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빙상인 연대 “빙상계 성폭력 사건의 핵심 인물은 전명규 교수”

-“성폭력 피해자, 2차 피해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고 있어”

-손혜원 의원 “전명규 교수, 제자 성폭력 사실 알고도 외면”

-전명규 교수 “(오전) 기자회견 내용 알지 못해 드릴 말씀이 없다”

손혜원(맨 앞)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손혜원(맨 앞)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전·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현직 지도자, 빙상인들이 모여 만든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 빙상을 바라는 젊은 빙상인 연대(젊은 빙상인 연대)가 1월 21일 오전 11시 45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 성폭력 사건의 핵심 인물로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를 지목했다.

젊은 빙상인 연대 여준형 대표는 “빙상계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신원이 공개되면 빙상계를 좌지우지하는 전명규 사단에게 2차 피해를 볼까 두려움에 떨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심석희를 포함해 확인된 빙상계 성폭력 피해자는 총 6명으로 대부분 전 교수의 제자로 알려졌다.

젊은 빙상인 연대 “전명규 교수, 빙상계 성폭력 사실 알고도 은폐했다”

성추행 피해자 A 씨가 전명규 교수에게 보낸 카카오 톡 내용(사진=엠스플뉴스)
성추행 피해자 A 씨가 전명규 교수에게 보낸 카카오 톡 내용(사진=엠스플뉴스)

심석희는 2018년 12월 17일 ‘조재범 전 코치에게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 17세였던 2014년 여름부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2달 전까지 성폭행 피해가 끊이질 않았으며, 국제대회를 앞두고서도 피해를 보았다는 내용이다.

심석희는 17세부터 성폭력 피해가 끊이질 않았지만, 침묵을 지켰다. 젊은 빙상인 연대 여준형 코치의 말대로 2차 피해가 두려웠던 까닭이다. 여 대표는 피해자들이 폭로하는 순간 빙상인으로의 삶은 끝이라며 성폭력 가해 지도자가 승승장구하는 것만 봐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손혜원 의원은 자신이 직접 만난 피해자를 예로 들었다. 빙상 선수를 꿈꿨던 A 씨는 한체대 빙상장에서 스케이트 강습을 받았다. 그곳에서 한체대 전 빙상부 조교인 모 코치로부터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코치가 훈련 도중 자세 교정을 핑계로 강제로 안거나 입을 맞췄고, ‘단둘이 밥 먹고 영화를 보러 가자’는 식으로 A 씨에게 끊임없이 접근했다.

A 씨가 이를 거부하면 이 코치는 폭언을 퍼부었다. 손 의원은 이 코치가 A 씨의 대표 선수 선발 과정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등 버티기 힘든 정신적 고통이 가해졌다A 씨는 당시 충격으로 스케이트화를 벗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피해 사례가 더 있지만, 가해자들은 어떠한 제재나 불이익을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전 교수가 이 사건을 알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 자료를 제시했다. A 씨가 전 교수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A 씨가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말씀드리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전 교수는 “네가 빨리 벗어나길 바래. 그게 우선이야”라고 답장했다. 전 교수가 제자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엠스플뉴스가 확인해본 바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모 코치는 전 교수 밑에서 조교로 일했던 인물로 2018년 말까지 한국체대에서 빙상장 개인 강사로 일했다. 2018년 12월 26일부턴 서울시 양천구 소재 목동빙상장에서 강사로 근무 중인 것을 확인했다.

긴급 기자회견 연 전명규 교수 “성폭력 관련해선 아는 사실 없어”

전명규 한체대 교수(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전명규 한체대 교수(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전명규 교수는 1월 21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 교수는 이날 오전 9시 김진영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해 예정돼 있지 않은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전 교수는 “늦게나마 국민께 참회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께 모든 진실을 밝히고 싶었지만,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것 같아 쉽게 나설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긴급 기자회견을 열게 된 이유에 대해선 “‘오전에 대한체육회가 빙상연맹을 제명할 수도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가만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는 빙상계 성폭력 사건에 관해선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전 교수는 “성폭력 관련해선 아는 게 없다”며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재범 전 코치가 심석희를 상습 폭행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물론 책임 없다는 건 아니다. 심석희에게 미안하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같은 날 오전 젊은 빙상인 연대 기자회견 내용에 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전 교수는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선 난 전부 알 수가 없다젊은 빙상인 연대가 오전 기자회견 내용은 잘 알지 못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짧게 말했다. 전 교수와 함께 기자회견장을 찾은 김 변호사 역시 이 부분에 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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