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투성이 경기단체장 선거제도, 전면개편 필요성 대두

-선거 시기부터 선거인단제도, 선거관리위원 운영까지 총체적 문제

-재선 출마자 평가방식도 개선 필요해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 회장 선거 난맥상은 여전하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 회장 선거 난맥상은 여전하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 산하 62개 정 가맹 경기단체의 회장 선거가 대부분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났어도 끝난 게 아니다. 여러 단체에서 선거 결과에 불복한 낙선자들이 소송전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유난히 혼란스러웠던 이번 선거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앞으로 상당 기간 그 후유증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체육계 곳곳에서 경기단체장 선거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몇 가지 주제별로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대책을 알아보자.

국정감사 단골손님이 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사진=엠스플뉴스)
국정감사 단골손님이 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사진=엠스플뉴스)

1. 선거의 시기 문제

우선 선거 시기에 문제가 있다. 경기단체의 연간 일정은 대체로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일부 겨울스포츠가 해를 넘기는 두 해 걸이 경기 일정을 진행하지만 가장 중요한 회계기준은 모두 1월 ~ 12월이다. 그런데 신임 회장 선거가 이듬해 1월이나 2월에 실시되니 한 해의 결산과 다음 해의 사업계획 모두를 전임 집행부의 작품인 모순이 있다. 늦어도 12월 초에 신임회장 선거를 마치고 새 집행부의 정책이 반영된 사업계획으로 경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체육회장 선거 일정부터 중앙 경기단체 산하의 단체장 선거 일정까지 전반적인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2. 대규모 선거인단 문제

이번의 회장 선거는 대의원선거에서 대규모 선거인단 선거로 바뀐 두 번째 선거였다. 그 이전에는 체육회장과 경기단체장을 대의원총회에서 선출했다. 체육회가 대략 정가맹단체와 선수대표, IOC 위원 등 60명 이내, 경기단체는 17개 시도협회장과 가맹연맹 등 22명 정도였다. 일부 대의원들의 횡포로 인한 조직의 사유화를 막고 더 많은 경기인의 의사를 투표에 반영한다는 명분으로 선거인단을 대폭 확대하는 현행 방식으로 개정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우호적인 인사를 선거인단 풀(Pool)에 포함하기 위한 각종 꼼수가 난무하고 정책선거보다 인물선거로 변질되는 괴현상을 낳고 있다.

다시 대의원제도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다면 선거인단 숫자를 최대한 줄이고 급조된 선거인명부제의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명확한 기준과 역사성을 보장할 수 있는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로 선거인단이 구성되도록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

일부 대의원의 횡포도 문제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대규모 선거인단을 의식한 선심 행정, 편파행정에 몰입하게 되는 현행 제도의 폐단이 더 위험한 것이 아닐까? 조직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개정한 대규모 선거인단제도가 오히려 파벌 다툼과 정치세력화를 부추기는 결과가 된다면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체육회의 경기단체 관리상의 문제점과 대책에 관한 지난번 칼럼에서도 설명했지만 경기단체의 위법행정에 철저히 대처해달라는 체육인의 요구에 체육회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체육회가 경기단체의 분쟁을 회장직을 둘러싼 파벌 다툼으로만 치부해서 지금과 같이 직접적인 개입을 회피한다면 혼란 상황의 확산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정치적인 개입 문제를 피하는 길은 누가 어떻게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면 된다.

3.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운영 문제

대통령 선거에서 초등학교 반장선거에 이르기까지 공정한 선거사무 관리는 민주 선거의 핵심이다. 규모가 큰 체육회는 중앙선관위에 선거사무를 위탁하지만 대부분의 경기단체는 자체적으로 선관위를 구성한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 집행부가 친 집행부 인사로 선관위원을 구성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불공정 선거 관리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런 경우가 유난히 많았다. 재선에 도전하는 회장의 측근 인사 중심으로 구성된 선관위가 체육회의 지시를 보란 듯이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구체적인 상황을 보면,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대의원(산하 연맹체)에 대해 체육회는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투표권이 없다고 판정했지만 선관위는 체육회의 지시를 거부했고 선거일 직전에 선거기탁금을 타 용도로 유용한 기상천외한 사태를 체육회가 ‘직무 관련 범죄행위’라고 판정했지만 선관위는 후보자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선거를 강행했다. 요즈음 체육계에서는 ‘체육회가 도무지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말이 많은데 결과적으로 자업자득(自業自得)이 아닌지 체육회의 자성(自省)과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경기단체도 체육회처럼 관할지역 선관위에 선거사무를 위탁하거나 체육회에서 각 경기단체의 선관위에 경력직원 1명씩 파견해서 지도, 감독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4. 기존 회장의 재선출마 관련 문제

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 규정 제25조의 2(연임 횟수의 산정)는 경기단체 회장의 연임 도전은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4장(임원심의)에 따라 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정기여도, 단체평가, 국제대회 관련 필요성 등을 위주로 심사하는데 여기에 반드시 추가해야 할 항목이 있다. 현재 동 경기단체의 재무상황이다. 임금이나 국세 등의 미지급채무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서 선거 이전에 완납해야 출마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모 경기단체의 회장이 재선에 도전했는데 그 당시 직원 임금, 퇴직급여충당금과 원천세, 선수 시상금 등 수억 원의 미지급채무가 있는 상태였다. 만일 재선에 성공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채무를 상환했겠지만 낙선하자 차기 집행부에 이를 떠넘기는 파렴치한 작태를 보였다. 1년 내내 회장의 측근 인사인 행정감사, 회계감사는 입을 막고 있었고 혹시 재무상황이 노출될까를 우려한 회장은 회장 선거 관련 이사회가 11월 말에 열릴 때까지 9개월 동안 이사회를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

체육회는 이와 같은 이사회의 견제기능 마비와 조직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해 체육회 정관(제35조)에 이사회는 반드시 3개월에 1회 이상 개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미 작년 3월에 한 차례 임금체불이 발생했고 악화하는 재정 상황을 우려한 일부 임원들이 여러 차례 임시이사회 개최와 재무상황 공개를 요청했지만 집행부는 이를 묵살했고 체육회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으로 넘어갔고 신임 집행부는 엄청난 채무를 안고 살림을 시작하게 되었다.

또 다른 문제는 기존회장이 재선에 출마하면 회장직을 일시 직무를 정지했다가 중도에 포기하거나 낙선하면 곧바로 회장직에 복귀하게 되어있는 현행제도의 문제점이다. 전혀 현실적인 실효성 없고 많은 모순점을 안고 있는 제도이므로 이 규정 역시 회장이 재선에 도전하면 회장직을 임시로 직무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퇴하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기고 : 최종준 스포츠평론가,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해당 기사는 외부 필진에 의한 기고문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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