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부답 일관하던 현대건설, 고 고유민 유족 측 국회 기자회견 시간 맞춰 입장문 배포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유족 측 일방적인 주장 매우 유감” 큰소리

-“유족의 요청 존중해 고유민의 등 번호 7번 영구결번 처리했다” 주장

-유족 측 “영구결번 금시초문, 구단 입장문 통해 처음 알았다”

8월 20일 국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고유민의 어머니 권 모 씨(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8월 20일 국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고유민의 어머니 권 모 씨(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여의도]

유족의 요청을 존중해 고인의 배번(7번)을 영구 결번 처리했습니다.8월 20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여자 프로배구단이 배포한 공식 입장문에 포함된 내용이다.

고(故) 고유민 유족 측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구단이 유족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고, 고 고유민 어머니 권 모 씨의 인터뷰가 보도된 이후 부랴부랴 7번을 달고 있던 선수의 등 번호를 바꿨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고유민의 유족과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 대표 박지훈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박 정 의원은 8월 20일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변호사는 많은 이들이 고유민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악성 댓글이라고 한다. 사실이 아니다. 진짜 이유는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의 따돌림, 배구 선수로의 앞길을 막은 구단의 사기극이라고 강조했다.

묵묵부답 일관하던 현대건설, 기자회견 종료 시점에 입장문 발표

등번호 7번을 달고 코트를 누볐던 고 고유민(사진=KOVO)
등번호 7번을 달고 코트를 누볐던 고 고유민(사진=KOVO)

현대건설은 기다렸다는 듯 기자회견 시간에 맞춰 입장문을 발표했다. 현대건설은 그간 유족 측의 주장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구단 공식 홈페이지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도 고유민에 대해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입장문에서 “그간 구단은 고인의 명예를 존중하기 위해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유족 측이 주장하는 팀 내 훈련 배제, 따돌림 등은 없었고 임의탈퇴 후에도 복귀를 설득했으며 ‘배구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고 한 건 선수였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임의탈퇴 선수의 등 번호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하지만, 유족 측 요청에 따라 구단은 다른 선수가 고유민의 등번호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8월 4일 오전까지 현대건설 홈페이지엔 고유민의 등번호 7번을 단 선수가 있었다(사진=현대건설)
8월 4일 오전까지 현대건설 홈페이지엔 고유민의 등번호 7번을 단 선수가 있었다(사진=현대건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현대건설 홈페이지엔 8월 4일 오전까지 등번호 7번을 단 선수가 있었다. 이 선수는 6월 30일 KOVO(한국배구연맹) 선수등록 규정에도 7번으로 등록돼 있었다. A 선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고유민의 등 번호 7번을 달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고유민은 7월 3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인은 8월 3일 오전 7시였다. 현대건설이 A 선수의 등번호를 바꾼 건 8월 4일 엠스플뉴스의 보도(고유민 유족 “‘투명인간’ 취급당한 딸, 팀 생활 괴로워했다”)가 나온 후였다.

고유민 선수 어머니 권 모 씨는 유족이 현대건설에 영구결번을 요청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며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덧붙여 (고)유민이가 임의탈퇴 된 후 구단이 A 선수에게 등번호 7번을 줬다. 언론 보도가 나오고 논란이 되자 부랴부랴 그 선수의 등번호를 바꿨다. 7번을 영구결번하겠다는 얘기도 오늘 구단 입장문에서 처음 들었다. 현대건설은 고유민의 사망 이후 애도조차 하지 않은 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 측의 주장대로 현대건설 홈페이지나 구단 SNS에 고유민의 등번호를 영구결번했다는 소식은 찾아볼 수 없다. 프로배구연맹 홈페이지와 SNS에 올라온 고유민 애도문도 현대건설 홈페이지와 SNS엔 올라온 적이 없었다. 현대건설의 공식 입장문을 배포한 시간은 한창 고유민 선수 유족이 눈물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시간이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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