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건아, 현대모비스 유니폼 입고 뛴 4시즌 모두 챔프전 우승 이끌었다

-이대성에 가려진 라건아, 현대모비스는 왜 ‘우승 제조기’를 떠나보냈나

-“현대모비스가 처음부터 라건아를 트레이드하려던 건 아니었다”

-“KBL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이후 컨트롤하기도 어려워졌다”

KBL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전주 KCC 이지스 라건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KBL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전주 KCC 이지스 라건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유니폼을 입고 뛴 4시즌 모두 챔피언 결정전 정상에 올랐다. 우승제조기 라건아는 왜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를 떠나야 했을까.

라건아는 11월 11일 이대성과 함께 현대모비스를 떠났다. 팀이 전주 KCC 이지스와 2-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반응이 뜨겁다. 12일 라건아, 이대성의 KCC 데뷔전은 농구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16일엔 울산에서 KCC와 현대모비스의 경기가 펼쳐진다. 트레이드 5일 만에 친정팀과의 대결을 벌인다.

이대성은 현대모비스를 상대하는 건 상상해 본 적이 없다마음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어 12일 원주 DB 프로미와의 경기에선 슛이 들어가질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하루빨리 팀 전술에 녹아들 수 있도록 신경 쓰겠다고 했다.

이대성에 가린 라건아, 현대모비스는 왜 우승제조기를 떠나보냈나

11일 전주 KCC 이지스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이대성(사진 맨 오른쪽), 라건아(사진=KBL)
11일 전주 KCC 이지스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이대성(사진 맨 오른쪽), 라건아(사진=KBL)

KBL(한국프로농구)을 뒤흔든 트레이드다. 2018-201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통합우승을 이끈 라건아, 이대성이 전주 KCC 이지스로 갔다. 대신 현대모비스는 리온 윌리엄스, 김국찬, 김세창, 박지훈을 새 식구로 받아들였다. 팀은 현재의 전력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를 선택했다.

농구계의 이목은 이대성에게 집중됐다. 이대성은 KBL 데뷔 시즌(2013-2014)부터 현대모비스에서만 뛰었다. 매 시즌 성장을 거듭하면서 2018-2019시즌엔 팀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선 MVP를 받았다. 올여름엔 한국 농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중국에서 열린 농구 월드컵에 참가했다.

이런 이대성 못잖게 영향력이 큰 선수가 라건아다. 라건아는 KBL 최고의 외국인 선수(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KBL에선 외국인 선수로 뛴다)다. 지난 시즌에도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현대모비스 골밑을 든든하게 지키며 팀 통산 7번째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다.

라건아는 현대모비스의 7차례 우승 가운데 4번의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다.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한 시즌을 소화하면 우승 반지가 추가됐다. 현대모비스가 2015-2016시즌부터 3시즌 동안 서울 삼성 썬더스에서 뛴 라건아를 다시 데려온 이유는 분명했다. 지난 시즌을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선 라건아가 꼭 필요하다고 봤다.

올 시즌 활약도 변함없다.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뛴 13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3.4득점, 14.9리바운드, 1.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는 그런 라건아를 트레이드 카드로 썼다. 팀이 처음부터 라건아의 트레이드를 고려했던 건 아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처음엔 차기 시즌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이대성과 트레이드할 선수를 찾았다. 하지만, 한 시즌만 뛰고 팀을 떠날 수 있는 선수를 받아줄 팀은 없었다. 그래서 더해진 게 라건아다. 이마저도 KCC를 제외하면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라건아는 2020-2021시즌을 마친 뒤 팀을 옮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라건아, 그만큼 관리가 힘들어졌다

한국 농구 대표팀에서도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라건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한국 농구 대표팀에서도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라건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라건아는 성실함의 대명사다. 훈련부터 실전까지 ‘대충’임하는 법이 없다. 라건아와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춘 이대성, 양동근은 물론이고, 절친 최준용(서울 SK 나이츠)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은 라건아는 농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선수라며 훈련장에서나 실전에서나 만족하는 날이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라건아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슛이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득점력이 지금처럼 뛰어나지 않았다.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정확한 미들슛 능력을 갖추게 됐다. 지금은 3점슛까지 쏜다. 득점과 리바운드 능력을 두루 갖춘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가 우승제조기 라건아를 트레이드 명단에 포함시킨 데는 이유가 있다. 라건아가 KBL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면서 관리가 힘들어졌다.

라건아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구단 관계자는 경기가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이면 컨트롤하는 게 힘들었다유재학, 이상민 감독 모두 말 못 할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주 KCC 이지스 전창진 감독도 라건아를 컨트롤 하는 게 쉽진 않을 거다. KCC엔 이대성, 이정현, 송교창 등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가 많다. 자신이 주득점원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라건아는 우승제조기다. KBL 통산 373경기에서 뛰며 평균 19.7득점, 11.1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라건아는 KBL에서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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