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U-20 월드컵 우승 멤버로 경남 황금기 이끈 네게바, 2021시즌엔 인천 공격 책임진다

-“2011년 U-20 월드컵은 떠올리는 것만으로 웃음 나는 추억”

-“U-20 월드컵 우승 합작한 절친한 친구는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쿠티뉴”

-“인천 선배 아길라르가 팀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도록 도움 주고 있다”

-“말컹은 강한 힘과 높이가 강점인 선수···무고사는 탁월한 위치선정과 움직임이 장점”

2021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아길라르(사진 왼쪽), 네게바(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2021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아길라르(사진 왼쪽), 네게바(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

3월 17일 인천축구전용구장. 홈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원정팀 수원 FC에 2-1로 앞선 후반 32분이었다.

인천 엘리아스 아길라르가 툭 찍어 찬 공이 문전으로 달려든 길레르미 네게바에게 향했다. 공이 바운드되면서 슈팅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수원FC 수비수 정동호는 공을 걷어내려고 달려들었다. 그러자 네게바가 공을 톡 띄웠다. 공이 정동호의 키를 넘어 슈팅 자세로 돌아선 네게바 앞에 떨어졌다. 네게바는 지체하지 않고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네게바가 2021시즌 인천 이적 후 기록한 첫 골 장면이다. 그날 인천은 1골 1도움을 기록한 네게바의 활약을 앞세워 수원FC를 4-1로 이겼다. 인천이 치른 2021시즌 K리그1 8경기 가운데 최다 점수 차 승리였다.

네게바는 “새로운 팀에 100% 적응한 건 아니”라며 “경남에서 뛸 때보다 더 공격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불편함은 없다. 훈련을 거듭할수록 적응력이 높아지고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 걸 느낀다. 17일 수원FC전에선 이적 후 첫 골의 기쁨보다 팀 승리에 이바지할 수 있어 좋았다. 인천이 나아가는 데 공격 포인트가 필요하다면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겠다. 그러나 욕심은 내지 않을 거다. 공격 포인트보다 중요한 건 팀이고 우리의 승리다.” 네게바의 말이다.

네게바 “2011년 U-20 월드컵은 떠올리는 것만으로 웃음 나는 추억”

2011년 U-20 월드컵에서 네게바와 호흡을 맞췄던 쿠티뉴(사진 맨 왼쪽에서 두 번째), 오스카(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1년 U-20 월드컵에서 네게바와 호흡을 맞췄던 쿠티뉴(사진 맨 왼쪽에서 두 번째), 오스카(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길레르미 네게바는 K리그에서 뛰는 762명(2021시즌 전반기 기준)의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다.

네게바는 2011년 콜롬비아에서 열린 U-20 월드컵 우승 주역이다. 브라질 U-20 대표팀 주전 미드필더로 조별리그 1차전 이집트(1-1)와의 경기부터 포르투갈(3-2)과의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7)에 출전했다. 당시 네게바와 호흡을 맞춘 선수는 필리페 쿠티뉴(FC 바르셀로나), 카세미루(레알 마드리드), 윌리안(아스널 FC), 오스카(상하이 상강) 등이 있다.

프랑스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을 이끈 앙투안 그리즈만(바르셀로나), 스페인 축구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이스코(레알 마드리드), 코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도 2011년 U-20 월드컵에 출전했다. 손흥민의 팀 동료 에릭 라멜라(아르헨티나)는 아르헨티나 U-20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네게바는 “난 2011년 U-20 월드컵 우승 주역이 아니었다”“묵묵히 해야 할 역할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네게바는 당시 대회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동료들과 함께했다. 절친한 친구인 쿠티뉴가 대표적이다. 쿠티뉴가 대회를 앞두고 살이 쪄서 놀린 기억이 있다. 그런 선수가 경기장에만 들어가면 놀라운 기량을 뽐냈다. 어릴 때도 대단한 선수였다. 2011년 U-20 월드컵은 떠올리는 것만으로 웃음 나는 추억이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이들과 호흡을 맞추고 경쟁한 네게바는 2018년 K리그와 인연을 맺었다. 2010년 CR 플라멩구에서 프로에 데뷔한 네게바가 브라질을 떠난 건 그때가 처음이다.

네게바는 경남 FC 유니폼을 입고 이름값을 증명했다. 2018시즌 K리그1 득점왕에 오른 말컹과 공격을 주도하며 K리그1 36경기에서 5골 7도움을 기록했다. 그해 네게바는 K리그1 베스트 11 미드필더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네게바의 활약을 앞세운 경남은 2018시즌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했다. 2006년 1월 17일 창단한 경남의 최고 성적이다.

네게바의 한국 생활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네게바는 2019시즌 K리그1 14라운드 상주 상무전(김천상무의 전신)에서 무릎 십자인대와 연골 파열로 쓰러졌다.

경남은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네게바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네게바가 빠진 경남은 2019시즌 K리그1 11위를 기록하며 K리그2로 강등됐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생존의 기회가 있었지만 부산 아이파크에 1, 2차전 합계 0-2로 졌다.

경남과 네게바의 인연이 끊긴 건 아니었다. 2019년 12월 26일 설기현 감독을 선임하며 새 출발을 알린 경남은 부상에서 회복한 네게바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네게바는 부상 후유증으로 2020시즌 K리그2 19경기에서 2골 2도움에 그쳤다. 경남은 오랜 고민 끝 계약 기간이 만료된 네게바와 재계약을 맺지 않았다.

인천에서 새로운 도전 나선 네게바, 말컹 못지않은 무고사를 기다린다

2011년 콜롬비아 U-20 월드컵 결승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는 네게바(사진 왼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1년 콜롬비아 U-20 월드컵 결승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는 네게바(사진 왼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길레르미 네게바는 2020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했다. 2020시즌 K리그1 잔류에 성공한 인천 유나이티드가 손을 내밀었다.

네게바는 풋살 선수 출신이다. 수비수 한두 명은 쉽게 제친다. 상대 압박을 이겨내고 좁은 공간을 뚫고 나올 수 있는 드리블이 장기다. 경기 흐름을 읽는 눈과 크로스 능력도 출중하다. 인천 조성환 감독은 네게바의 장점을 믿었다.

네게바는 조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고 있다. 2021시즌 K리그1 7경기에서 뛰며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엘리아스 아길라르(8경기 출전 3골 3도움)와 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네게바는 “아길라르가 인천 선배”라며 “아길라르가 팀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라운드 안팎에서 아길라르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감독님의 스타일, 인천 동료들의 특징 등을 가르쳐준다. 경기장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의견을 공유한다. 아길라르와 팀이 더 많은 승점을 획득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4월 중순이 지나면 스테판 무고사가 복귀할 예정이다. 2018시즌 인천 유니폼을 입고 K리그1에 데뷔한 무고사는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스트라이커다.

조 감독은 “무고사가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다”“연습경기를 통해 잃어버린 감각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고사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선수다. 당장 경기에 투입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복귀를 서두르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 4월 중순 이후 교체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 지속해서 몸 상태를 확인하겠다. 분명한 건 무고사의 복귀가 팀 공격력 강화를 꾀할 것이란 사실이다. 무고사, 네게바, 아길라르가 전방에서 호흡을 맞추면 지금보다 더 많은 골과 승점 획득이 가능하다.” 조 감독의 생각이다.

네게바는 K리그1 최정상급 스트라이커와 함께 뛴 경험이 있다. 네게바는 2018시즌 경남 FC에서 말컹과 팀 공격을 책임졌다. 말컹은 2018시즌 K리그1 31경기에서 뛰며 26골 5도움을 기록한 스트라이커다.

네게바는 “말컹은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에서 밀리는 법이 없었다”“매 경기 공중볼을 장악했고 결정력이 아주 뛰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무고사도 말컹 못지않은 선수다. 스타일은 다르다. 무고사는 문전에서 움직임이 남다르다. 탁월한 위치선정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선수다. 공을 잘 다루고 경기 운영 능력도 뛰어나다. 무고사와 하루빨리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했다.

네게바가 K리그1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인 건 말컹과 함께 뛴 2018시즌이다. 네게바는 리그 정상급 스트라이커와 뛸 때 더 빛나는 선수다. 2021시즌 인천엔 네게바가 믿고 따르는 아길라르까지 있다. 네게바가 2018시즌을 뛰어넘는 한 해를 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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