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 화끈한 공격 농구로 성적과 흥행 모두 ‘1위’

-문경은 감독 “수비가 전열 갖추기 전 득점하는 흥이 나는 농구 하고 싶어”

-올 시즌 해결사 역할 도맡는 자밀 워니, “경기를 치를수록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 잡는 데 앞장서고 있는 최준용 “홈경기가 아주 재밌다”

올 시즌 성적과 흥행을 동시에 잡고 있는 서울 SK 나이츠(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성적과 흥행을 동시에 잡고 있는 서울 SK 나이츠(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서울 SK 나이츠가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SK는 올 시즌 KBL(한국프로농구) 15경기에서 11승 4패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2위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1.5경기 차다.

SK는 지난 시즌 54경기에서 20승 34패를 기록하며 9위에 머물렀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2018-2019시즌에 임한 SK는 준비 과정부터 삐꺽거렸다. 장신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 최준용이 전력에서 이탈(부상)한 상태에서 새 시즌에 돌입했다. 이후엔 김민수, 안영준, 김선형 등이 쓰러졌다. 골밑을 책임진 최부경은 실전에만 투입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

올 시즌은 다르다. 김선형, 최준용, 안영준 등 주축 선수가 건강하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김민수는 11월 19일 창원 LG 세이커스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재활에 몰두한 새 식구 전태풍도 3일 안양 KGC 인삼공사전부터 출전을 이어가고 있다.

문경은 감독은 팀이 1위에 올라있지만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며 방심을 경계했다. 이어 우리 팀 색깔은 확실하다. 상대 수비가 전열을 갖추기 전 많은 득점을 올려야 한다. 선수와 팬 모두 흥이 나는 농구다. 이 과정에서 실책을 줄이는 게 과제다. 또한 수비가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허점을 파고들 수도 있어야 한다. 제공권 싸움에서의 우위와 외곽슛 성공률도 높여야 한다. 아직은 기복이 있다고 했다.

장신 포워드진 장점 극대화할 마지막 퍼즐 ‘자밀 워니’

서울 SK 나이츠 주전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서울 SK 나이츠 주전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문경은 감독은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 SK 나이츠는 18년 만의 우승을 차지한 2017-2018시즌을 떠올리게 한다.

그 중심엔 SK의 최대 강점인 장신 포워드진이 있다. 최준용(200cm), 최부경(200cm), 안영준(196cm), 김민수(200cm) 등이 내·외곽을 쉴 새 없이 오간다. 김건우(194cm)와 내국인 센터 송창무(205cm)도 제공권 장악에 힘을 보탠다. 경기 운영 능력과 득점력을 두루 갖춘 가드 김선형(187cm)의 지휘가 더해지면서 SK의 강점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올 시즌엔 골밑의 중심을 잡아줄 자밀 워니까지 합류했다. KBL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는 워니는 15경기에서 뛰며 경기당 평균 21.0득점, 10.4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2008-2009시즌부터 KBL 코트를 누비는 최장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는 백업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다.

문경은 감독은 워니는 해결사 능력을 갖추고 있다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솔직히 워니가 알렉산더 존슨처럼 KBL 판도를 뒤흔들 외국인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올 시즌 KBL 외국인 선수 가운데선 기량이 아주 좋은 편이다. 특히나 KBL 문화를 존중하고 팀에 녹아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라고 했다.

문 감독이 말한 존슨은 2011-2012시즌 SK에서 뛴 선수다. 부상으로 29경기밖에 뛰지 못했지만, 평균 27.3득점, 14.4리바운드, 2.1어시스트를 올렸다. 당시 KBL엔 존슨을 1:1로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농구계가 찰스 민렌드, 피트 마이클, 단테 존스 등과 함께 KBL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는 게 존슨이다.

워니가 KBL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 SK의 중심을 잡는 건 분명하다. 워니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내국인 선수들과 나아진 호흡을 보이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SK,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 모두 잡는다

서울 SK 나이츠 최준용(사진=KBL)
서울 SK 나이츠 최준용(사진=KBL)

서울 SK 나이츠는 올 시즌 성적만 좋은 게 아니다. 흥행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SK는 올 시즌 홈에서 치러진 5경기에서 평균 5,883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KBL 평균 관중 2위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를 크게 앞선다.

올 시즌 KBL 구단별 평균 관중(표=엠스플뉴스)
올 시즌 KBL 구단별 평균 관중(표=엠스플뉴스)

재밌는 농구의 힘이다. SK는 올 시즌 15경기에서 평균 83.9득점(1위)을 기록 중이다. 빠른 농구를 추구하는 팀답게 속공도 1위(평균 5.9개)에 올라 있다.

볼거리가 풍성하다. 김선형은 경기마다 화려한 스텝과 드리블로 득점을 만든다. 최준용은 예측할 수 없는 패스와 덩크슛 등을 선보이며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실책과 실점으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 주눅 들지 않는다.

문경은 감독이 선수들의 개성과 창의적인 플레이를 최대한 존중하는 까닭이다. 무모한 패스로 공격권을 내줄 때가 있지만, 선수들을 질책하지 않는다.

문 감독은 수비에선 팀을 우선하되, 공격은 선수들의 자율에 맡긴다. 9년 동안 변함이 없다. SK가 관중들이 들썩이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내는 이유다.

최준용은 우리 팀엔 많은 팬을 보유한 선수가 많다요즘엔 여러 선수의 팬이 뭉쳐서 경기장을 찾아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홈경기에선 평소보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다른 팀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홈경기가 아주 재밌다. 가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흥분하는 데 그것도 팬들에게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덕분일까. SK는 올 시즌 홈에서 열린 5경기를 모두 이겼다.

문 감독은 “처음 SK의 지휘봉을 잡고 다짐한 게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선수 시절을 돌아보면 체육관에 훈련하러 오는 게 괴로웠다. ‘오늘은 어떻게 버티지’란 생각을 매일 했다. ‘달라야 한다’고 다짐했다. 선수들이 나를 존경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감독과 마주하는 걸 싫어하진 않게 만들자.

SK 선수들은 코트 안팎에서 웃는 게 익숙하다. 그들은 훈련이 힘들다가 아닌 농구가 재밌다고 말한다. 선수가 즐거우니 팬들이 들썩일 수밖에 없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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