 머물 거예요.

 

아버지(삼일상고 이윤환 감독), 어머니(전 여자 농구 국가대표 성정아)도 조언하는 게 있습니까. 

 

아버지는 슈팅에 관해서만 조언해주세요. 슈팅 폼이 흔들리거나 성공률이 떨어진 날엔 아버지의 연락을 받습니다(웃음). 어머니는 주변에서 조언해주는 사람이 많은 걸 알아서인지 별말씀 없어요.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묻고 수고했다는 말만 해줍니다. 아버지, 어머니께 늘 감사해요.  

 

“180클럽 가입이 NBA 진출 보장하는 것 아니다”

 

미국 데이비슨 대학교 2학년 시즌을 마친 이현중(사진 오른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데이비슨 대학교 2학년 시즌을 마친 이현중(사진 오른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머릿속이 농구로 가득한 선수. 이현중은 2020-2021시즌 개막전부터 펄펄 날았습니다. 

 

2020년 11월 25일 하이포인트 대학과의 경기였죠. 23득점 9어시스트 5리바운드 2블록슛을 기록했습니다. 개막전 경기 전부터 자신감이 있었어요. 밥 맥킬롭 감독님이 “네가 이번 시즌엔 주전으로 뛴다”는 걸 말해줬습니다. 자신감이 붙은 상태에서 2년 차 시즌을 준비한 거예요. 

 

대학교 2학년이 주전 자리를 꿰찬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1학년 때보다 몸이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 효과를 많이 봤어요. 슈팅엔 더 자신감이 붙었죠.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첫 시즌을 예정보다 일찍 마쳤습니다. 8개월 동안 공식전에 나서지 못했죠. 솔직히 표현해도 될까요?

 

그럼요. 

 

농구 하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하이포인트 대학과의 경기에서 뛰는 것만으로 행복했죠. 개인적인 활약보다 다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아주 좋았습니다.

 

개막전 기록에서 눈에 띈 게 있습니다. 어시스트입니다. 

 

어시스트를 9개나 기록했다는 걸 경기 끝나고 알았어요. 1학년 땐 볼 핸들러 역할을 부여받지 않았습니다. 공간을 찾아 뛰고 슛을 쏘는 데 집중했죠. 2학년 땐 달랐어요. 감독님이 “상황에 따라선 포인트 가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죠. 비시즌 때부터 준비했던 거에요. 픽앤롤과 픽앤팝 등 2대2 플레이에 자신감이 있습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의 성장을 알렸습니다.

 

솔직히 다 잘하고 싶어요(웃음). 최근엔 허슬 플레이에 빠졌습니다. 몸을 날려서 공 소유권을 가져오는 게 아주 멋있어요.

 

출발이 좋았던 덕분일까요. 2020-2021시즌 22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9.9분을 뛰었습니다. 평균 13.5득점, 4.0리바운드, 2.5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겼죠. 특히나 2점슛 성공률 50.8%, 3점슛 성공률 44.2%, 자유투 성공률 90.0%를 기록했습니다. NCAA 역대 11번째로 180클럽에 가입했습니다. 데이비슨 대학에서 180클럽에 가입한 건 이현중이 최초입니다. 

 

나를 믿어준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감사해요. 하지만, 180클럽에 가입했다고 해서 NBA에 진출하는 건 아닙니다. 냉정하게 평가해봤어요. 수비가 없는 상황에서 기록한 득점이 많았습니다. 분발해야 해요. 제 목표는 NCAA가 아닌 NBA입니다. 상대 수비의 집중견제를 뚫고 더 많은 득점과 높은 슛 성공률을 보여줘야 해요.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것 아닙니까. 

 

NBA가 그만큼 호락호락한 무대가 아니에요. 한국에선 (하)승진이 형만 NBA 코트를 밟아봤습니다. NCAA만 해도 믿기 힘들 정도의 운동능력을 갖춘 선수가 즐비해요. 그런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한계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2년 차 시즌 팀 에이스로 활약했습니다. 상대의 집중견제가 심해졌다는 걸 느낍니까.

 

감독들이 얘기했습니다. 상대 감독들은 “저 선수가 데이비슨 대학의 슈터다. 바짝 붙어라”고 했죠. 나를 수비하기 위해 코트에 투입된 선수들이 있었어요. 공격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내가 공을 잡지 못하게끔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죠. 덕분에 주변 동료 활용법을 익힐 수 있었어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2년간 미국 농구를 경험했습니다. 이현중처럼 NBA를 꿈꾸는 선수들의 기량은 어느 정도입니까. 

 

흑인 선수들과의 신체 능력 차이는 인정 해야 합니다. 힘과 스피드, 점프력 등이 노력으로 좋아질 순 있습니다. 그러나 동양인이 흑인의 운동능력을 뛰어넘는 건 불가능해요. 단점은 최대한 줄이고 강점을 살려야 합니다. 슛 성공률을 높이고 어시스트 능력 등을 키워야죠. 1학년 땐 몸 좋은 흑인 선수들과 부딪치면 아팠어요.

 

아팠다?

 

뼈가 달라요. 한 번 부딪치면 ‘두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다칠 것 같은 거예요(웃음). 1년 차 시즌을 마치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체적인 약점을 최소화하고 싶었어요. 2학년 때부터 달라진 걸 느꼈습니다.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몸싸움에서 밀리면 자존심이 상해요. 흑인 선수와의 몸싸움을 두려워했던 1학년 때와 완전히 달라졌죠. 내가 먼저 부딪쳤습니다. 악착같이 수비해서 공을 빼앗고 리바운드를 따냈어요. 힘과 스피드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매 경기 온 힘을 다했죠. 여기서 또 하나 느낀 게 있어요. 

 

뭡니까. 

 

2018년 1월부터 NBA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1년 5개월간 호주 캔버라 NBA 아카데미에서 운동과 학업을 병행했죠. 2019년 9월부턴 데이비슨 대학교에서 뛰고 있습니다. 처음엔 몸 좋은 흑인, 백인 선수와의 몸싸움이 두려웠지만 계속 부딪히면서 알았습니다. 두려움을 이겨낼 방법은 맞서는 것뿐이구나. 그들보다 1분이라도 더 땀 흘리고 부딪히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아.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농구는 정신력 싸움입니다. 슈터라고 해서 매 경기 슛 성공률이 좋을 순 없어요. 그래도 중요한 순간엔 눈치 보지 않고 슛을 던져야 합니다. 같은 거예요. NBA에 도전한다고 하면 아이러니하게도 농구인이 먼저 비웃습니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도전하는 건 자유예요.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습니까. 

 

한국의 학생선수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요. 1% 확률에 도전하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습니다. 오직 실패자로 낙인찍히는 것만 두려워하죠. 그래서 도전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런 걸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반드시 NBA에서 뛰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NBA는 어렵다’는 시선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습니까. 

 

그런 시선이 나를 더 땀 흘리게 해요. 좋습니다. 1학년 땐 솔직히 힘들었어요.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무대로 나선 건데 왜 응원해주지 않을까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나만 힘들더라고요(웃음).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내가 선택한 길입니다. 실패한다고 해도 두렵지 않아요. 세계 최고를 꿈꾸는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 경험은 평생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미국 무대에 도전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겁니다. 

 

“하치무라 루이보다 와타나베 유타를 보고 배우려고 합니다”

 

일본 농구 대표팀엔 두 명의 NBA 리거가 있다. 하치무라 루이(사진 왼쪽), 와타나베 유타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 농구 대표팀엔 두 명의 NBA 리거가 있다. 하치무라 루이(사진 왼쪽), 와타나베 유타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운동하는 것만큼 휴식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잘 먹고 푹 잡니다(웃음). 스트레칭을 많이 하고요. 몸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고민하지 않고 팀 트레이너에게 얘길 합니다. 선수는 몸이 자산이에요. 이현중의 몸을 가장 잘 아는 건 이현중이죠. 내가 잘 챙겨야 합니다. 그래야 후회 없이 NBA를 향해 나아갈 수 있어요.  

 

2년 차 시즌 힘들었던 기억은 없습니까. 

 

없다면 거짓말이죠. 1월 9일 데이튼 대학과의 경기였습니다. 2020-2021시즌 처음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어요. 경기당 평균 17.4득점으로 팀 내 득점 1위를 기록한 때였습니다. 팀의 78-89 패배를 막지 못했죠. 상대의 집중견제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이날 한숨도 못 잤습니다. 

 

한숨도 못 잤다?

 

사실 데이튼 대학전을 앞두고 몸살 기운이 있었어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죠. 하지만, 핑계입니다. 상대 선수가 내 엉덩이만 보고 경기했어요. 공격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저만 따라다닌 겁니다. 공격이 풀리지 않으면 패스나 리바운드, 수비 등으로 팀에 공헌할 수 있었어요. 그것마저도 못했죠. 밤새 다음번엔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생각했습니다. 

 

힘들었던 기억이 더 있습니까.  

 

1월 28일 팀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어요. 경기는 물론 훈련까지 전면 중단됐습니다. 2주간 호텔 방에만 머물렀죠.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할 때였어요. 자가격리 마치고 운동하는데 이전 같지 않았습니다. 컨디션이 확 내려간 거예요. 코로나19로 좋은 흐름이 끊긴 게 아쉬웠습니다. 

 

경기 중 이현중을 자극하는 말도 많이 듣지 않습니까. 

 

미국에 처음 왔을 땐 트래쉬 토크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상대 선수가 나 들으라고 욕을 하는 거예요(웃음). 예를 들면 “너는 슛 말고 아무것도 없잖아”라고 합니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받아치는 법을 배웠죠. 내게 슛이 없다고 하면 “너는 슛도 없잖아”라고 합니다. 2년 차 시즌부턴 아예 신경 쓰질 않아요. 

 

신경 쓰지 않는다? 

 

코트 위는 전쟁터입니다. 서로 죽을힘을 다해요. 그런데 경기가 끝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포옹하고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미국 문화에 적응한 거예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웃고 넘깁니다. 롤 모델인 클레이 탐슨(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처럼 묵묵하게 내가 해야 할 역할에만 집중해요. 내가 흔들리면 팀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항상 생각하죠. 

 

주전 슈터입니다. 슛 성공률이 안 좋은 날엔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습니까.  

 

슈터는 슛 성공률에 신경 쓰지 말고 슛을 던져야 합니다. 슛 성공률이 안 좋은 날이면 내게 최면을 걸어요. 내게 “나는 오늘 슛을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연습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하죠. 기회가 생기면 오늘 첫 번째 슛 시도란 마음으로 자신 있게 던집니다. 그게 슈터의 역할이자 숙명이에요. 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면 농구 그만둬야 합니다. 

 

일본 혼혈 선수인 하치무라 루이가 NBA 워싱턴 위저즈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치무라는 일본인 어머니와 아프리카 배냉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동양인이라고 볼 수 없죠. 하치무라보다 와타나베 유타를 본받으려고 해요.

 

와타나베요?

 

하치무라와 일본 국가대표로 뛰는 선수입니다. NBA에서 활약하는 선수이기도 하죠. 와타나베는 조지 워싱턴 대학을 졸업한 후 NBA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도전했어요. 지명받지 못했습니다. 대다수 동양인 선수가 그런 상황에 놓이면 포기하고 쉬운 길을 택해요. 자국으로 돌아가는 거죠. 와타나베는 달랐어요.

 

달랐다?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와타나베는 NBA 서머리그를 뛰면서 2018-2019시즌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부름을 받았어요. 타부세 유타에 이은 일본의 두 번째 NBA 선수가 된 겁니다. 2019-2020시즌을 끝으로 팀과 계약이 만료된 후엔 토론토 랩터스에 합류했죠. 프리시즌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면서 NBA와 G-리그를 오가는 투웨이 계약을 맺었습니다. 4월 17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세요?

 

글쎄요.

 

와타나베가 올랜도 매직전에 출전해 무려 21득점을 올렸습니다. NBA에 데뷔한 이후 최다득점 기록을 세웠죠. 이틀 뒤엔 NBA 정식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 도전 정신을 배우고 싶어요. 와타나베가 NBA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와타나베가 NBA에서 자리 잡은 비결은 뭡니까. 

 

배짱이 있어요. 슛 기회가 나면 주저하지 않습니다. 성공률을 신경 쓰지 않아요. 10개의 슛을 던져 모두 실패했어도 자신 있게 11번째 슛을 던집니다. 공간이 보이면 블록슛을 두려워하지 않고 레이업을 시도하고요. 수비, 리바운드 등에 열심히 참여하는 건 기본입니다. 와타나베가 그렇게 NBA 선수가 됐는데 저라고 못할 거 있겠습니까(웃음). 

 

“NBA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다재다능한 설린저보다 강점이 확실한 로빈슨이다”

 

NBA 정상급 슈터로 꼽히는 던컨 로빈슨이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NBA 정상급 슈터로 꼽히는 던컨 로빈슨이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농구계가 이현중의 국가대표 합류를 기대합니다. 

 

6월 리투아니아에서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이 펼쳐집니다. 한국은 리투아니아, 베네수엘라와 한 조에 속했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온 힘을 다해 뛰겠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좋은 기회예요.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몇몇 농구인은 이현중의 국가대표 합류가 NBA 도전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걱정합니다.

 

6월부터 8월까진 여름 방학입니다. 올여름엔 들어야 할 수업이 없어요. 여유가 있습니다. 대표팀 일정으로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긴다면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 배려해주실 것으로 믿어요. 부모님은 조금 다른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어떤?

 

한국 최고의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아요. 부모님은 아들이 ‘최고가 됐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저는 성장에 목말라 있어요. KBL 최고의 선수들에게 많은 걸 배울 겁니다. 경기 준비 과정부터 실전에서의 능력까지 하나하나 빼놓지 않을 거예요. 

 

한 농구계 관계자는 “이현중이 2022년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 3대3 농구에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건 없습니다. 3대3이든 5대5든 똑같은 농구예요.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엔 NBA 선수로 출전하는 겁니까. 

 

미국에서의 세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1-2022시즌엔 내가 가진 모든 걸 보여줄 거예요. NBA 구단들의 평가가 좋으면 도전할 겁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괜찮아요. 더 땀 흘리면서 대학 4학년을 마칠 겁니다. 모든 길을 열어두고 있어요. 확실한 건 이겁니다. 내일 더 발전한 선수일 수 있도록 하루하루 온 힘을 다하고 있어요.

 

2년 차 시즌 어시스트, 리바운드, 수비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란 평가를 받았어요. 1년 뒤엔 어떤 평가를 받고 싶습니까. 

 

NBA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안 통해요. 특출난 장기가 있어야 합니다. 한 예가 있어요. 

 

어떤?

 

자레드 설린저가 KBL에서 놀라운 활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안양 KGC 인삼공사는 설린저를 앞세워 통산 세 번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도전 중이죠. KBL엔 NBA 출신인 설린저의 적수가 없습니다. 설린저는 다 잘해요. 득점, 리바운드, 패스, 수비 등 못하는 게 없습니다. 그러나 NBA에선 달라요. 

 

NBA에선 다르다?

 

NBA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인정받으려면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케빈 듀란트(브루클린 네츠)처럼 농구 해야 합니다. 세계 최고의 운동능력과 농구 실력을 갖춰야 해요. 친한 선수들과 재미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설린저와 던컨 로빈슨(마이애미 히트)이 일대일 대결을 하면 누가 이기느냐고. 

 

로빈슨은 NBA 정상급 슈터 아닙니까. 

 

로빈슨은 장기가 확실합니다. 슛이 아주 정확해요. 단, 설린저와 일대일로 붙으면 질 겁니다. 설린저가 슛을 제외한 모든 능력에서 앞서거든요. 특히나 일대일 기술에선 로빈슨을 압도할 거예요. 하지만, NBA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로빈슨입니다. 시사하는 바가 커요. 

 

시사하는 바가 크다?

 

3학년 땐 미들슛 비중을 늘리려고 해요. 골밑으로 파고들었을 땐 플로터를 무기로 삼을 겁니다. NBA에서 레이업은 안 통해요. 블록슛에 막힐 겁니다. 3점슛 성공률이 떨어지는 날 슛에서 해결책을 찾을 거예요. 

 

머릿속이 농구와 NBA로 가득하다는 게 느껴집니다. 

 

농구는 할수록 재밌어요. 세계 최고 선수가 즐비한 NBA에 도전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실패는 전혀 두렵지 않아요. 정말 무서운 건 도전하지 않았을 때 남을 후회입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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