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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고유민 1주기’ 모친의 설움 “힘없는 엄마여서 너무 미안해” [엠스플 피플]

  • 기사입력 2021.07.30 05:50:03   |   최종수정 2021.07.30 03: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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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고유민 유족, 7월 24일 팬과 함께 1주기 추모제 진행

-“지금도 유민이가 ‘엄마’ 부르며 달려와 안길 것 같아”

-“유민이가 왜 그렇게 서둘러서 세상을 떠나야 했는지 진실 꼭 밝히고 싶다”

-“유민이가 힘들다고 할 때마다 무조건 ‘견뎌야 한다’고 한 게 너무 후회스럽다”

-“몸과 마음이 지치니 두려움만 커지는 것 같다”

 

25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 고유민(사진=엠스플뉴스)

25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 고유민(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7월 24일 경상북도 경주시 하늘마루 봉안당. 전 여자 프로배구 선수 고(故) 고유민을 기억하는 사람이 모였다. 유족과 팬이 1년 전 세상을 떠난 고유민을 추모했다. 

 

경기 광주 경찰서는 2020년 7월 30일 오후 9시 40분 자택에서 숨진 고유민을 발견했다. 고유민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고유민이 몸담았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의 갑질이 선수를 극단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한다. 

 

유족은 2020년 8월 31일 현대건설 박동욱 전 구단주를 사기와 업무방해, 근로기준법 위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5월 결론이 났다. 검찰은 박 전 구단주에게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유족은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제출한 상황. 

 

유족은 여전히 “우리가 바라는 건 딱 하나”라고 강조한다. 고유민이 25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는 것. 엠스플뉴스가 유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유민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꼭 밝히겠다”

 

고 고유민 유족과 팬은 7월 24일 1주기 추모제를 진행했다(사진=엠스플뉴스)

고 고유민 유족과 팬은 7월 24일 1주기 추모제를 진행했다(사진=엠스플뉴스)

 

고유민 선수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지금도 (고)유민이가 세상에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집에 있으면 유민이가 ‘엄마’를 부르면서 달려와 안길 것 같아요. 매일 유민이가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아. 

 

유민이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텨요. 2020년 8월 31일 사기, 업무방해,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박동욱 전 구단주를 고소했습니다. 검찰에선 5월 박 전 구단주에게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렸어요.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제출했습니다. 유민이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꼭 밝힐 거예요.

 

진실이요?

 

유민이가 세상을 떠난 뒤 언론을 통해 여러 번 이야기했습니다. 유민이는 악성 댓글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생을 마감하지 않았습니다. ‘악성 댓글을 남기는 사람도 팬’이란 게 평소 유민이의 생각이었어요. 유민이는 현대건설의 갑질에 생을 마감한 겁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습니까. 

 

현대건설 코칭스태프는 유민이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등의 냉대와 멸시를 일삼았어요. 유민이는 구단이 트레이드를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계약해지에 합의했지만 임의탈퇴 공시가 되면서 더 이상 배구를 할 수 없었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배구만 해온 아이입니다. 제가 바라는 건 딱 하나예요. 유민이가 왜 그렇게 서둘러서 세상을 떠나야 했는지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얼마 전 고유민 선수의 추모제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감사한 분들이 있어요. 유민이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팬들이에요. 7월 24일 몇몇 팬과 유민이 추모제를 했습니다. 팬들이 도와준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죠.

 

팬들이 어머니께 “몸이 많이 안 좋아지신 것 같다”는 얘길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매일 집, 회사만 오갑니다. 유민이 일이 아니면 사람 잘 안 만나요. 유민이가 세상을 떠난 뒤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걸 느꼈어요. 대인기피증이 생겼습니다. 공황장애가 와서 약을 먹고 있어요. 머리는 계속해서 ‘버텨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몸이 계속 ‘아프다’고 하니 걱정이긴 해요. 유민이가 선수로 활약할 땐 누구보다 건강했는데...

 

지금도 많이 안 좋습니까. 

 

유민이가 세상을 등진 뒤론 매일 똑같은 거 같아요. 몸이 심하게 아픈 날은 이렇습니다. 바늘로 살을 톡톡 찌르는 느낌이에요. 고통스럽죠.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순 없습니다. 회사에선 괜찮은 척하려고 애써요. 울고 힘들어하면 동료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까. 유민이 억울함 풀어주려고 버티는 것 같아요. 

 

“유민이에게 ‘견뎌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던 게 가장 후회스럽다”

 

고유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유족과 팬이 원하는 건 진실이다(사진=엠스플뉴스)

고유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유족과 팬이 원하는 건 진실이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제출했습니다.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진실을 밝히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아요. 집이 포항입니다. 서울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시작한다고 해서 새벽 일찍부터 집을 나섰어요. 성실히 조사에 임했죠. 그런데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달랐더라고요. 서면이나 전화로 조사를 마친 것 같았습니다. 철저히 조사받아야 할 사람들인데 말이죠. 검찰은 박동욱 전 구단주에게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아. 

 

솔직히 말해도 되나. 너무 힘드니까 이런 생각을 해요. 

 

어떤?

 

유민이가 세상을 떠나고 가장 후회스러운 게 이겁니다. 유민이가 힘들다고 할 때마다 ‘이겨내야 한다’고 했어요. 더 큰 선수로 성장하려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야 한다고 했죠. 수천 번을 후회했습니다. 지금도 해요. 이렇게 보면 유민이가 일찍이 세상을 떠난 데는 제 잘못도 큰 거 같아요. 두렵습니다.

 

두렵다?

 

몸과 마음이 지치니 두려워요. 진실을 밝히지 못하면 어쩌나 싶습니다. 나중에 유민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루가 지날 때마다 유민이에게 미안한 마음만 커지는 것 같아요. 

 

미안한 마음만 커진다?

 

유민이가 세상을 떠나고 많은 걸 해봤습니다. 1인 시위에 나섰고 소송을 진행 중이죠. 그렇게 해서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싶어요. 유민이에게 또 한 번 ‘억울하고 힘들겠지만 네가 참아야 해’라고 해야 하는 건 아닐지 걱정입니다. 유민이에게 ‘견뎌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던 제가 벌을 받는 건가 싶기도 해요. 

 

그건 아닙니다. 

 

옛날엔 어른들이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한 게 잔소리로만 느껴졌어요. 그 속뜻을 이젠 알 거 같아요.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가장 명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절대 억울한 일을 당해선 안 돼요. 만약 억울한 일을 당한다면 강해야 합니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큰 걸 바라는 게 아닌데... 유민이가 25살 꽃다운 나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 싶어요.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가 듣고 싶은 겁니다. 그게 참 어렵네요.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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