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인정한 아스나위, 16살에 프로 데뷔한 인도네시아 ‘특급 재능’

-“아버지가 프로축구 선수 출신···어릴 적부터 축구공이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억대 연봉 포기하더라도 K리그에서 뛸 기회 놓치고 싶지 않았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네덜란드 전설이자 인도네시아인의 피가 흐르는 반 브롱코스트처럼 될 수 있다고 믿는다”

-“K리그에서 성공적인 업적 남겨 인도네시아 대표팀 동료들의 도전 돕고 싶다”

안산 그리너스 FC 아스나위는 1983년 출범한 K리그 최초 인도네시아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안산 그리너스 FC 아스나위는 1983년 출범한 K리그 최초 인도네시아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안산]

아스나위 망쿠알람 바하르(21).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의 미래로 불리는 선수다.

아스나위는 2016년 인도네시아 프로축구(1부 리그) 페르시바 발릭파판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그의 나이 16살 때의 일이다. 이듬해엔 인도네시아 최고 명문 PSM 마카사르로 이적해 프로 데뷔골을 넣었다.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최연소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아스나위는 같은 해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에도 데뷔했다.

2월 18일 K리그2 안산 그리너스 FC는 아스나위 영입을 발표했다. 여기엔 인도네시아 신태용 감독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다. 신 감독은 아스나위의 성장 가능성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안산 김길식 감독은 신 감독과 오랜 대화를 거쳐 아스나위 영입을 결정했다. 아스나위는 1983년 출범한 K리그 최초 인도네시아 선수다. 동남아시아 선수로는 4번째 K리그 도전이다.

아스나위는 4월 3일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3월 28일 FA컵 2라운드 양평FC전에 이은 두 번째 공식 경기 출전이었다.

김 감독은 “아스나위에겐 투쟁심이 있다”“공을 빼앗기면 끝까지 따라가 빼앗아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국 선수들과 닮은 점이 많다. 빠르고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한다. 수비 시 무작정 덤비려고 해 걱정이지만 충분히 고쳐나갈 수 있다. K리그에 잘 적응해서 동남아시아 선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아스나위를 향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다. 아스나위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팔로워 수는 20만 1천 명이 넘는다. 2020년까지 안산 SNS 팔로워 수는 5천 명대에 머물렀다. 아스나위가 합류하자 3만 5천 명으로 늘었다. 김 감독은 “아스나위가 인도네시아 슈퍼스타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엠스플뉴스가 아스나위를 만났다.

아스나위 “도전을 멈추지 않으면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 전설 지오반니 반 브롱코스트처럼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머니가 인도네시아인인 네덜란드 축구 전설 지오반니 반 브롱코스트(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어머니가 인도네시아인인 네덜란드 축구 전설 지오반니 반 브롱코스트(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NS 팔로워 수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무려 20만 1천 명입니다. 안산 공식 SNS 팔로워 수는 5천 명대에서 아스나위 합류 후 3만 5천 명으로 늘었습니다. 김길식 감독이 “아스나위가 인도네시아 슈퍼스타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응원을 아끼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경기를 잘하든 못하든 ‘더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시죠. 감사할 따름입니다. 안산 입단 후엔 한국 팬도 생긴 것 같아요. 이젠 제가 보답해야 할 때입니다. 좋은 경기력 보일 수 있도록 매 순간 온 힘을 다할 거예요. ‘아스나위 응원할 맛 난다’는 말 듣고 싶습니다.

2016년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페르시바 발릭파판에서 프로에 데뷔했습니다. 16살 때의 일입니다.

아버지(바하르 무하람)가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선수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축구와 가까웠죠. 초등학교 입학 후엔 전문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성장했어요.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공 가지고 놀았던 기억뿐입니다(웃음).

21살에 K리그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아시아 최고의 팀입니다. 한국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최다 우승국이기도 해요. K리그에서 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더 큰 선수로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한국 축구 대표팀 전설 박지성처럼 성장을 거듭해 세계 최고 리그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세계 최고 리그요?

K리그에서 인정받아 유럽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박지성은 J리그 교토 퍼플 상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PSV 에인트호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어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의 전설이었습니다. 현재에 만족하고 싶지 않아요.

현재에 만족하고 싶지 않다?

가장 먼저 안산에서 꼭 필요한 선수로 인정받고 싶어요. 안산엔 기량이 우수한 선수가 즐비합니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도 많죠. 그 선수들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 거예요. 김길식 감독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훈련장에서부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안산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겠습니다.

인도네시아 리그 최고 스타였습니다. 전 소속팀 PSM 마카사르에서 억대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산으로 이적하면서 연봉 삭감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엔 축구가 일상인 분이 많습니다. 주말이면 온 가족이 축구장으로 향해요. 한 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하죠. 선수들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공격적인 축구를 펼칩니다. K리그보다 수준은 떨어지지만 열정만큼은 뒤처지지 않는다고 확신해요. 그분들에게 더 수준 높은 축구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인도네시아 선수가 국제무대에서 통한다는 걸 증명할 거예요.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없는 건 아닙니다.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 전설 지오반니 반 브롱코스트가 대표적입니다.

아주 잘 알죠. 반 브롱코스트는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106경기(6골)를 뛰었습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선 주장으로 준우승에 앞장섰죠. 폐예노르트 로테르담(네덜란드), 아스널 FC(잉글랜드), FC 바르셀로나(스페인) 등 명문구단에서 뛰었습니다. 반 브롱코스트는 어머니가 인도네시아분이세요. 도전을 멈추지 않으면 반 브롱코스트처럼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아스나위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도전 정신이 뛰어납니다.

신태용 감독님을 만나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요. 감독님은 끊임없는 훈련과 강인한 정신력을 강조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포기하지 않아야 이전과 다른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고 해요.

신태용 감독이 안산에 아스나위를 적극적으로 추천했습니다. 본인에겐 어떤 말을 해줬습니까.

감독님은 “인도네시아 리그보다 수준이 높은 게 사실”이라며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널 응원한다.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죠. 오늘(4월 6일)도 통화했어요. 감독님이 “11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경기 때 찾아가겠다. 잘하라”고 했습니다.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죽을힘을 다할 거예요(웃음). 신태용 감독님, 김길식 감독님 모두 흡족하게 하고 싶습니다.

“인도네시아 대표팀 동료들이 K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 마련하겠습니다”

아스나위가 가장 좋아하는 포즈다. 사진 촬영을 마친 아스나위는 “K리그에 반드시 내 이름을 남기겠다“고 힘줘 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아스나위가 가장 좋아하는 포즈다. 사진 촬영을 마친 아스나위는 “K리그에 반드시 내 이름을 남기겠다“고 힘줘 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4월 3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K리그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경기 수준이 확실히 높았습니다. 공·수 전환 속도가 인도네시아 리그에서 뛸 때보다 훨씬 빨랐어요. 더 준비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김길식 감독님이 “공격할 땐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하라”고 하세요. 수비는 다릅니다. 보완해야 할 점이 많아요. 감독님은 “무작정 빼앗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인정해요. 팀에 안정감을 더할 수비력을 갖춰야 합니다.

인도네시아를 떠나서 생활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추위요. 인도네시아 연평균 기온이 섭씨 27~30도입니다. 2월 3일 한국에 입국해서 눈을 봤어요.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는데 얼마나 아름답든지 행복했어요. 눈 감상을 마치고 정신을 차려보니 몸을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웃음). 2월엔 추위 적응이 최대 과제였어요.

적응을 마쳤습니까.

두 번째 겨울은 큰 어려움 없이 보낼 수 있을 거예요(웃음). 날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무더위 적응엔 자신 있어요.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엔 문제없습니까.

없다면 거짓말이죠. 운동할 땐 큰 문제가 없습니다. 스포츠 언어는 어느 나라에서든 똑같아요. 문제는 훈련이나 경기를 마쳤을 때죠. 선수들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니 답답합니다.

팀 동료인 이와세 고는 한국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단어를 하나하나 습득하고 있어요(웃음). 놀라지 마십쇼.

네?

‘안녕하세요’ ‘여보세요’ ‘미안해요’ ‘감사합니다’. 팀에 확실히 적응했다는 생각이 들면 이와세 고처럼 책을 사서 공부할 생각이에요. 먼저 기량을 증명해 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이제 21살입니다. 가족이 보고 싶진 않습니까.

매일 영상 통화해요(웃음). 가족이 보고 싶을 때마다 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코로나19로 가족을 안산으로 초대하는 게 어렵다는 거예요. 2021시즌 말미엔 코로나19 걱정 없이 축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21시즌 말미요?

그때까지 김길식 감독님의 마음을 사로잡아 많은 시간을 뛰고 싶어요. 부모님에게 아들이 K리그에 잘 적응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진 관광 명소도 소개해줄 거예요.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뛰는 네 번째 동남아시아 선수입니다. 태국 축구 대표팀 전설 피아퐁 푸에온이 1985년 럭키금성 황소 축구단(FC 서울의 전신)에서 득점왕(12골)과 도움왕(6도움)을 동시에 차지한 경험이 있습니다.

솔직히 피아퐁이란 선수가 K리그에서 어떤 플레이를 보였는지는 몰라요. 제가 1999년생입니다. 1985년이면 태어나기 한참 전이에요(웃음). 하지만, 기록이 말합니다. 피아퐁이 K리그에서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는 걸 말이죠. 그 뒤를 따르겠습니다.

뒤를 따른다?

K리그에서 성공적인 업적을 남겨야 해요. 인도네시아 대표팀 동료들이 K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겁니다. 한국은 박지성이 EPL에서 성공적인 업적을 쌓은 덕분에 더 많은 선수가 세계 최고의 리그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박지성이 은퇴한 후엔 손흥민이 그 역할을 하고 있죠.

한국 축구를 잘 압니다.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선수입니다. 아시아 선수 가운데선 비교 대상이 없어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선수들의 롤모델입니다. 손흥민은 18살에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어요. 팀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후엔 새로운 도전에 나섰죠. 바이어 04 레버쿠젠을 거쳐 토트넘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도전 정신을 배우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 얘길 꼭 하고 싶습니다.

네.

아스나위에게 K리그는 꿈의 무대입니다. 도전 정신이 없으면 K리그에 오지 않았을 거예요. 인도네시아 대표 선수란 마음으로 죽을힘을 다하겠습니다. 몇 분을 뛰든 팀 승리에 이바지하는 데 힘을 더할게요. 하지만, 축구란 게 뜻대로 되는 건 아닙니다. 부족한 점이 많을 거예요. 그럴 때마다 질책보단 격려를 부탁드립니다(웃음). 내일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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