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자 육상 200m에 출전한 치마누스카야(왼쪽)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올림픽 여자 육상 200m에 출전한 치마누스카야(왼쪽)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코칭스태프의 지시에 반발했다가 강제 귀국 위기에 몰렸던 벨라루스의 육상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누스카야(24)가 결국 폴란드로 망명할 것으로 보인다.

'BBC' 등 외신은 8월 3일 보도를 통해 폴란드 정부가 치마누스카야에게 인도적 비자를 발급했다고 전했다. 치마누스카야는 현재 도쿄에 있는 폴란드 대사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단은 벨라루스 코칭스태프의 무리한 요구였다. 치마누스카야는 당초 2일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육상 200m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 측에서 갑작스럽게 4X400m 계주에 출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치마누스카야는 당초 지난 1일 벨라루스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강제 출국이었다. 당초 계주에 출전하기로 했던 선수 중 몇 명이 도핑 테스트를 받지 않으면서 출전이 불가능해졌고, 코칭스태프가 치마누스카야를 갑작스럽게 명단에 넣은 것이 발단이었다.

치마누스카야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혔고, 벨라루스 현지 언론에서는 "팀 의식이 결여된 행동이다"라며 치마누스카야를 비난했다. 이후 코칭스태프가 치마누스카야를 찾아와 곧바로 짐을 싸서 귀국할 것을 지시했고, 치마누스카야는 하네다 공항까지 간 후 현지 공항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어 치마누스카야는 공항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도움을 요청했고, IOC는 곧바로 현황 조사에 나섰다. IOC는 벨라루스올림픽위원회(NOC)에 해명을 요구했다. NOC는 "코칭스태프에서 치마누스카야의 심리 상태에 대한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올림픽 출전을 취소하기로 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치마누스카야의 남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내의 상태는 정상이다"라고 말하며 NOC의 주장을 부인했다. 현재 남편은 폴란드에서 치마누스카야를 만나기 위해 벨라루스를 나와 우크라이나로 이동했다고 한다.

현재 치마누스카야의 귀국 지시에는 1994년부터 대통령직을 역임하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전 벨라루스 외교관의 말을 인용, 루카셴코 대통령의 치마누스카야의 귀국을 개인적으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2일 성명을 발표하고 치마누스카야의 강제 귀국 지시에 대해 "루카셴코 정권의 잔인함이 드러났다"라며 비판했다. 이어 치마누스카야에게 인도적 비자를 발급한 폴란드의 결정을 환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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