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걱정했던 2020시즌 수원, 2021시즌엔 전북·울산 추격 중

-“2021시즌 K리그1 일정 절반도 치르지 않았다···현재 순위 큰 의미 없다”

-“정상빈은 고교 졸업 후 프로에 입문한 선수라고 보기 힘든 기량 갖췄다”

-“주장 김민우 형이 그라운드에 있으면 더 많이 소통하며 똘똘 뭉친다”

수원 삼성이 2021시즌 K리그1 단독 선두 전북 현대, 2위 울산 현대를 추격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 삼성이 2021시즌 K리그1 단독 선두 전북 현대, 2위 울산 현대를 추격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

3승 5무 7패(승점 14점) K리그1 11위. 2020시즌 K리그1 15라운드를 마쳤던 수원 삼성의 성적표다.

수원이 2021시즌 15라운드를 마쳤다. K리그1 15경기에서 7승 4무 4패(승점 25점)를 기록했다. 1경기 덜 치른 2위 울산 현대에 승점 1점 부족한 3위다. 14경기를 치른 선두 전북 현대와의 승점 차는 4점이다.

수원 박건하(49) 감독은 2021시즌 개막 전 “우승이 목표”라고 했다. 축구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수원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K리그1 5연패에 도전하는 전북, 2020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팀 울산보다 떨어진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고자 동계훈련 때 우승을 이야기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팀이 강해지고 있다. 선수들이 매 경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2021시즌 K리그1 일정의 절반도 치르지 않았다. 현재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좋은 흐름을 유지하면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기본을 강조한다. 우리가 훈련장에서 준비한 걸 내보이는 데 집중하겠다.” 박 감독의 말이다.

‘매탄소년단’ 탄생, 수원이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수원 삼성 미드필더 강현묵(사진 왼쪽), 공격수 정상빈(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 삼성 미드필더 강현묵(사진 왼쪽), 공격수 정상빈(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 삼성은 2020시즌을 K리그1 8위로 마무리했다. 이후 대대적인 전력 보강이 있었던 건 아니다. 축구계 눈을 사로잡은 보강은 K리그 4년 차 스트라이커 우로스 제리치(28), 세리에 A 나폴리 출신 측면 공격수 니콜라오 두미트루(29)뿐이었다.

2019시즌 K리그1 득점왕 아담 타가트(27), 임상협(32), 김종우(27), 한의권(26), 이종성(28) 등이 팀을 떠났다. 수원은 2021시즌 개막 전까지 출혈이 더 커 보였다.

예상이 빗나갔다. 수원엔 두려울 것 없는 젊은 피가 있었다. 대표적인 이가 정상빈(19)이다. 그는 수원 유소년 팀(매탄중-매탄고) 출신이다.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20년 수원과 준프로 계약을 맺었다. 같은 해 11월 22일엔 ACL 광저우 헝다 타오바오전(중국)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정상빈은 2020시즌 일정을 마무리한 뒤 수원과 정식 프로 계약을 맺었다. 신예였다. K리그1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아니었다. 데뷔전부터 득점포를 가동했다. 3월 17일 포항 스틸러스전에 선발 출전해 팀의 3-0 승리에 앞장섰다.

정상빈은 어떤 팀을 만나든 주눅 들지 않았다. 강팀을 만나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빠른 발과 드리블, 탁월한 결정력을 마음껏 뽐냈다. 수원은 4월 18일 울산을 3-0으로 이겼다. 5월 9일엔 전북 현대를 3-1로 이겼다. 정상빈은 이 두 경기에서 골맛을 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자이언트 킬러’의 탄생. 정상빈은 올 시즌 K리그1 10경기에서 뛰며 4골을 기록했다.

박건하 감독은 “정상빈은 고교 졸업 후 프로에 입문한 선수라고 보기 어렵다”“재능이 많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정상빈은 동계훈련에서 골을 가장 많이 넣은 선수다. 훈련장에서부터 겁이 없었다. 정상빈은 공간을 찾아서 들어가는 움직임이 아주 좋다. 역습에 앞장설 스피드와 힘을 두루 갖췄다. 결정력도 뛰어나다. 특히나 훈련에 아주 성실히 임한다. 더 성장하고자 하는 욕심이 많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 박 감독의 설명이다.

수원엔 정상빈만 있는 게 아니다. 신인의 무서운 활약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젊은 피’도 있다. 프로 3년 차 시즌을 맞이한 오른쪽 윙백 김태환(21), 2020시즌 K리그1에 데뷔한 미드필더 강현묵(20), 2021시즌 주전 수비수 자릴 꿰찬 3년 차 박대원(23)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정상빈과 마찬가지로 수원 유소년 팀에서 성장해 프로에 데뷔한 선수들이다.

김태환은 2021시즌 K리그1 15경기에서 뛰며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수원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도쿄 올림픽 도전을 노리고 있다. 강현묵은 2021시즌 K리그1 13경기에 출전해 1골 1도움을 올렸다. 지난해 1경기 출전에 그친 선수라고 보기 어려운 활약이다. 박대원은 2021시즌 수원이 치른 리그 전경기(15)에 출전했다.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릴 잡았다.

아우가 막히면 형님이 해결한다, 잘 나가는 수원엔 중심 잡아줄 베테랑도 있다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인 왼쪽 측면 수비수 이기제(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인 왼쪽 측면 수비수 이기제(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1시즌 수원 삼성엔 폭발력 있는 젊은 피의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도 있다. 수원이 강등을 걱정하던 2020시즌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결정적인 이유다.

수원은 4월 21일 대구 FC전에서 0-1로 패한 뒤 4경기 무패(3승 1무)를 기록했다. 상승세 중심엔 왼쪽 측면 수비수 이기제(29)가 있었다. 이기제는 25일 성남 FC전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2골 2도움)를 올렸다. 물오른 왼발 킥을 앞세워 한국 축구 대표팀 발탁까지 노리고 있다.

이기제는 “어릴 땐 매 경기 죽을힘을 다해 뛰려고만 했다”“꾸준한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군 생활이 축구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군 복무를 하면서 마음 편히 뛰는 법을 배웠다. 무작정 열심히 뛸 때보다 훈련장에서 준비한 것들이 잘 나온다는 걸 확인했다. 팀이 박건하 감독님이 지휘봉을 잡고부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면서 승점을 가져오고 있다.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대표팀 발탁을 의식하면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 수원의 승리에 이바지하는 데만 집중하겠다.” 이기제의 말이다.

5월 8일 전북 현대전에선 주장 김민우(31)도 복귀했다. 김민우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5경기 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김민우는 전북전에서 도움 2개를 기록하며 팀의 3-1 승리에 앞장섰다.

이기제는 “(김)민우 형은 수원 주장이기 전에 간판선수”라며 “민우 형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아주 크다”고 말했다. 이어 “민우 형은 매 경기 공·수를 쉴 새 없이 오간다. 민우 형이 있으면 수비 걱정 없이 공격에 가담할 수 있다. 전방 압박과 협력 수비로 후방의 단단함도 더할 수 있다. 특히나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 있다.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중심을 잡아준다”고 했다.

수원엔 염기훈(38)도 있다. 염기훈은 K리그 통산 409경기에서 뛰며 77골 110도움을 기록한 전설이다. 2021시즌 K리그1 기록은 13경기 출전 1골.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이 17분이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후배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선배 역할을 하고 있다.

수원은 5월 16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16라운드 울산 현대전을 치른다. 2위로 올라설 기회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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